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천국 - 치매 감동 스토리
김종숙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김종숙 - 어머니의 천국






  얼마전 지인이 치매 초기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정하시던 분이 갑자기 치매라니 통제되지 않는 슬픔에 쌓였었는데요. 초기이면 약으로 어느정도 조정이 가능하다는 말에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나빠지실까 더 신경쓰게 되고 건강하시도록 더 많이 보살피게 됩니다. 의학이 발달되고 약이 좋아졌는데도 속절없이 휘말리게 되는 치매는 세상에서 제일 그 가족들을 슬프고 힘들게 하는 병 중 하나입니다. 그와 관련된 책이라기에 선뜻 읽게 된 책입니다. 책은 작고 가벼웠고 글자가 크고 줄간이 넉넉해 읽기 좋았습니다.


  작가의 첫 작품입니다. 작가처럼 생겼다는 말에 선뜻 글을 쓰기로 했다는 말에 위트가 느껴졌습니다. ^^ 뿔뿔이 흩어 사는 가족들에게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딸이 쓰는 소식지를 나누며 작가의 길을 시작하게 됩니다. 긴 병에 효녀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있음에도 함께 하지 못하는 아픔과 슬픔을 가진 형제 자매들에게 어머니의 소식을 전하며, 인간이란 미매한 존재가 그렇듯 어머니에게 무의식적으로 생겼을 악한 감정과 나태함을 다스렸을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치매를 몰라도 너무 몰랐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경험 수기보다는 의사들의 책이 더 읽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치매는 처음에 어떤 증상으로 알아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더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하는 것들이요. 책에서도 같이 어울리는 할머니들끼리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찾으면서 그 초기 증세를 보였다는데 실상 치매라고 느끼기엔 늘상 있는 건망증 증상처럼 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치매 환자들이 먹는 약을 맹신하지 못하는 저자의 투약 습관을 보며 좀더 믿을 수 있는 약은 없는걸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치매 어머니를 요양원에서 모시다 집으로 다시 모십니다. 그러며 생긴 일들을 형제 자매들과 나누는 듯 합니다. 과거 현재를 오가는 어머니의 기억,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런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기록하며 자신의 마음속 상처도 치유가 되었을까요. 글에서는 그런 기미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소설처럼 잘 쓰여져 있어 놀랐습니다. 가끔은 대화형식으로 익살맞게 기록하고 있어 울다 웃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임종 모습까지 자세히 전한 후 어머니의 과거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치매전에 미리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장례식에서 읽으며 책은 끝나고 있습니다. 자신의 슬픔에 빠지면 그 슬픔과 아픔을 표현하는 책이 되기 쉬웠을텐데 저자는 어머니를 어린 아이 보살피듯 살뜰히 돌보면서 그 슬픔에 사로잡히지 않고 있었던 일들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럼으로 치매환자가 있는 가족, 치매를 미리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그들 홀로 겪는 고난이 아니며 어찌 치매라는 병에 대처할런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밝히기 힘들었을 가족의 과거와 어머니의 치매가 이어져 있는 건 아닐까, 미처 치유하지 못한 상처가 치매로 나타난 건 아닐까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읽기 쉽게 글은 짤막했지만 다 읽고 나면 아름다운 문학 작품처럼 여운이 남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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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숙 2020-02-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어머니의 천국을 쓴 작가입니다.
오랜만에 서평을 읽고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