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개의 세포가 달라붙고 소통하고 죽음을 조율하는 것이 인간의 몸이다. 우리 안에 우주가 담겨있다.

인간의 몸에는 거의 4조 개의 세포가 있다. 그 세포들이 모여 크기도, 모 양도, 몸에서의 위치도 다른 여러 기관을 형성한다. 심장이나 간 이나 장을 적절한 크기로 적절한 위치에 만들기 위해서는 증식 하고 죽는 데 규칙이 있어야 한다. 몸은 이런 조직화 덕분에 존재 할 수 있다. 세포는 혼자서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각 세포의 성장, 죽음, 활동은 기능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 조절된다. 몸 안 의 세포들은 증식이 제한되고 적절한 시점에 죽는다. 이렇게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더 높은 선善, 즉 몸 전체의 원활한 기능에 기여한다.
한 특수한 분자 장치가 세포에게 서로 협력해 몸을 형성하 는 능력을 준다. 세포들은 서로 달라붙을 수 있어야 한다. 세포끼 리 정해진 방식으로 붙지 않으면 몸을 단단하게 유지하기 어렵 다. 예를 들어 피부 세포는 서로 달라붙어 층상 조직을 만들 수 있 는 특별한 기계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 조직에 독특한 질감을 주는 것은 세포가 생산하는 콜라겐과 케라틴 등의 단백질이다. 마지막으로, 몸 안의 세포들은 정보를 공유할 수단도 필요하다. 그것이 없으면 증식과 죽음, 그리고 유전자 발현을 조정할 수 없 기 때문이다. 그 수단을 제공하는 것도 단백질이다. 다양한 단백 질이 세포에 메시지를 전달해 언제 어디서 분열하고, 죽고, 더 많 은 단백질을 분비할지 알린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 기구가 바로 5장에서 다룬 유 전자군이다. 그런 유전자군의 각 유전자는 서로 조금씩 다른 단 백질을 만든다. 예를 들어 캐더린cadherin (칼슘 의존성 접착calci-um-dependent adhesion의 줄임말로, ‘타입1 막관통단백질‘이라고도 부른 다옮긴이)이라는 단백질군은 100가지 세포에 존재하며 각각 피부, 신경, 뼈 등 특정 조직에 작용한다. 이 단백질군은 피부를 비롯한 각 조직에서 세포들을 붙이고, 세포끼리 정보를 주고받 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이 수단을 통해 세포들은 언제 분열하고, 언제 죽고, 언제 다른 단백질을 생산할지와 같은 정보를 서로 전달한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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