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밀사 - 일본 막부 잠입 사건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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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창작은 아주 작은 사실에서 출발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도 1746년의 조선 통신사 일행 중 한 사람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작가는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작은 사실이긴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하고 그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팩션은 지금 소설계에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흐름 속에서 앞으로 팩션의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팩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진화해 나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앞으로 창조되어야 할 소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왕의 밀사』는 기존의 팩션의 모습에서 한층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의 소설들이 역사적 사건과 허구를 조합해 팩션을 만들어 냈다면, 왕의 밀사는 사실과 허구 그리고 추리적인 기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게다가 사건의 무대는 일본. 때문에 국제 정치 관계까지 얽혀있다. 기존의 소설들이 역사적 사건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고 있지만, 추리적인 요소와 정치적 역학 관계에 소흘 했다면 왕의 밀사는 그 부분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때문에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 박명준은 임진년에 포로로 끌려갔던 도공의 후손이며, 역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로 설정된 된 것이다. 조선 사람이면서 일본의 정치적 흐름과 언어에 능통하며, 조선인의 시선이 아닌 중간자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 볼 수 인물. 그 덕분에 소설은 더욱 큰 세계관을 가지게 된다.

 소설은 조선 통신사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외교 임무를 가지고 있는 소재를 이용하고 있다. 새로운 소재와 추리 소설 형식의 이용 그리고 정치적 역학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소설보다 한층 발전된 소설이라 평하고 싶다. 그러나 인물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이야기의 몰입도가 적었다는 것이 아쉽다. 그럼에도 소설을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것은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누구의 음모로 인해 살인이 벌어졌으며, 왕이 내린 밀서의 내용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에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새로운 소설을 그려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할 뿐이다. 『왕의 밀사』는 팩션의 스케일과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는 것을 증명한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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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1 - 투사편, 인간의 운명을 가를 무섭고도 아름다운 괴수 ㅣ 판타 빌리지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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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나 이웃집의 토토로 같이 대자연의 장엄함과 웅장함을 맛 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원령공주나 토토로 보다 한층 성숙한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그리면서도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 길들여지는 투사와 왕수.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운 두 동물의 존재. 그리고, 그 동물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 구조와 금단의 사랑이 판타지 세계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판타지 세계라고 하면, 요정과 마법 빗자루가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세계만을 상상하기 쉽지만, 야수가 그리고 있는 세계는 비정함도 지니고 있다. 투사를 돌보는 일을 담당하는 에린의 어머니는 갑작스런 투사의 죽음 때문에 처형을 당한다. 아료라는 신비하지만, 저주 받은 일족의 피를 타고난 에린은 동물을 관찰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였다. 그러나 그 순수한 힘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견해 차이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왕수를 살리고 싶다는 소망에서 비롯된 에린의 노력은 자연의 일부인 왕수를 길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야생의 위험한 동물을 길들여 인간의 삶에 끌어 들이는 것은 이미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훼손하는 것은 아닐까? 들판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먹잇감을 사냥하고 날고기를 먹는 야생의 모습이 진정 자연의 섭리에 맞는 일임에도 주인공 에린은 그 모습에 낯선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길들여진 왕수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때문에 에린은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 그럼에도 길들여진 왕수는 에린을 구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것. 그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준으로 자연을 제단 할 수는 없다. 인간은 도덕과 인성이 존재하듯 동물이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왕수 곁에서 수금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에린의 가려린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과 그로 인해, 생겨난 갈등들. 야수의 스토리는 간결하지만, 그 풍성한 이미지와 구성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구의 판타지와는 다른 동양적인 판타지, 마치 수채화처럼 은은한 빛깔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잘 그려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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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갈릴레오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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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방법으로 살해당한 피해자와 그들의 추적하는 경찰. 추리 소설의 기본적인 도식이다. 『탐정 갈릴레오』도 그 도식에 충실한 소설이다. 그럼에도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기묘한 살해 방법에 있을 것이다. 5장으로 구성된 소설들을 살펴보면, 1장 타오르다, 2장 옮겨 붙다, 3장 썩다, 4장 폭발하다, 5장 이탈하다의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소설들은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한 방법으로 살해  당한다. 그럼에도 결국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은 충실한 과학적 증명에 있다. 아마도 이런 충실한 설명은 전기 공학부를 졸업한 작가의 이력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잘 알 수 없는 물리학 이론을 통해 범인을 잡아내는 유가와 교수는 작가의 지식이 낳은 산물이다. 

