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장을 덮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졌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하고, 서글픈 것인가라는 생각에 코끝이 찡했다.
홀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의 온기를 찾고 있는 서글픈 존재.
그 나약함으로 인해, 악인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유이치의 삶이 너무 애처로웠다.
그리고, 유이치를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는 다른 사람들조차 미워할 수 없었다.
그들은 다만 나약한 인간일 뿐 어느 누구 하나 악인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약함으로 인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만 그들을 진실로 악인이라 할 수 있을까?
순간의 실수로 사람을 죽인 유이치는 끝없이 사랑을 갈구한다.
어린시절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트라우마 탓일까?
그의 행동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꾸밈없고, 서투르고 눈물이 날 정도로 순정적이다. 
  그럼에도 답답할 정도로 외면당하고, 버림받는다. 유이치가 바란 것은 곁에서 온기를 나눠줄 사람이지만, 그가 사랑하는 여인들은 늘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처음 만난 상대와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나누지만, 마음만은 나눌 수 없는 사람들.
그런 소통의 부재로 인해, 야기된 비극이 비단 유이치만의 문제일까?
방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어느 누구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순간적인 쾌락을 찾아 헤매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아닐까?
쉽고 간단하게 쾌락은 나누지만,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픔을 나누는 가장 인간적인 관계를 외면하고 있는 현대의 세태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리라.

 

  인간은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라는 고민은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온 물음이다. 그러나 그 물음에 앞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고, 애처로운 존재이다. 그럼에도 서로와의 관계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하루빨리 사건을 잊고…… 마고메 씨의 행복을 찾길 바란다고…… 그녀에게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순 없겠지만, 그 말만은 꼭 전해주십시오. 날 미워하겠지만, 내 말 따윈 듣고 싶어 하지도 않을 테지만, 그 말은, 그 말만은 꼭 전해주십시오…….” p.471 

 

 

 유이치의 마지막 대사가 귓가에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서글픈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은 다만 착각일까?

그 눈동자는 유이치의 눈이였을까?
아니면 타인과 온기를 나누길 원하는 또 다른 사람의 눈동자였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