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밥 먹여준다 -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의 첫 고백
김하종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저씨 옆에 앉아 살아온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이십대 시절, 사고로 크게 다쳐 하반신이 마비되었고 그때부터 30여 년을 이 지하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물었더니 "이웃 사람들이 나를 생각해 음식을 가져다주면 먹고 아니면 굶어요"라고 했다.
30여 년 동안 혼자서 그렇게 살아오셨다고 하니 마음이너무 아팠다. 어떤 도움이든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저씨,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했더니, 방을 정리해달라고 하셨다. 방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었고, 요강을 이용하고 있었다. 냄새가 심해 우선 요강부터 닦았다. 방 청소와 설거지를 한 후 다시 바닥에 앉았다. 그때 갑자기 아저씨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치감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제가 안아드려도 될까요?"
아저씨는 흔쾌히 "내, 신부님, 좋습니다"라고 응했다.
아저씨를 안는 순간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에 구역질이났다. 그런데 높랍게도 동시에 발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이 내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시간의 흐름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그 순간, 어떤 음성이 또렷하게 들렸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
예수님은 지하 방의 삶을 통해 그분의 상처를 보여주고 계셨다. - P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