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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
사마광 지음, 푸챵 엮음, 나진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4월
평점 :

한 권에 담긴 역사의 진수
사마천의 사기와 필적할 사마광의 자치통감은 무려 19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300만자, 총 294권으로 이루어진 중국의 역사서이다. 이렇게 원대한 기록을 가진 책을 58장으로 추려 낸 <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은 춘추전국 시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당나라의 이야기까지 수록되어 있다. 짧지 않은 시간의 역사를 집약적으로 편찬해 가장 혼란했던 중국 역사의 흐름을 한 눈에 꿰뚫어 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 역사서가 아니다. 각 장의 이야기마다 교훈을 담고 있다. ‘제왕의 교과서’라 칭해지는 만큼 한 나라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조심하고 어떤 인물을 등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한 나라가 몰락하는지 실제 일어난 역사를 바탕으로 기술되어 있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간신에 귀를 기울이는 제왕의 최후는 통치자로 하여금 언제나 두 눈과 귀를 닫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보통의 소설처럼 악인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는 황제들의 고민이 절로 느껴졌다. 신하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등용하지 않는다하여 절망하기보다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는 주체적인 인물들의 삶도 돋보였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바라 본 중국의 역사와 중국인의 관점에서 서술한 중국의 역사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게 느껴진다. 사실 중국사를 잘 알지는 못해 이름이 한 글자인 나라들이 등장할 때마다 여기가 저긴가, 하면서 앞 장을 살피면서 읽었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대략적인 중국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중간 중간 무측천과 같이 알고 있는 인물이 나올 때는 뭔가 반가웠다. 영화의 영향인지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무의식중에 깔려있던 당태종 이세민의 의외의 로맨티스트적인 성향은 놀라웠다. 그간 한국인 입장에서, 한반도를 침략한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누었던 시선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 바라보니 그들도 결국 같은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회독으로는 고작 국가명과 대략적인 등장인물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자치통감에 담긴 참 뜻을 모두 깨닫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읽으면서 중간 중간 필기를 하면서 각 장마다 느낀 점을 적었지만 다시 한 번 더 읽는다면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괜히 세종대왕께서 필독서로 강조하고, 마오쩌둥이 17번이나 읽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무수히 많은 나라들이 흥하고 망한다. 통치자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고, 인재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내가 듣고 흡족한 의견이 정말로 옳은 지도 알 수 없다. 인생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이지 않는가. 그렇지만 삶이 막막할 때, 자치통감을 읽는다면 적어도 해서는 안되는 일은 확실히 깨달을 수 있는 것 같다. 정도는 멀리 있지 않으면서도 생각보다 지키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방대한 분량의 자치통감을 읽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중요한 이야기를 엄선해 담은 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 이 한권의 책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깨닫기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