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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 더 코스 - 존 보글의 흔들림 없는 투자
존 C. 보글 지음, 조성숙 옮김 / 이콘 / 2023년 11월
평점 :
존 보글의 자서전 <스테이 더 코스>를 다 읽었습니다.
존 보글은 워런 버핏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인물로 세계 금융계에 대한 공헌과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철학 덕분에 ‘월가의 성인(St. John)’으로 불렸습니다. 1974년 뱅가드그룹을 설립해 1996년까지 CEO로 재직했고, 이후 2000년까지 명예회장으로 있었으며, 그 뒤에도 강연과 저술 활동을 이어가다, 2019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가장 큰 공헌은 1975년 세계 최초의 인덱스펀드인 '뱅가드500 인덱스펀드'를 세상에 출시하면서 장기적인 관점, 광범위한 포트폴리오, 투자비용 최소화 된 상품을 제공하여 경제성장의 평균적인 이익이 탐욕적인 금융기관이 아닌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돌아 갈 수 있도록 이바지 한 것에 있습니다.
* 책 중 - 인덱스펀드의 개념 자체는 단순하다. 주식시장 지수와 연동해서 모든 주식을 사서 보유하는 단순한 투자 방법으로, 투자자들에게는 시장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포트폴리오 회전율이 거의 제로에 가까우므로 거래비용은 최저이고 세금 효율적이다. 인덱스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는 거래비용이 거의 0에 수렴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이 주는 수익을 처음으로 온전히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기업을 적극적으로 선정하여 투자하는 액티브투자계의 워런 버핏과 같은 큰 기둥들이 있다면 존 보글은 지수의 평균을 추종하는 패시브투자계의 큰 기둥이었기에 존 보글의 자서전을 읽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꽤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나 <스테이 더 코스>는 2019년 1월 16일, 89세의 나이로 별세하기 직전 2018년 9월 1일에 완성 된 자서전이며 그가 주로 활동한 뱅가드의 역사와 펀드들, 고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읽어보니 이전 그의 많은 저서들에서도 많이 다뤘던 내용들이 다소 중복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의 말미를 앞두고 모든 내용들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느낌의 책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충분히 존 보글의 삶을 정리하고 애도하는 소장서적으로 가치가 있어보입니다. 또한 뱅가드의 역사와 다양한 펀드들의 사례들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성공요인과 실패요인들을 많이 배울 수 있으며 투자에 접목하기에 좋은 여러 아이디어들도 제공합니다. 성공과 실패, 두 가지를 잘 배운다면 책의 제목이자 그의 말처럼 스테이 더 코스(Stay the Course), 곧 흔들리지 않는 투자관점을 견지 할 수 있습니다.
* 책 중 - 1965년에는 회사 대표로 임명되었다. 누가 뭐라 해도 그 순간은 내 사회생활 1막의 정점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웰링턴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거의 10년 동안 투기 광풍이 몰아닥치게 되는 시장 상황에서도 웰링턴 자산운용사는 보수주의 투자를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도전 앞에서 나는 내 버팀목이자 길잡이별이 되어줄 좌우명이 필요했다.
"Stay the Course". 흔들리지 말라는 이 말은 지금까지도 나를 지탱해준다.
또한 <스테이 더 코스>를 통해 그가 평소에 중요하게 여겼던 기업으로써 뱅가드의 전략, 축 세 가지를 볼 수 있는 데 그런 부분도 꽤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 책 중 - 뱅가드의 상징인 상호소유구조와 선구적인 인덱스펀드 전략은 뮤추얼펀드 산업을 바꾼 두 가지 중요한 축이었다. 이 두 개의 축으로 뱅가드는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제3의 축은 바로 '사람'이다. 뱅가드와 뱅가드의 가치를 마음 깊이 소중히 여기는 헌신적인 사람들이 세 번째 축이었다. ... 뱅가드의 직원들은 서로를 아끼고 고객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길러왔다. ... 나에게는 그저 주주의, 주주에 의한, 주주를 위한 펀드 그룹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만이 있었다.
바로 세 축은 상호소유구조, 인덱스펀드, 사람이었습니다.
