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과학자들이 20년뒤 완성된 게놈지도를 봤다면 얼마나 놀랐을까

DNA는 수많은 슈퍼컴퓨터에 필적하는 계산 능력을 가지 고 있다. 그런 명령을 바탕으로 총 2만 개라는 비교적 소수의 유 전자가 게놈에 산재한 조절 영역을 이용하여 벌레, 파리, 사람의 복잡한 몸을 만들고 유지한다. 이 놀랍도록 복잡하고 역동적인 분자 기계에 일어나는 변화야말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진화 를 일으키는 원동력이다. 끊임없이 감기고 풀리고 접히는 우리 DNA는 그야말로 곡예의 거장이요, 발생과 진화의 지휘자인 셈 이다.

이 새로운 과학은 40년 전 인간과 침팬지의 단백질에서 차이를 찾으려 했던 메리-클레어 킹의 직감을 확인시켜 준다. 그녀와 앨런 윌슨은 당시 이미 유전자 스위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있었다. 그것을 1975년에 발표한 논문 제목인 《인간과 침팬지의두 수준의 진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수준은 유전자이고, 또다른 수준은 유전자의 발현 시기와 장소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주된 차이는 유전자나 단백질 구조에 있는것이 아니라, 이들이 발생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조절하는스위치에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간과 침팬지, 또는 선충과물고기처럼 생김새가 다른 생물들 사이에 패어 있는 깊은 골이유전자 수준에서는 얕아진다. 한 단백질이 어떤 발생 과정의 타이밍과 패턴을 조절한다면, 그 단백질이 언제 어디서 발현되느냐에 변화가 생기면 성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의 기능을 제어하는 스위치에 변이가 일어나면 수많은 형태로 동물의 배아 혹은 생물의 진화에 영향이 갈 수 있다. 예컨대 뇌 발달을 조절하는 단백질이 더 오랫동안 여러 곳에서 발현되면 결과적으로 더 크고 더 복잡한 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발현을 만지작거림으로써 새로운 종류의 세포나 조직,
혹은 앞으로 우리가 살펴보게 될 새로운 종류의 몸을 만들어 낼수 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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