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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 건축 너머의 세계를 향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 ㅣ 서가명강 시리즈 17
김광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서가명강의 17번째 책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의 김광현 교수가 알려주는 ‘건축’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간 세상에 정말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매일같이 보는 건물들을 보며 정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뉴스에서는 서울의 아파트값이 치솟는다고 서민들이 더 이상
집을 구하기 힘든 세상이라는 부정적인 보도가 판을치고, 드라마를 보며 옹기종기 몰려 살던 옛 시절
느낄 수 있었던 이웃 간의 온정을 그리워한다. 아파트가 대세이면서도 그 건물을 보며 닭장 같다며
비하하지만, 왜 아파트가 대세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것
같다. 김광현 교수는 책에서 이러한 점을 꼽으며 우리 모두 건축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가라는 게 꼭 건물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상을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단지 비싼 집이 좋은 집이 아니라, 어떤 집이,
어떤 건물을 나는 원하는가? 우리의 후손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길 바라는지.
우리는 꽤나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규격화된 삶에 익숙하다.
사회가 원하는 모습에 순응하고 그것이 모나지 않고 평범한 것이라 믿고 살아간다. 적당한
평수의 규격화된 아파트가 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회는 우리에게 ‘이상’과 ‘표준’을 알려주고 그것이 옳다고 믿게끔 만든다. 아파트에 대한 가치평가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건축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재단하는 사회에 대한 그 본모습을 직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상일까? 어떠한 가치는 답습하게 하고 싶은지, 어떠한 것은 수정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집에서, 어떤 공간에서, 어떤 환경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건축이 나에게 기쁨이 되는지.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세상이 재단한 규격에 나를 맞추기에 급급하기 보단 어떤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건축의 힘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위대하고, 원초적이니까. 모두가 어딘가 자기 몸을 편히 쉬게 하고, 생활하는 공간은 필요하니 말이다.
내가 깨닫지 못했던 건축의
힘,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들의 의미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었다. 건축하면 막연히 일반인과는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였는데 – 특히
현대 건축물들의 기괴함이란….. – 이 책을 통해 나도 건축가가 되어야 겠단 다짐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