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살고 싶었다
이자영 지음 / 보노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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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이 아닌 작가 이자영의 우울증 치료과정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논픽션이라 사실 부족한 내가 서평을 하기란 매우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작가는 어린 시절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고는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원하는 대학도 들어가 외교관이나 소설가로서의 꿈도 꾸며 취업에도 성공했는데 왜 갑자기 직장 스트레스도 아니고 문득 힘든 기억이 떠올라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을 탓하며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우울증이란 병으로 힘들어했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서평으로 받아든 샘플북이라 자세한 이야기가 서술되지 않았는지 일단 나의 궁금증은 한쪽에 밀어놓고 ‘사실은 살고 싶었다’ 이 문장이 너무 마음에 와닿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사실 심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울증을 겪고 있는 분에게 이 책을 전해 주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이순간도 자살의 충동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살려고 노력중인 모든 이에게 잘 버텨줘서 감사하고 지금껏 살아내 줘서 고맙다는 인사부터 하고 싶다.

이자영 작가는 유년기의 기억은 거의 없다고 한다. 너무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부모님의 별거와 가부장적이며 폭력적인 가정은 그 당시 쉽사리 찾아볼 수 있지 않았나 싶지만, 특별히 내성적이면서도 소극적인 성격으로 어려서부터 자신만의 그늘에 갇혀 그 알 수 없는 터널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쳤던 그녀의 우울한 감정이 그녀를 우울증으로 몰아넣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몸부림의 감정은 성인이 되어서야 우울증이란 병으로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참다못해 알 수 없는 고통으로 너무 힘들어 죽겠다며 정신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다. 그렇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감옥에 가뒀으며 세상과의 벽을 쌓아 불을 끄고 철저히 고립되었다. 감정도 차단하고 살 용기는 꿈에서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치료하는 주치의에게는 반항심으로 치료를 거부하며 자신을 포기해줄 것을 부탁하다 병원에서 쫓겨난 경우도 있다. 그녀는 마치 작은 정사각형의 흰색 방안에 자신을 스스로가 가뒀다. 자신의 마음의 감옥에.

산다는 것과, 살아 내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산다는 것은 지금 내가 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외줄타기다. 언제 어느 때에 떨어질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렇다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심정을 한평생 불안해하며 우울해하며 살 수는 없다. 그 언젠가가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르나 우리는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어찌되었든 잘 살아내야 한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사실은 살고 싶었다.
나 역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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