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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 몸과 마음, 물건과 사람, 자신과 마주하는 법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2월
평점 :
아직 생일이 지나진 않았지만
올해 마흔 살이 되었습니다.
확실히 서른 살이 되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서른엔 회사에 입사한지 3년차였고
막 결혼을 해서
제 몫을 해내는 사회인이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새로운 출발이었고
그래서 새로운 계획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툴렀고
모르는게 많았던
포부만 컸던 나이였죠.
반면 마흔인 오늘엔
10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3년차에 들어선 가정주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일은
아홉 살 아들 돌보기(!)인 거 같고요.
역시 계획은 많으나
관심사와 실현가능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계획들입니다.
맞습니다.
서른 때와 비교해서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고
즐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이 좋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빛나 보일 때
예전엔 따라하고 싶어했지만
지금은 응원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을 말해줄 때
예전엔 그 길만 있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내가 갈 길을 개척합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못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해를 맞기 전
과연 마흔 살이 되는 기분은 어떨지
상상했었습니다.
좌절 후회 공포처럼 부정적인 느낌일지
아니면 희망 기대 안정처럼 긍정적인 느낌일지를요.
그런데 막상 한달 여가 지난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습니다.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망설임이 없어졌고
기회가 생겼을 때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련함
- 여러 의미로 -을
갖쳤다는 느낌 정도..
물론 아직도 고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20대는 학업과 연애 그리고 나를 찾는 여정
30대는 직장과 결혼생활, 육아 그리고 글쓰기
그렇다면 40대는 무엇으로 채울 것이며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롤모델을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어쩌다 보니 50살 이네요>를
느린 호흡으로 아껴 읽은 건
많은 부분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가볍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건을 정리하느라 들이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요.
책에 실린 저자의 모습에서
그녀가 간편하면서도 단순한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려 노력합니다.
'남는 것'에 마음을 쏟습니다.
그동안의 가치관을 변화하는 데,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유연하고요.

아마도 10년 후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많아지겠지요.
그때 무엇을할지
지금부터 고민해두고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관심이 제 안으로만 향하지 않고
달란트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을
향해 열려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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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편리함과 쾌적함과 편안함과 가치관은 어느 하나에 치우칠 수 없는 균형 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