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 좋아서 0.38 흑 주문해 봤는데 그냥 그러함
영혼을 갈아 넣은 책 만들기가 철학인 출판사의 그야말로 분투기. 쥐가 뛰노는(...) 주택 사무실에서 동그란 밥상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머리와 무릎을 맞대고 ‘어떻게 하면 독자를 더 기쁘게 할 수 있을까?‘ 회의를 하고 때때로 야생의 감각을 일깨우자며 무계획 합숙을 떠나는 출판사에다 분업은 꿈도 못 꾸고 맡은 일 이상을 해야만 회사가 돌아간다는데 나는 못 다닐 것 같다. 다행이랄지 월급은 제때 지급한다고. 진지하게 대충 대충 일한다니 무슨 회사가 이래; 그럼에도 자못 정색하며 책 한 권의 힘을 믿는다는 말이 깊은 울림을 준다. 손수 만드는 POP와 독자 엽서에 일일이 답장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시대가 어느 땐데 하면서도 미소가 걸리는 건 왜일까. 미시마샤의 건투를 빌며 한국의 작은 출판사들의 분투 또한 응원한다. 책 한 권 한 권의 힘들이 모여서 모두 모두 100년을 바라보는 출판사가 되기를.
엄마와 심리적 거리 두기, 한 귀로 듣고 흘리며 적당히 맞장구치기, 엄마가 외로운 게 내 탓이 아니란 걸 깨닫기. 이미 다 해 봤지만 결국은 안 되니까 이런 책들이 자꾸 나오고 이 책은 좀 다를까 하고 읽어 보는 걸 텐데... 다르지 않았다.
새내기 유령 읽고 나서 오랜만에 그림 그리고 싶어졌다. 색이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실물 책을 보면 파랑이 다 같은 파랑이 아니다. 나도 어릴 때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들었고 믿었다. 지구과학을 배우고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걸 알았지만 난 지금도 그렇게 믿고 싶다. 다정한 친구 같은 죽음을 말하는 책.
쇼코의 미소. 어떤 단편은 시간이 흘러도 어제 읽은 듯 생생히 떠오를 때가 있는데 올해는 쇼코의 미소가 그랬다. 주인공이 일본으로 쇼코를 찾아가던 길의 풍경, 한여름에도 차갑던 팔짱, 땀처럼 흐르던 찜찜한 감정들... 마음 깊이 먹먹했던 순간들을 그들과 나눈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