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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 하루의 리듬
안셀름 그륀 지음, 황미하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6월
평점 :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특별한 하루를 위한 리추얼 모음집으로,
나만의 고유한 속도, 고유한 평온에 이르는 방식을 찾아가도록 마중물이 되어주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리추얼 중, '이것이 바로 나다'하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 스스로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 생의 끝을 떠올리며 공간과 물건과 작별하면서 사는 것에서 위로와 안정감을 느꼈다. 저자의 리추얼은 나로 향하지만 결국 하느님과 연결된 나를 발견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마침내 깨닫게 된다.
책을 읽으며 떠올려 본 내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하느님과 영적으로 만나기 위해 마련했던 리추얼에는 성경쓰기와 묵주기도, 영적도서 읽기, 그리고 아침에 하루를 봉헌하며 올리는 화살기도가 있다. 그 외에 안셀름그륀 신부님처럼 스스로에게 하는 말, 관계 안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들도 나의 리추얼로 만들어 보고 싶다.
만약 아직 리추얼이 하나도 없다면 리추얼 백과사전인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리추얼, 하루의 리듬>에서 마음에 드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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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요즘에는 정해진 일정표에 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역시 시간의 신비를 꺠닫기를 원하며, 계절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알아 가려고 합니다. 자신 안에서 삶의 충만함을 펼치기 위해서입니다.
95)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집중하세요. 숨을 내쉬면서 지금 당신을 사로잡는 것들을 내려놓으세요. 그저 당신이 숨을 쉰다는 것만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내면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다."
이 말을 하면서 당신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적으로 바로 선 당신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남들의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나는 단순하고 주도적으로 산다.'
그리고 자주 이렇게 말해 보세요.
"이것이 바로 나다."
아침에 알람 시계가 울릴 때마다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세요. 그러면 오늘 당신을 기다리는 일들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당신은 내적으로 자유롭게 서게 될 것입니다. 직장에서 상사와 대화하거나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이렇게 말해 보세요. 그 순간, 당신은 자유로움을 느낄 것입니다. 이러한 내적 자유를 그 모임 내내 유지할 수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당신은 그 모임을 다르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달라질 겁니다. 언젠가는 이 내적 자유가 당신의 살이 되고 피가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연습하는 것, 당신 자신에게 "이것이 바로 나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121)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감추고 싶은 마음, 환상, 감정, 열정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이런 것들을 시인하지 않고 억누른다면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융은 모든 사람 안에 어두운 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좋은 면만 내보이고 어두운 면은 감추려고 합니다. 그러나 감춰진 이 어두운 면들은 내 마음속 그림자 영역에서 자리를 넓히려 하고 종종 불쾌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억눌린 공격성은 우리의 표정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리고 억눌린 욕구는 남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선을 넘는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그림자와 같은 어두운 면은 우리가 화해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우리는 '자기 비난', '죄책감', '자기 비하'를 일삼았던 자신과 화해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망상적인 자아상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이 헛된 자아상과 결별해야 합니다. 감추고 싶었던 자기 자신과 화해하면서 스스로 "괜찮다."라고 말해 주어야 합니다.
167) 다른 사람들의 어떤 모습에 화가 난다면, 그 모습들을 당신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아 보세요.
'나는 왜 그 사람의 태도에 화가 나는 걸까? 혹시 나에게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서 당신을 비추는 거울을 발견한다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그 거울을 통해 비치는 당신의 본모습과 그동안 억눌러왔던 행동 방식, 깊은 내면의 욕구들을 하느님께 솔질하게 내보이세요. 그리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이 바로 그 연약하고 감추고 싶었던 부분들 안으로 온전히 흘러갈 수 있도록 마음을 활짝 열어 보세요. 하느님의 사랑이 당신의 모든 면을 감싸안을 때, 진정한 치유과 통합이 시작됩니다.
만약 누군가의 태도가 당신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여 화가 난다면, 외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당신의 내면에 굳건히 머물기 위해 애쓰세요. 물리적으로 그 사람 곁에 있어야 하더라도, 마음속으로는 그 사람과 건강한 거리를 두세요. 이러한 내적인 분리를 통해 당신은 그의 태도에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당신의 평화를 지키는 동시에, 타인의 행동에 대한 당신의 반응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되는 지혜입니다.
258) 방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고 이렇게 생각하세요.
'나는 언젠가 모든 것과 작별할 것이다. 죽음의 순간에 나는 이 방에 있는 것들을 가져갈 수 없다. 내가 떠나면 다른 사람들이 이 방에서 살 것이다. 이 방에서 나는 무엇을 하며 안정감을 느꼈던가? 나는 이 공간에서 무엇을 체험했는가? 무엇이 내 마음에 각인되었는가? 나는 여기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인가?'
당신이 모든 것을 견뎌 내는 모습을 그려 보세요. 당신은 참된 자아와 함께 하느님께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당신의 진짜 모습이 빛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래 생각하셨던 대로 말이지요. 그러나 그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것,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당신의 참된 모습입니다. 당신은 하느님께 속해 있습니다. 당신을 내적으로 구속하고 편협하게 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느님께 이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운데 내적 자유에 대한 무언가를, 그리고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지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작별하면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여기'가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인지하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지금, 여기'는 언젠가 사라지고 영원한 순간에 이른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영원한 순간에 이르게 되면 '소유'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존재'만이 중요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 안에서 존재하는 것만이 중요합니다.
이제 당신은 하느님 안에서 모든 사람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을 압니다. 나는 내가 체험하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지합니다. 그럼에도 모든 순간을 다시 내려놓습니다. 나는 내가 인지하는 것에 감사하지만, 그것을 붙들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는 언제든 내가 체험하는 것들과 작별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339) 독자 여러분도 알맹이 없는 낡은 의식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을 찾아나서길 권합니다. 나아가 여러분의 삶에 깊은 신뢰와 순수한 기쁨, 진정한 자유, 그리고 따뜻한 사랑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의식들을 발견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