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안양문에 기대어 바라본 풍광의 충격이란..

부석사는 건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의 전통건축 중 단연 수위에 꼽히는 수작이다. 지금은 봉정사가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으로 공인 받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량수전無量壽殿은 현존하는 건축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었다. 착시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기둥의 가운데 부분을 굵게 만든 배흘림의 수법이며, 기둥들을 중앙을 향해 다소 기울게 만들어집전체가 뉘어 보이는 현상도 방지하는 안쏠림이나 귀올림 등의 목조구법이 여간 지혜로운 게 아니라서 무량수전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가 월등하다.
그러나 부석사의 미적 가치는 무량수전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는다. 무량수전에 안치된 불상은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생명을가지고 서방극락을 주재하는 아미타불인데, 그 좌정한 방향이 남향이아니라 동쪽의 사바세계를 향하고 있다. 따라서 석가모니불을 의미하는 삼층석탑은 마당에 놓여 있지 않고 동쪽에 놓여 있으며, 마당에는석등이 놓여 세계를 밝힌다. 절묘한 것은 이 석등의 위치가 무량수전의 정중앙에 놓인 게 아니라 다소 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안양문을 지나서 오른 이들을 자연스레 동쪽으로 향하게 하여 무량수전의 동쪽 출입문을 통해 들어오게 함으로써 아미타불과 자연스레 정면으로 대면하게 하는 놀라운 공간 연결을 만든다.
뿐만 아니다. 부석사의 배치를 이루는 축은 두 개가 있는데 이 축을 이룬 방식이 놀랍다. 천왕문과 범종각이 이루는 축과 안양문과 무량수전이 이루는 축이 약 30도의 각으로 틀어져 있다. 이 축의 향을보면 무량수전-안양문의 축은 바로 앞의 낮은 봉우리를 안산으로 하여 작은 영역을 이루지만, 범종각-천왕문의 축은 태백산에서 내려와소백산을 지나고 죽령을 이어 뻗은 도솔봉으로 향하고 있어 그 영역이 대단히 광대하다. 혹자는 도솔천으로 향하는 축은 미륵정토를 지향하며 안산의 축은 미타정토를 의미한다고 하여 불교의 다른 두 이념이 여기서 같이 나타나 있다고 한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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