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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심리학 - 자존감 도둑과 영혼 살인마에 관한 보고서
김현철 지음 / 북뱅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김현철 - 뱀파이어 심리학
김현철 선생님은 강연과 무한도전을 통해 알게된 우리 대구지역의 정신과 의사입니다. ^^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던 구수한 사투리로 특유의 눈웃음과 함께 독특한 논조의 강연을 즐겨 보았는데 1년여 전부터는 강연에서도 못 뵌 거 같아요.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란 책은 강연을 듣고 책을 샀습니다. 강연이 너무 좋아서 책을 샀지만 책이 내담자들의 꿈과 해석으로 이뤄져있어 제 꿈에 적용하기도 힘들고 꿈을 이해하기도 애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작년의 강연부터 뱀파이어 관련 방송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던 차에 발견한 책이라 읽게 되었습니다. 표지는 신비롭고 깔끔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글자크기, 중간이 적당해 읽기 좋았고 책이 작고 가벼워 들고 읽기에도 좋았습니다.
대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도 제 자신을 뱀파이어의 희생양으로만 생각해 왔습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은 내게서 에너지를 뺏어가고 되돌려줄줄 모른다고 생각했고, 어느 누구든 같이 있을 때는 몰랐지만 헤어지면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맥없이 늘어지기 마련이였습니다. 그건 너무도 소심한 성격탔이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오랜 피해의식은 제게도 많은 상처를 남긴 거 같습니다. 나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은 어른이 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과정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심리학, 인문학 책을 일부러라도 찾아 읽게 되고 사소한 것에도 상처받는 제 어린 마음을 다독이곤 합니다. 제대로 자신을 알아야 비뚫어지지 않겠고 책으로 간접 경험을 하며 덜 아프기를 바랬던 거 같습니다. 책을 읽을 수록 이랬던 제 자신이 점점 부끄러워지기 시작했고 고개도 끄덕이게 됩니다.
인간은 뱀파이어, 댐파이어, 인간으로 각각의 그 특성대로 나누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심리학의 오류는 사람을 분류해 놓고 보자는 식으로 그 개인의 특성파악에 오류를 낳는 것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이 분류도 그런 오류로 생각했지만 책을 읽을 수록 그 특성이 강한 쪽으로 사람을 분류할 수도 있겠구나 점점 설득되어져 갔습니다. ^^; 이 책은 분류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 인간에겐 이런 특성들이 있다는 것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이야기해주고 있어 어렵지 않은 심리학책입니다. 역시 쉽고 재미있는 강의를 하시는 것처럼 점점 책도 쉽고 설득력있으면서 재미도 있는 책을 써주시는 거 같아 희뭇했습니다.
제일 좋았던 점은 보았거나 보지 않았던 영화를 예시로 들어 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마치 미래의 심리학자가 과거의 영화들을 재미로 보는 것이 아닌 인문학적인 기록 영상이라는 듯 이야기하는 형식이 저자 특유의 재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소 쉽게 보고 잊어버렸던 많은 영화들, 다양한 분야의 영화들을 인간을 해석하는 인문학적인 툴로 보고 접근해 역시 인간은 한두개의 특성으로 분류될 수 있는 간단한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미묘하고 파면 팔 수록 재미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환자 혹은 내담자의 꿈으로 그를 진단하기로 유명합니다. 꿈과 함께 우리 현대인이 믿기 힘든 전설, 신화 등을 소개하며 인간의 내면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저자는 꿈과 관련된 책을 내고 꿈이 사람의 얼마나 깊은 내면을 투영하는 것인지 알려 주었습니다. 저도 작년에 고혜경 박사의 꿈 수업을 들은 후 그 책을 접해서인지 공감이 많이 되었었는데요. 개꿈으로 지나쳤던 이상한 꿈들이 사실은 내면의 무의식과 과거에서 쌓아져 몸에 기억된 것들의 영향이란 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중 누군가는 뱀파이어라는, 아니 우리 안에는 뱀파이어를 내재하고 있다는 말은 일견 섬칫하게 느껴집니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모두는 인간이고 인간은 그저 그런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새삼 우리가 동물이라는 깨달음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면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즐겨 보는 강연인 <생활기스 연구소>는 우리가 정신질환으로 알고 병원의 도움을 받으려는 많은 증상들이 사살 살다 보면 생기는 생활기스와 같이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견 심각한 증상으로 들려도 인간은 원래 못나고 우울하고 불행한 존재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자신의 증상에 갇혀 오버하지 말고 차분히 원래 인간은 그런 것이라 이해하면 문제는 간단하다고 역설합니다. 이 책은 그보다는 더 우리 인간을 높이 쳐 계급까지 만들어주고 있지만, 문제의 요인을 안고 있는 존재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역설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취지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심리학을 심리학으로 연구하지 않고 외부적인 영화 등으로 접목해 설명하고 있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심리학 책이였습니다. 인간인 우리는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과히 높이 평가하곤 합니다. 다양한 문제의 원인들을 안고 있는 존재임을 역설하고, 그 다양한 문제의 근원은 어떤 것들인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