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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평점 :
로마 제국의 흔적을 통해 현재의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로마가 멸망한 지 수십 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로마를 말한다. 로마의 찬란한 유산은 후세에 길이남아 인류의 역사가 되었다. 수없이 많은 나라가 건국되고 멸망한다. 그중, 전 세계가 로마에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로마는 특별할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으로 칭하는 로마의 유산을 통해 지금의 우리가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만약이란 가정을 즐긴다면 <빵과 서커스>를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로마사를 다룬다면서 책 제목이 왜 빵과 서커스일까? 라는 궁금증이 일렀다. 빵과 서커스가 로마와 무슨 연관이 있길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보냈던 로마인들은 세상살이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오직 쾌락과 향락만을 원하게 된다. 이를 빗대어 로마의 시인 유웨날리스가 시민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건 빵과 서커스, 단 두 가지라며 탄식했다.
<빵과 서커스>의 저자 나카가와 요시타카는 사이클리스트의 성지 일본의 세토대교를 설계, 시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그 무엇보다도 로마의 건축에 관심이 많아 책의 주된 내용을 담고 있다. 로마의 수도는 현재 서울의 인구밀도보다도 더 빠듯한 만큼 왕성했던 도시였다.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살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놀랍게도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설, 구조물들을 2천 년 전 로마에서도 실행한다. 도시의 불연화, 청결한 상하수도를 위한 지하화 시설, 포장도로의 확충, 적당한 오락 시설과 고도의 건설 기술. 이건 21세기 지금도 주택단지가 들어서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로마의 성벽은 굳건했지만 그 굳건함은 맞서 싸울 의지보다는 나약함을 부추겼고 화려한 제국의 멸망에 일조하게 된다.
로마의 도시는 사람답게 살기 좋은 요건들을 충족시켰는데 앞서 말했듯 상, 하수도의 시스템이 체계적이었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듯 지금 이 시대에 봐도 감탄할만한 도로 정비 시스템을 구축했다. 로마는 놀랍게도 무상으로 식량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에 거쳐 많은 법이 바뀌었지만 안정적인 식량이 제공되는데에 불만을 가질 시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황제들은 식량 공급에 대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겠지만 말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서커스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서커스는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서커스와는 조금 개념이 다른 오락과 휴식을 상징하는 용어로 검투사 경기, 연극 등을 나타낸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데 있어서는 민족과 국가를 불문하고 편견 없이 흡수했던 로마 시민들은 높은 수준의 교양을 쌓았었다. 하지만 철옹성같이 두터운 성벽도 언젠가는 무너지듯 제국의 역사도 결국 역사 한 편으로 사라졌다. 로마는 왜 사라졌을까? 로마 제국은 왜 몰락할 수 밖에 없었을까? 보편적으로 서로마제국의 멸망을 ‘게르만의 이동’때문이라 말하지만 저자는 ‘게르만 화 된 로마’가 문제라고 꼽는다. 로마가 로마다움을 잃는 것, 이것이 광활한 영토를 지배한 한 제국의 운명을 결정한 것이다.
건축학적 시선에서 로마 문명의 찬란함을 시기별로 나누어 로마의 발전사를 알 수 있어 유익한 책이다. 어렴풋이 대단했던 문명이라 생각한 로마가 얼마나 대단한 문명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자료로 표현해 주어 더 와 닿았다. 로마 제국이 계속 번성했다면 세계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번쯤 궁금할법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써보고 싶다면 <빵과 서커스>를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