  추리 소설엔 늘 범인을 추적하는 천재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이성적이며, 명확한 논리를 가진 치밀한 과학자 스타일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물리학 조교수인 유가와는 추리 소설의 탐정 역에 적격인 인물이다. 논리적이며, 과학적인 인물이지만 손님에겐 더러운 컵에 인스턴트커피 외엔 대접할게 없는 사교성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쪽이 논리적인 인물이라면 경찰로 등장하는 구사나기는 감성적인 인물이다. 홈즈와 왓슨처럼 둘은 서로를 상호 보완해 가며 이야기를 전개 시킨다. 이성적 인물과 감성적 인물. 그 둘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 지고, 흥미진진해 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둘 모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살해 방법과 살해 동기 그 두 가지 모두를 파악하기 위해 정반대의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유가와가 살해 방법을 밝혀내고, 감성적인 구사나기가 살해 동기를 밝혀내는 힌트를 제공하는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 시킨다. 그리고, 사소한 일이지만 결국엔 살인에 이르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 심리묘사를 통해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하찮은 계기이지만 그로 인해 살인까지 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그 작은 계기를 밝혀내는 주인공. 소설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발견된 기괴한 시체,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랄한 살인범. 그를 추적하는 엉뚱한 천재와 인간의 추악한 내면. 더운 여름밤 잠들기 힘든 열대야 속에서 꼭 한번 읽어 볼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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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ㅣ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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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졌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하고, 서글픈 것인가라는 생각에 코끝이 찡했다.
홀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온기를 찾고 있는 서글픈 존재.
그 나약함으로 인해, 악인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유이치의 삶이 너무 애처로웠다.
그리고, 유이치를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는 다른 사람들조차 미워할 수 없었다.
그들은 다만 나약한 인간일 뿐 어느 누구 하나 악인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약함으로 인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만 그들을 진실로 악인이라 할 수 있을까?
순간의 실수로 사람을 죽인 유이치는 끝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어린시절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트라우마 탓일까?
그의 행동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꾸밈없고, 서투르고 눈물이 날 정도로 순정적이다. 
  그럼에도 답답할 정도로 외면당하고, 버림받는다. 유이치가 바란 것은 곁에서 온기를 나눠줄 사람이지만, 그가 사랑하는 여인들은 늘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처음 만난 상대와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나누지만, 마음만은 나눌 수 없는 사람들.
그런 소통의 부재로 인해, 야기된 비극이 비단 유이치만의 문제일까?
방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어느 누구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순간적인 쾌락을 찾아 헤매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아닐까?
쉽고 간단하게 쾌락은 나누지만,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픔을 나누는 가장 인간적인 관계를 외면하고 있는 현대의 세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리라.

 

  인간은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라는 고민은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온 물음이다. 그러나 그 물음에 앞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고, 애처로운 존재이다. 그럼에도 서로와의 관계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하루빨리 사건을 잊고…… 마고메 씨의 행복을 찾길 바란다고…… 그녀에게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순 없겠지만, 그 말만은 꼭 전해주십시오. 날 미워하겠지만, 내 말 따윈 듣고 싶어 하지도 않을 테지만, 그 말은, 그 말만은 꼭 전해주십시오…….” p.471 

 

 

 유이치의 마지막 대사가 귓가에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서글픈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은 다만 착각일까?

그 눈동자는 유이치의 눈이였을까?
아니면 타인과 온기를 나누길 원하는 또 다른 사람의 눈동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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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3 - 흑색화약전쟁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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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황금 나침반, 해리포터 요즘은 가히 판타지의 전성기라 말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웅장한 스케일의 판타지들이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판타지는 현실이 아닌 허구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일상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판타지를 읽는 독자들의 즐거움이다. 
 때문에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들의 가장 어려운 점은 아마도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테메레르는 일반적인 판타지 작품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대부분의 판타지들은 현실과는 다른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에 반해 테메레르는 현실에 기반을 둔 판타지이다. 물론 용이 등장하고, 공군 소속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역사적 사실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은 완벽한 허구로 이야기를 써나가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일 것이다. 역사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는 것이니까 역사에 박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역사를 해석하는 주관까지 뚜렷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메레르는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판타지와 차별화된다. 게다가 자신의 주관을 가진 용이라니, 더욱 새롭다. 용은 판타지의 단골 등장 인물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도우미나 악역으로 조연일 뿐이였다. 그러나 테메레르는 용과 인간의 교감과 둘이 함께 싸워 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1권은 테메레르와 주인공의 만남과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였다면 2권은 서로의 차이점을 알아가는 단계였으며, 3권(흑색 화약 전쟁)은 차이점을 조율해 앞으로 둘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왠지 이렇게 설명하고 나니 무척이나 재미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읽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이다. 아마도 전투라는 상황이 그런 역동성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게다가 인간이 아닌 테메레르라는 존재는 사람의 눈으로 보자면,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로 아이 같은 면을 지니고 있어서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한다. 게다가 중국에서 프러시아까지의 긴 여정에서 겪게 되는 돌발 상황과 전투, 그리고 새로운 등장 인물들로 인해 단숨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면 테메레르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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