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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109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출판사의 블라인드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된 책을 받았다.
책을 쓴 작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책.
제공된 정보는 『아몬드』 『유원』을 잇는 성장 소설이라는 것뿐이었다.
두 책 모두 기억에 남는 책이라 기대가 되었다.
책속에 동봉되어 온 작가의 편지에는 처음으로 손글씨로 작업한 책이라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나에게는 블라인드 서평단에 선정된 첫 책이라 여러 가지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책이 될 것 같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업 실패는 할머니, 삼촌 고모까지 어려움에 빠지게 했고, 호정은 할머니 집에서 자라게 된다. 집안을 감싸 돌던 원망의 분위기와 부모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으로 상처가 있는 호정은 아홉 살 어린 동생을 대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낯설다.
어느 날 학교에 은기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 보이지만 선뜻 물어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호정은 그런 은기와 친해지면서 그동안 가슴속에 감춰두었던 상처들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호정과 은기가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고 있을 때 호정과 사이가 좋지 않던 곽근과 그의 무리가 은기의 과거에 대한 소문을 퍼뜨린다.
은기가 그 일로 학교에 오지 않자 호정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일상생활조차 힘들어 한다,
거리를 헤매다 정신을 잃은 호정은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구조되고 ‘중증의 우울증 삽화’라는 진단을 받는다. 퇴원을 한 호정은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은기를 만나러간다.
책은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어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로 끝이 난다.
차갑고 딱딱한 얼어붙은 호수는 상처받은 마음을 보일 필요도 없고 더 이상 상처도 받지 않아 안전하다고 느끼는 호정의 마음이었다. 닫아버린 호정의 마음은 사춘기라는 봄이 오면서 호수의 얼음이 깨어지고 상처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얼음이 깨어지고 녹는 동안 많이 아프겠지만 지나고 나면 따뜻한 봄날 햇살을 받아 따뜻한 호수가 될 것이다.
혹독한 사춘기를 겪은 호정이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어떤 일은 절대로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나쁜 일만 그런 건 아니다. 좋은 일도, 사랑한 일도 그저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눈처럼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눈 내리던 날의 기억마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p.348)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다. 사춘기도 첫사랑도, 좋은 일이든지 나쁜 일이든지 모두 겪어내고 나면 그 기억은 언제까지나 남아서 나를 성장하게 할 것이다.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다.
*창비출판사의 블라인드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호수의일 #창비 #블라인드가제본 #청춘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