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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 - 휴대전화의 두뇌에서 인공지능의 두뇌로
제임스 애슈턴 지음, 백우진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2월
평점 :
제임스 애슈턴의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을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은 각종 가전제품, 컴퓨터, 스마트폰,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우리 일상을 지배한 대부분의 제품에 들어가있는 마이크로칩의 역사 이야기이며, 이를 만드는 애플, 아마존, 구글,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테슬라 등 모든 기업들이 이용해야만 하는 기업. 바로 영국의 마이크로칩(프로세서류,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ARM에만 초점을 다룬 책이 아니라 마이크로칩의 역사와 연관 된 기업들, 경영자, 기술자들, 기술들, 국가들 등이 함께 등장하며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지루한 감 없이 흥미진진하게 책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다양한 영웅과 스토리가 등장하는 삼국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한 권으로 마이크로칩의 역사, 그리고 그 가운데 자리한 ARM까지 아주 즐겁게 배웠습니다.
나눌 점은 꽤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것 몇 가지만 함께 해보겠습니다.
1. 산업의 분업 및 전문화
이 분야에서 어떻게 생소한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가 가능했는 지 궁금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돈이 많은 공룡기업들이 장악했던 시장이고, 혹시나 작은 기업들이 자리 잡아가더라도 돈이 되는 순간 새로운 경쟁자들이 출현하면서 가만히 둘 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이 책에 나와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칩에 대한 성능과 활용도가 증가하면서 수요도 커지면 당연히 돈이 될 줄 알았는 데 의외로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감당해야 할 투입자본의 크기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투입해야 할 자본은 늘어나는 데 기술경쟁은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악화되자 아무리 날고 기던 기업도 설계부터 제작, 판매 등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하기에 어려워지기 시작 한 것 입니다. 기술 집약적, 자본 집약적산업이 되어버린 것이죠. 결국 그러한 지점을 공략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곧 설계 따로, 제작 따로, 구매 따로 이렇게 분야가 나눠지게 됩니다.
마침 이러한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준 기업들이 ARM(칩 설계), ASML(칩 제조장비), TSMC(칩 제조)였습니다.
2. ARM의 강점 - 단순화
수 많은 칩 설계 업체들을 뛰어넘고 이 분야를 독점하게 된 ARM의 강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책을 통해 발견한 것은 단순함이었습니다. 효율과 집중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가격은 낮추고, 질은 높이고. 이 단순한 공식을 그들은 해냅니다. 물론 단순한 것과 쉬운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
3. ARM과 애플의 인연
재밌던 일화는 ARM의 탄생에 애플이 관여되어 있었더라는 점 입니다. 만약 애플이 그대로 ARM을 보유하고 있었으면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물론 이미 창출한 현금으로 잘 활용하기도 했고, ARM의 강점이 범용에 있으므로 애플의 폐쇄성 전략과 충돌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상상을 해봤습니다.
4. 경쟁자 인텔의 몰락
재밌는 점은 여러 기업들의 몰락도 볼 수 있었습니다. ARM을 만들었던 모회사 에이콘의 몰락, 마이크로칩 부분에서 함께 경쟁하던 인텔의 몰락, ARM을 모바일시장에 선점시켰던 노키아의 몰락 등 여러 사례들 입니다. 이들의 몰락 원인들을 알면 또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5.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ARM이 현재 독점적 지위를 가진 회사라고 말씀드렸지만, 책을 통해 드디어 경쟁자들의 출현을 볼 수 있었습니다. RISC-V 재단이며, 공교롭게도 ARM의 기술에 대한 폐쇄성이 한 몫 했습니다. 그리고 공짜를 내세운 그 경쟁자의 강점은 막강합니다.
물고 물리는 기업들 간의 기술경쟁, 시대를 잘못 만난 기업들의 기술, 기술이 발달 할수록 변화되는 생태계, 그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의 강점 등 여러 부분들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 같이 만든 저자의 스토리텔링 능력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배울 점 많고, 재밌고.. 그러면 충분한 것 아닌가요.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
외외로(?) 너무 알차고! 즐거웠기에! 강력추천 드리며 이만 서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