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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레오 14세 - 최초 공식 전기
도메니코 아가소 지음, 이재협 외 3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즉위 미사에서 레오 14세 교황님의 "나는 아무런 공로없이 선출되었다."는 말씀을 듣고 그후로 여러 날 동안 그 말씀이 문득 떠오르곤 했다. 레오 14세 교황님이 종들의 종인 교황직을 수락하고 앞으로 행할 일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표현하는 말씀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1977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수도 생활을 시작하고, 1982년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2014년 주교품을 받았고 2023년 추기경으로 서임된 후 2025년 주교급 추기경으로 승격되었으며, 2025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또한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생활을 했다.
교황명을 레오로 선택한 이유는, 레오 13세 교황님이 사회 문제를 다루셨기 때문이고, 오늘날의 교회도 인간 존엄성과 정의,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데 새로운 도전이 되는 또 다른 산업 혁명과 인공 지능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 교리를 교회의 유산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셨다. 레오 14세 교황님의 행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서전 <희망>을 읽고 뒤늦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과 신앙 여정에서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레오 14세 교황님의 최초 공식 전기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교황님에 대한 이해가 교황님을 따라 걷는 내 발자국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전기이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레오 14세 교황님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님의 전기를 읽을 때에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서전을 읽을 때에도 똑같이 느낀 감정은 존경심이었다. 오랜 세월 한 마음으로 충실히 살아온 그들의 발자취에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들면서 부지런히 살고 있지 않은 나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워졌다. 두 교황님의삶은 내 신앙의 여정은 어떠했고, 앞으로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살피는 마중물이 되어 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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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그리스도가 남도록 나 자신은 사라지는 것. 그분이 알려지고 영광을 받으시도록 나 자신은 작아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새 교황이 온몸으로 체득한 선교 사명의 정수다.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이시며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지, 숱한 영웅이나 슈퍼맨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는 진리를 온 세상에 선포해야 한다.
201) 평화를 이루려면 정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제 교황명을 선택할 때 무엇보다 레오 13세 교황님을 떠올렸습니다. 최초의 위대한 사회 회칙 <새로운 사태>의 교황님이시죠. 우리가 살아가는 격변의 시대에, 교황청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노동 현실과 사회를 점점 더 분열시키고 갈등으로 몰아가는 온갖 불균형과 불의를 보고도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풍요와 궁핍이 대륙과 대륙, 나라와 나라 사이에, 심지어 개별 사회 내부에서도 깊은 격차를 만드는 전 지구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를 책임지는 이들의 사명은 조화롭고 평화로운 시민 사회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남녀 간의 안정된 결합에 바탕을 둔 가정은 "작지만 진정한 사회이며, 모든 시민 사회보다 우선하는" 삶의 터전이기 떄문입니다. 더 나아가, 태아부터 노인까지, 환자부터 실업자까지, 시민이든 이주민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 특히 가장 연약하고 무력한 이들의 존업성이 지켜지는 터전을 마련하는 일에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210) 저는 아무런 공로도 없이 뽑혔습니다. 저는 지금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한 형제로 나아와, 하느님 사랑의 길을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며 여러분의 믿음과 기쁨을 위하여 봉사하는 종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