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이 일궈낸 보존이라니

#선암사

요즘 얼마나 많은 종교단체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가. 호젓하여 속세에 찌든 몸을 씻게 하던절로 가는 길을 아스팔트로 뒤엎어 차량의 소음으로 오염시키고, 불사를 중창한다며 옛 사찰의 고졸한 풍경을 지우고, 사바세계의 천민상업건물의 행태가 무색한 풍경을 만드는 오늘날의 절들을 보면 해탈은 아직 요원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 선암사는 여전히 산사의 고졸한 원형을 보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월이 갈수록 위엄이 더해 가며우리에게 경건과 침묵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있다.
사실 그렇게 된 연유는 좀 다른 데 있다. 선암사는 1970년에 창종된 태고종의 본산인데 이 사찰의 재산은 조계종의 것이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 사유시발된 비구승과 대처승로간의 반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직 그 재산 분규가 결말이 나지 않아 아무리 사찰의 재정이 넉넉해도 함부로 건축물들을 건드릴 수 없는 데 기인한다.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이는 오히려 선암사의 원형을 보전하게 하는 바탕이 되었다. 그래서 선암사에는 인근 절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괴한 중창불사, 절의 재건축도 없고 무법천지의 현대 불교건축도 없어 우리에게 옛 산사의 깊은 맛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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