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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평점 :
영국에
사는 어떤 동물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소이다.
우리
동물은 살아가는 동안 비참한 노예생활을 하고 있지요.
이는
명명백백한 사실입니다.
(p16)
장원농장의
흰 수퇘지 메이저 영감은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며 농장의 동물들을 불러 모아 일장연설을 펼친다.
짧은
생애 동안 오직 인간만을 위해 비참하게 일만하는 동물들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추방하고 노동의 대가를 온전히 얻어야 한다는 그의 연설에 많은 동물들이 공감한다.
메이저
영감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기까지 투쟁을
위해 우리 동물은 철저하게 단결하고 철저하게 대동해야 한다며(p20)
동물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킨다.
자신들을
착취하는 인간에 맞서 자유를 쟁취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조지 오웰의『동물농장』은
서슬 퍼런 냉전시대 소비에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소설로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이상이 가진 모순을 꼬집는다.
한
꺼풀만 벗겨놓고 보면 이 작품은 20세기
사회 전반과 소비에트라는 지리적 공간을 훌쩍 뛰어 넘어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타당한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p6)
역자의
작품소개는 이 소설을 단순히 특정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만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절대
권력은 체제와 무관하게 부패한다.
비록
농장 정책에 관한 문제는 다수결에 의해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누가
봐도 다른 동물들보다 똑똑한 돼지들이 모든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겼다.
(p72)
한없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동물들의 반란은 생각보다 이르게 발발한다.
장원농장의
주인 존스 씨에게 불운이 겹치면서 동물들에게 소홀해졌고,
굶주린
동물들은 결국 사료 창고를 급습한다.
지금껏
반항 한번 한적 없이 인간에게 순응했던 동물들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인간들은 줄행랑치고 비로소 ‘장원농장’은
인간이 아닌 동물들의 소유가 된다.
돼지들은
메이저 영감의 교훈을 다듬어 만든 ‘동물주의’
원칙을
‘일곱
계명’으로
요약해 배포한다.
첫째,
두
다리로 걷는 자는 모두 적이다.
둘째,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모두 친구이다.
셋째,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넷째,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잠을 자서는 안 된다.
다섯째,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여섯째,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일곱째,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스노볼’과
‘나폴레온’이
주축이 되어 이끄는 동물농장은 인간과 달리 동물다움을 추구한다.
일곱
계명에서 볼 수 있듯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빠!(p52)”라는
격언을 바탕으로 모든 인간을 동물의 적으로 선포한다.
다만
알파벳도 깨우치기 어려운 동물들이 있는바,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돼지’들은
‘두뇌’노동을
하기 때문에 농장을 위해 헌신하는 그들은 다른 동물보다 조금 더 특권을 누린다.
처음에는
젖과 사과로 시작했던 돼지들의 작은 특혜가 점차 덩치를 키우고 표면적으로는 평등했던 동물들의 의사 결정은 점점 돼지들의 독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회의
때마다 사사건건 부딪혔던 스노볼과 나폴레온의 갈등은 ‘풍차건설’로
인해 절정에 달하고 나폴레온의 계략으로 스노볼은 농장에서 추방당한다.
어느
순간부턴가 ‘동물’을
위한 ‘동물농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동물들은 존스 시대 때보다는 지금이 더 낫다고 생각하면서 고단한 하루를 견딘다.
사실인
즉,
존스나
존스 시대와 관련한 모든 일이 그들의 기억에서 거의 다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들은
지금의 생활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
자주
배를 굶주리고 자주 추위에 떤다는 것,
잠을
자지 않을 때는 보통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확실히 지금보다도 사정이 더 나빴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더구나
그 시절에는 노예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자유의 몸이 아닌가.
(p155)
동물 농장의 모든
사업에 앞장서서 나섰던 복서의 허망한 죽음,
자기도 모르게 바뀐
‘일곱
계명’에 혼란스러워하는
동물들,
인간인지 동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돼지들.
이 짧은 책 한권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집약되어 있어 놀라웠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조지 오웰의
날카로운 펜에 감탄하면서 그의 재능에 경의를 표한다.
워낙 비유적인
표현이 많아 무심결에 읽는다면 그 본뜻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갈 확률이 높은데 영미번역의 대가 김욱동 교수 판본으로 만난 동물농장 상세한
해석과 주석으로 가독성을 높였다.
어느 출판사로
읽어야할지 고민하는 분들께 비채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