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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일반판)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북한 작가의 소설을 읽을 수 있다니.'
소설 『고발』이 북한 작가 반디의 작품이라고 해서 놀랐다.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출간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소설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고발』은 총 7개의 단편으로 이뤄져있다.
탈북기
유령의 도시
준마의 일생
지척만리
복마전
무대
빨간 버섯
탈북기를 읽으며
북한에서는 신분이 대물림하여 족쇄 처럼 따라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야기는 시댁의 신분 때문에
남편과 조카가 부당한 일을 겪는 걸 마음 아프게
지켜봐야하는 아내가 쓴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유령의 도시는 세 살 아들이 카를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를
보고 경기를 일으키는 바람에
국경절 행사 준비를 하며 초상화가 보이지 않도록 집안의 커튼을 열어두지 않아
결국 가족이 지방으로 내려가서 살아야한다는 내용이다.
당의 명령에 한 치 오차도 없이 따르는 북한 주민들의
속내를 그 고통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준마의 일생은
설용수가 당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살림이 나아지기는 커녕
당이 작은 일로 꼬투리를 잡아
그동안의 공이 날아갈 판이 되자
회한에 잠기다 끝내 목숨을 내놓는 이야기이다.
당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가차없이 처분하니
북한 주민들은
인간다운 삶, 인격이 존중되는 삶을 살 수 없다.
지척만리는 어머니가 앓아 누우셨지만 출입증을 받지 못해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가족 보다 당의 원칙이 더 중요해서
주민들은 자유롭게 부모 형제를 만나지 못한다.
집앞까지 갔다가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와야했던
아들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복마전은 김일성이 지나가는 길과 열차길을
통제해서 벌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딸이 임신 막달이 되자
딸의 편의를 위해 손녀를 데리고 집에 가던 중
작은 역에 갇히게 된다.
김일성이 지나갈 예정이라 모든 열차가 운행 중지 된 것.
남편과 손녀를 역에 두고
할머니는 딸이 해산하면 줄 멧돼지열(멧돼지 쓸개)을
받으러 동생네 걸어가기로 하는데
가는 도중 김일성의 차를 타게 된다.
그 후 할머니는 기자들에 김일성과의 일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손녀는 인파에 밀려 부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진다.
과연 웃는게 웃는 것인지,
몸서리 치게 잔인하다.
무대는 아들이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김숙과 사귀자
그것을 갈라 놓으려고 연극을 한 아버지와
가족에 낙인을 찍은 당이지만 김일성에게 조의를 하러 간
김숙의 어머니가 후두둑 눈물을 쏟는 장면을 본 아버지의
내적 갈등을 그린 이야기다.
연극 같은 북한 주민들의 삶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빨간 버섯 역시 처남이 625전쟁 때 월남해서 당으로부터
낙인찍힌 고인식이 된장을 만들며 열심히 노력하지만
흉년이 들어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자
빌미로 그를 처단한다는 이야기다.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했다.
인권이 없는 삶
자유가 없는 삶을
북한 사람들은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구나.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삶인가.
당장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소설이 출간된 배경은 이렇다.
친척 중 하나가 중국으로 가겠다고 하자
반디는 그동안 썼던 원고지를 건네준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 작가의 작품이란 걸 처음 읽어보았다.
우리말이 매끈하다면
북한말은 가리지 않은 알맹이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더 많은 북한의 문학 작품들이 독자의 손에
들리기를 바라며
더불어 그들의 현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그로써 큰 파도가 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