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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프랑스
경선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4월
평점 :
프랑스의 이면, 삶의 현실
그녀는 말한다.
프랑스의 멋진 거리를 걸으며,
노천카페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을 먹는
그런 상큼한 데일리 프랑스를 상상한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그녀의 프랑스는 어느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프랑스다.
그녀의 삶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은 온전히 나만의 것인데 어느 한 순간이 중첩될 수는 있어도 그 누구와도 같을 수는 없다.
그녀의 프랑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적인 프랑스와는 거리가 멀다.
춥고, 외롭고, 온갖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혹독한 나라다.
불확실한 미래에 막막하지만 그래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평범한 사람의 프랑스.
불어도 못하면서 나에게 프랑스는 상당히 낭만적인 곳으로 각인되어있다.
대학에 가거든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가겠다며 야심차게 계획했었다.
내가 생각한 프랑스는,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크루아상과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개선문을 관광하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이다. 실제로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하지만 그건 한 순간의 프랑스일 뿐, 매일의 프랑스가 그렇게 지속될 수 있을까.
경선 작가의 프랑스는 현실적이다. 프랑스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 사는 곳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외로움과 고독에 맞서 싸우고, 사람에 상처받으며, 편견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단지 주류인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녀는 색안경을 낀 사람들을 마주한다. 좋은 사람도 있고, 좋은 추억도 있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듯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면 또 다른 가시밭길이 펼쳐진다.
단지, 공부를 하고 싶을 뿐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본인도 모르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개미처럼 사는 것뿐인데
왜 그녀의 프랑스는 고단할까.
프랑스라서가 아니다.
우리의 삶이 그런 거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장소를 옮겼다 해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꿀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내가 잘못된 건가? 지금까지 나는 잘못된 삶을 산건가?
지금까지의 나도, 열심히 살았는데 말이다.
<데일리 프랑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눈이 없다. 그 말을 할 때, 어떤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봤는지 독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봤을지.
그녀의 프랑스는 고단했지만 찬란했고, 독자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울컥함을 준다. 경선 작가님의 프랑스를 통해 서로가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복잡한 글이 아니라 간결한 만화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일리 프랑스>
찰나의 찬란함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쌓아야 하는지.
그냥, 정말 경선 작가님 멋지다.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