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뭉크 -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ㅣ 클래식 클라우드 8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예술가들의 운명은 참 기구하다. 위대한 예술가에게 시련이란 사람에게 공기 같은 존재인걸까. 절규의 작가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이며 전 세계적으로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그림만큼은 익숙할 것이다.
유성혜 작가의 <뭉크>는 뭉크의 생애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삶을 재조명하여 그의 작품의 탄생 비화를 엮었다. 뭉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뭉크의 불안정함은 어디에서 왔는지, 뭉크라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까 싶다. 세상은 그를 사랑했지만, 그는 고독했고 그의 명작은 고통 속에서 탄생했다.
뭉크하면 절규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정확한 번역은 절규보다는 ‘비명’쪽에 가깝다는 저자의 지적은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는 쪽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반대라는, 소리 없는 비명을 듣고 있다는 해석은 작가의 의도와 관객의 해석이 얼마나 상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뭉크는 그림을 통해서 외로움을 이겨냈고 외로움에 빠졌다. 그의 사랑은 언제나 실패했다. 한 사람의 연인으로 남기에 그는 너무 큰 자유를 갈망했고 예술혼이 넘쳤다. 누군가의 아픔은 누군가의 가십이고,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그는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었다. 쟁쟁한 화가들 틈에서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끼며 절망했을 테다. 실패는 그를 한층 더 성장시켰지만 바라는 소망을 모두 이뤄주진 않았다. 정치적 혼돈 속에서 온전히 예술에만 집중할 수 없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길을 걸었다. 기행을 일삼았지만 그에게 예술은 언제나 진지했다.
우여곡절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나 일반인보다 더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많은 예술가들은 정신질환을 고질적으로 앓았다. 2만 8천여 점에 이르는 예술품 속에서 그를 대표하는 건 몇몇의 작품이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아름답고 평화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보고 있자면 한없이 빠져들게 된다. 무슨 매력일까. 도대체 그의 그림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기에, 미술을 모르는 사람도 한번 보면 시각적으로 각인이 되는 걸까. 이전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뭉크>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나를 나타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온 마음을 다해 그린 작품이기에, 우리는 그의 작품을 난해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뭉크가 어떤 사람인지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알지 못했다. 그저 나만의 해석으로 그그의 작품을 떠올렸을 뿐이다. 하지만 뭉크의 일생을 작가의 설명과 더불어 알게 되니 그가 다시 보인다. 뭉크의 작품을 보는 새로운 눈을 키우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위로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