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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을 꿈꾸는가 - 인간과 비인간, 그 경계를 묻다
제임스 보일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스스로 창작을 하는 시대에 우리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 정말 존재하는가. <AI는 인간을 꿈꾸는가>는 이러한 질문을 철학적으로 탐구한 책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지능과 감정, 도덕성이라는 경계를 기술이 점차 넘어서고 있는 지금, 우리가 인간다움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 나갑니다.

책은 먼저 ‘인격’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불완전한 개념인지를 보여줍니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인격을 인간에게만 부여해 왔지만 그 기준은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 뒤집혔습니다. 흑인에게 인권이 부여된 것은 고작 200년이 되지 않았고 르완다에서 후투족이 투치족을 학살한 일은 불과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민족 구분조차 정복자인 벨기에가 임의로 나눈 인위적 경계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인격의 개념조차 얼마나 가변적이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형성되어 왔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더 나아가 흑인 인권운동의 직접적인 촉발점이 단순히 사람들의 인식 향상이 아니었다는 점도 이 책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노예제의 잔혹함을 낱낱이 드러낸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북부의 기독교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키며 변화를 만들어 냈듯이 인간의 ‘인격’은 논리보다 감정과 공감의 힘에 의해 확장되어 왔습니다. 결국 인간이 인간으로 인정받는 과정조차 기술적이거나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감정의 반응’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인격이라는 개념은 지금도 여전히 불안정한 토대 위에 놓여 있습니다.

저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각으로 법의 세계를 살펴봅니다. 우리는 이미 ‘법인격’이라는 제도를 통해 문서로만 존재하는 기업이나 기관에 인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계약 서류를 통해 새로운 ‘불멸의 인공 개체’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이 인공적 존재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해 왔고 이는 곧 인공지능에게 인격을 부여할 가능성이 결코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책은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경계, 즉 제목에 등장하는 ‘THE LINE’을 도발적으로 묻습니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며 그 경계선은 누가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저자는 언어와 사고, 감정, 윤리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시대에 단순히 기계와 도구로만 바라보는 인공지능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줍니다.
<AI는 인간을 꿈꾸는가>는 결국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우리가 오랜 세월 쌓아온 인격의 개념조차 역사적으로 유동적이었듯이, 앞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인간다움의 기준 역시 다시 쓰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그 미묘한 선, ‘THE LINE’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질 것임을 이 책은 묵직하게 묻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사유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