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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디아스포라 - 이민 선조들의 나라찾기 이야기
차만재 지음, 김문섭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캘리포니아 디아스포라》는 낯선 땅, 미국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에 정착한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어떻게 삶의 뿌리를 내리고 역사의 주역이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복원한 책입니다. USC 행정학 박사 출신이자 캘리포니아 주립대 명예교수인 저자 차만재는 오랜 기간의 집요한 연구와 자료 수집을 통해 우리 역사 속에서 잊혀 있던 이민 1세대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 놓았습니다.

1900년대 초, 수 많은 한인 이민자들은 중국인과 일본인의 뒤를 이어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 농경지인 프레즈노, 다뉴바, 리들리등에 정착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한인 공동체가 다른 아시아계 공동체와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을 제시합니다. 바로 기독교 교회 중심의 강력한 결속력입니다. 당시 유교, 도교, 불교 등 전통 종교를 중심으로 뭉쳤던 중국인, 일본인 공동체와 달리, 한인들은 교회를 구심점으로 삼아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이러한 종교적 구심점은 2세들이 교회를 통해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조국의 독립운동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 책은 또한 해외 이민 사회 내부에서 발생했던 이념 갈등의 단면을 세밀하게 포착하여 보여줍니다. 특히 ‘리들리 3인방’으로 불린 김호, 김형순, 한덕세의 행적과 이승만 전 대통령과의 복잡한 관계는 당시 한인 사회의 정치적 역동성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중도 좌익 성향을 띠었던 김호와 보수 엘리트주의를 표방한 이승만 사이의 대립은 광복 이후에도 봉합되지 못하고 이승만이 남한에서 단독정부를 수립하게 되면서 한국은 분단의 길을 걷게 됩니다.
《캘리포니아 디아스포라》는 잊혀가던 초기 한인 이민의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해낸 중요한 연구서입니다. 이는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낯선 환경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조직하고 유지하며, 그 속에서 어떤 희로애락과 정치적, 인간적인 갈등을 겪어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자 했던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 그들의 뜨거운 독립 의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복잡다단한 인간적인 역사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