위에서 한 번 설명했다시피 뱅가드의 비용 최소화 전략은 고객유인의 효과도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도 의미가 있습니다. 원래는 금융회사에서 수수료로 거둬갔을 이익들을 고객에게 돌려주게 되면 그 이익만큼은 또 고객들에게 수익이기에, 곧 이 차이를 복리로 계산해보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는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 책 중 - S&P조사에 따르면 2017년까지 15년 동안 액티브 운용 펀드 중 90% 이상은 벤치마크 지수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여줬다. 액티브 펀드들의 연평균 수익은 벤치마크 지수보다 1%포인트를 하회했다. 반면 인덱스펀드는 투자자들에게 평균을 넘어 상위 10%의 수익률을 안겨주었다.
* 책 중 - 펀드운용사들은 산업이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절감한 돈의 거의 전부를 멋대로 수취해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 그 절감액 중 펀드 주주들에게 돌아간 돈은 하나도 없었다.
위에서 나온 1%포인트 차이, 이것은 금융회사들이 떼가는 수수료의 차이와 유사하며 곧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지수를 이길 수 없는 맹점은 여기에 있다고 존 보글은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금융회사들이 떼가는 수수료를 최소화하고 시장지수만 따라가게끔 돕더라도 상위 10%에 속하는 투자집단에 속하게 할 수 있고, 곧 이러한 수익을 뱅가드를 믿고 돈을 맡기는 고객들이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인덱스펀드라는 안정적인 투자전략을 이용해 온전히 투자자들에게 좋은 이익이 돌려 줄 수 있다면, 그 고객의 이익이 고객유인 효과가 되어 다시 기업에게도 좋은 방향으로 돌아올 것이며, 그러한 이익의 순환을 다시 고객들에게 비용 최소화 전략으로 돌려줘서 투자자와 기업이 서로 플라이휠 할 수 있는 구조가 되게끔 만들었던 것입니다.
고객 이익 -> 고객유인 효과-> 비용 최소화 -> 고객 이익 -> 고객유인 효과-> 비용 최소화 -> ... (무한루프)
이러한 구조의 실행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직원들과 고객들을 모두 소중히 여기고 서로가 신의의 의무를 다하게끔 하는 구조와 문화, 가치관 역시 만듭니다. 뱅가드의 핵심전략이 눈에 들어오시죠?
상호소유구조, 인덱스펀드, 사람
재밌게도 1951년에 쓴 졸업논문만 보아도 그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지, 또 어떻게 살아왔는 지 알 수 있습니다.
* 책 중 - 뮤추얼펀드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맡은 바 경제적 역할을 최대치까지 다할 수 있다. 첫 번째 기능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고, 두 번째 기능은 기관투자자만이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경제 성장에서 정당한 자기 몫을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스테이 더 코스>는 그 외에도 비대해진 인덱스펀드와 그 산업의 불안요소도 거론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고찰들도 여럿 담고 있습니다. 또한 양장본으로 좋은 재질감, 입체감, 옆면의 이쁜 색감과 제목 각인, 내부 조차 이쁜 디자인과 명료한 서체, 다양한 자료 등 전체적으로 책의 퀄리티가 좋아 소장하기에도 너무 좋은 느낌입니다.
곧 책의 가치와 퀄리티 모두 좋습니다.
마침 어제 제가 좋아하던 찰리 멍거의 작별소식을 들었는 데, 존 보글의 마지막 저서를 들고 있는 것도 기분이 묘합니다. 슬슬 투자계의 거목들이 하나둘 작별하는 듯하여 아쉬움이 많이 듭니다. 그들의 새로운 목소리는 들을 수 없고, 이제는 책을 통해 그들을 만나야겠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는 앞으로도 여전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투자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조금 더 일찍, 그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혜안을 얻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존 보글의 책 말미, 마지막 말을 남기며 서평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제 서평이 많이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책 추천 드립니다. 좋은 책을 서평 할 수 있게 해주신 출판사 이콘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 책 중 - 이번 회고록을 쓰면서 나는 "흔들리지 마라"에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게 되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잠깐만 존재하다가 떠난다. 그렇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필연적으로 맞부딪힐 인생의 고난과 고비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생산적이고 영예로운 삶을 누리다 떠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