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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퍼즐 - 기술봉쇄의 역설, 패권전쟁의 결말
전병서 지음 / 연합인포맥스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미국 중심의 경제가 트럼프 2기를 맞으면서 흔들리는 지금 중국의 존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차이나 퍼즐>은 이러한 복잡한 국제 질서 속에서 중국이라는 거대한 변수를 중심에 두고 경제와 정치의 움직임을 짚어내는 책입니다. 단순히 중국의 부상을 긍정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관계, 기술 패권 경쟁, 그리고 한국이 그 사이에서 취해야 할 방향을 함께 다룹니다.

미중패권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은 중국의 제조의 덫에 중국은 미국의 달러의 덫에 서로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기술과 금융을 앞세워 경제를 움직이는 동안 중국은 제조 중심의 경제를 통해 세계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 상승률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이 저가 제조업으로 미국의 소비시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며 사실상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완충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 상호 의존적 구조가 단순한 경제 협력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약점을 묶어두는 ‘덫’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은 달러 패권에 기대어 소비 중심의 구조를 강화했지만 생산 기반이 약화되었고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축적했지만 달러 중심의 금융 체계에 묶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가 서로의 시스템에 깊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 이어집니다. 이처럼 저자는 미중 관계를 일방적인 경쟁 구도가 아닌 상호 의존 속의 갈등으로 바라보며 그 복잡한 균형이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낳고 있다고 짚습니다.

또한 ‘차이나 퍼즐’을 푸는 핵심은 기술 경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반도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에서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지를 수치와 사례로 보여주며 기술력의 확장이 결국 지정학과 산업 구조를 동시에 흔든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의 대립 속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가 제시됩니다. 한국이 미국 중심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시장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저자는 ‘탈중’이 아닌 ‘진중’ 즉, 전략적으로 중국 안으로 들어가 현실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길을 제안합니다.

<차이나 퍼즐>은 방대한 데이터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그 속의 흐름을 읽어내는 책입니다. 각 장마다 제시되는 구조적 분석은 독자가 국제 뉴스를 새롭게 해석하도록 돕습니다. 경제나 외교에 관심이 많은 독자뿐 아니라 기업 전략이나 산업 변화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유용합니다. 복잡한 세계 정세를 단순한 선악 구도로 보지 않고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결국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곧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지금의 국제 경제는 미국과 중국 두 축의 움직임에 의해 형성되고 있으며 한국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차이나 퍼즐>은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한 사고의 지도를 제공합니다.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의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고민해보는 독자에게 이 책은 실질적인 통찰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