옥수수 가격의 폭락이 미국인들의 비만을 불렀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식량 부족을 걱정 하지 않는 유일무이한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정부의 정책이 변하면서 식량이 단지 충분한 수준 을 넘어서 남아도는 사회로 발전하게 됐다. 1970년대 이전까 지는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식량 생산을 조절하는 것이 정 부의 주요 의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과다한 식량 생산 이 곡물 가격 폭락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 농민들의 경제 활 동이 위축되었던 것이 1920년대 말 전세계대공황의 주요 요 인이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출신 루즈벨트 대통령이 잉여 농산물을 정부에서 매입하고 농산물 가격 하한가를 유지하는 정책을 뉴딜정책의 일환으 로 시행했고, 그 정책은 1970년대까지 이어져왔다.
그런데 이 즈음 공화당 출신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 에 당선되면서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 일 환으로 미국 농무부 장관 얼버츠(Earl Butz)가 농업정책을 확 바꿔 버렸다. 농산물 공급을 제한하는 정책을 먼저 대거 폐기 했다. 농부들이 농산물을 필요 이상으로 재배하더라도 자유
무역을 통해서 이를 내다 팔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농민들의 피해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농산물 가격은 그 이후로 급락했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그 어 느 때보다 농산물을 많이 생산했지만, 그만큼 가격이 하락해 농부들에게 이득이 돌아가지 않았다.
이러한 정책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는 무시할 수 없 었다. 미국 중서부의 광활한 대지에서 경작하는 작물 중 사람 이 먹는 작물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잉여 농산물의 가격이 낮아지니 이를 이용하는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산업에 맞추어 작물이 재배되었다. 제일많이 키우는 작물이 옥수수였고 그 다음은 콩이었다. 이 옥수수 역시 사람이 먹는 맛있는 옥수수 품종은 아니고 맛이 지독히없더라도 수확량 만 많은 품종이 대부분이다. 이 품종은 대부분 가축의 사료로 판매되었다. 맛이 없어도 에너지만 충분하면 됐다. 원래 풀을 먹고 자라는 소에게 옥수수 사료를 먹이니 더 크고 빨리 성장 하게 되었고, 생산이 증가하면서 고기 값도 떨어졌다. 이를 통 해 소고기는 가끔씩 먹는 귀한 존재에서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탈바꿈하였다.
가축 사료로 쓰이는 것 이외에도 미국 옥수수의 40%는 에탄올 연료 생산에 쓰인다. 일단 재배했지만 먹겠다 는 사람이 없으니 산업용 수요를 만들어낸 것이다. 미국의 주유소에서 가솔린을 주유할 때 ‘몇 %의 에탄올 함유‘라는 표 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옥수수는 음료수 회사에 납품되어 단 맛을 내는 포도당과 과당을 생산하는 원료
로 쓰인다. 낮은 가격의 원료로 만든 콜라와 사이다는 물만큼 가격이 쌌다. 이로 인해 미국인들의 탄산음료 소비량이 증가 했다. 많은 사람들은 자연히 물보다는 달짝지근한 음료를 선 호했는데,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당분 섭취에 가장 큰 비 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스, 청량음료 및 스포츠 음료에 첨가된 설탕 성분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1970년대 미국 농업 정 책의 전환 이후 미국인들의 체중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비만체중지수(BMI) 30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할 경우 1962년 에 23%의 미국 성인이 비만으로 분류됐던 반면 2019년 통계 에 의하면 그 비율이 40%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비만 때문에 생기는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도 같이 증가했다. 특히 비만 인구가 많은 중서부 및 남부의 저소득 계층에서 이러한 건강 문제가 많은 실정으로, 이들 계층의 기대수명도 낮은 형 편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웬만한 선진국들
중에서는 최하위권이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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