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 1 - 투사편, 인간의 운명을 가를 무섭고도 아름다운 괴수 ㅣ 판타 빌리지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야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나 이웃집의 토토로 같이 대자연의 장엄함과 웅장함을 맛 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원령공주나 토토로 보다 한층 성숙한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그리면서도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 길들여지는 투사와 왕수. 위험하면서도 아름다운 두 동물의 존재. 그리고, 그 동물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 구조와 금단의 사랑이 판타지 세계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판타지 세계라고 하면, 요정과 마법 빗자루가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세계만을 상상하기 쉽지만, 야수가 그리고 있는 세계는 비정함도 지니고 있다. 투사를 돌보는 일을 담당하는 에린의 어머니는 갑작스런 투사의 죽음 때문에 처형을 당한다. 아료라는 신비하지만, 저주 받은 일족의 피를 타고난 에린은 동물을 관찰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였다. 그러나 그 순수한 힘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견해 차이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왕수를 살리고 싶다는 소망에서 비롯된 에린의 노력은 자연의 일부인 왕수를 길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야생의 위험한 동물을 길들여 인간의 삶에 끌어 들이는 것은 이미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훼손하는 것은 아닐까? 들판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먹잇감을 사냥하고 날고기를 먹는 야생의 모습이 진정 자연의 섭리에 맞는 일임에도 주인공 에린은 그 모습에 낯선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길들여진 왕수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때문에 에린은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 그럼에도 길들여진 왕수는 에린을 구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것. 그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준으로 자연을 제단 할 수는 없다. 인간은 도덕과 인성이 존재하듯 동물이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왕수 곁에서 수금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에린의 가려린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과 그로 인해, 생겨난 갈등들. 야수의 스토리는 간결하지만, 그 풍성한 이미지와 구성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구의 판타지와는 다른 동양적인 판타지, 마치 수채화처럼 은은한 빛깔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잘 그려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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