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사 - 영상화 기획 소설
현영강 지음 / 잇스토리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서평 한마디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숨겨진 본능을 '향기'로 짐승의 뇌와 같이 조정해 마치 하이에나처럼 썩은 고기를 찾듯 한 사람의 인생을 밑바닥까지 떨군 지독한 향을 내뿜는 책.

약물이 중독된 사람들은 있지만 후각의 지배를 당하는 사람은 뇌의 쾌락 중추가 망가져 고통과 황홀경조차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정화는 각도기, 다정이는 정화의 기울기. 그런데 각도기가 부러지면, 기울기는 추락하고 만다. 그러면 다정의 추락의 끝은 어디일까?

수능을 마친 정화와 다정은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어리다고 하기보다 철부지였기에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풋풋한 각자의 향기를 갈망하다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열아홉, 사랑이란 단어로 서로를 하나의 향기로 말하기는 어려웠고,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서로의 향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착륙할 즈음 그 둘의 관계는 멈췄고 서로 다른 향기로 각자의 삶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정화는 김영일 국장과 기자로 활동하고, 다정이는 넉넉하지 못한 생활로 가난의 찌든 냄새와 비 온 뒤 젖은 운동화에서 나는 썩은 냄새의 고된 향으로 뒷골목의 창녀로 살아간다.

정화와 다정은 같으면서도 다른 향기를 갖고있다. 그런데 지옥 굴에 떨어져 썩은 향내를 품고 있는 다정이가 정화를 부른다.

어릴 적 비 오는 날 다정이 정화의 집을 찾았을 때 정화의 아버지는 다정에게서 이상한 냄새를 맡은 듯 인상을 찌푸리자 당황한 다정이는 다시 빗속으로 뛰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정화와 다정이의 향기는 서로 다른 향이었을까. 이제는 다정이에게 죗값을 치워야 한다. 다정에게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 지옥에 가려면 향수를 뿌려야 한다. 그 향수를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시각이 차단된 어둠 속 그의 후각은 자연스럽게 발달되었다. 싸구려 향수 냄새 찌든 땀 냄새, 역겨운 담배냄새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저 밑바닥의 썩은 냄새. 그 지옥으로 다정을 위해 정화는 이제 그 향수를 뿌리고 몽롱한채 들어간다.
  

"물어, 더 세게 물어. 다정아."
눈물이 고였지만, 떨구지 않았다. 살점이 뜯겨 나가는 고통속에서도 나는 다정이의 몸을 내 품으로 더욱 강하게 짓눌렀다. 피투성이가 된 병실바닥 위로 우리의 그림자가 엉겨 붙었다. 이것이 죄값이다.

19년전, 비가 내리던 내 알랑한 우산 속으로 이 아이를 끌어들였던 위선의 대가.
아버지의 폭력을 방관하고 가난의 냄새를 혐오하며 도망쳤던 오만함의 청구서.
- p1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