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불평등 -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
존 C. 머터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재난은 왜 이리도 불공정해 보이는 걸까? 재난이 덮친 지역은 원래 불공정한 곳일까? 그게 아니라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대신해 재난의 가장 가혹한 피해를 막아 주기라도 하는 걸까? 이에 대해 자연과학은 아무런 답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과학은 할 수 있다. (p13)

 

무섭게 몰아닥친 재난 앞에서 인간은 무력해진다. 언뜻 보기에 자연의 분노는 모든 인간이 피해갈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이지만 실상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건 가난한 사람들이다. 자연과학자 존C 머터 박사는 본인의 저서재난불평등을 통해 가난과 재난의 상관관계를 서술한다. 책의 부제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는 자연과학자로서 오랜 시간 재난에 대해 연구해 온 학자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자연과학자들은 자연재해가 정확히 언제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재난이 불러오는 자연의 혼란을 예측하는 것(p11)을 자신들의 주 임무로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의 예측 임무를 특정한 재난 그 자체로 한정시키지 않고 재난 전후의 이야기까지 확장시켜 왜 재난이 불공정한지를 설명한다.

 

머터 박사는 재난을 세 국면으로 나눠 재난이 발생하기 전 상황을 국면1, 사건 그 자체를 국면2, 재난 이후를 국면 3으로 기술한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관심 가지는 장면은 짧고 자극적인 국면2. 하지만 그는 국면 13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창한다. 재난을 겪은 후 국면3에서 사회를 재건하는 데 실패하면 또 다른 재난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 주목해(p31) 국면3을 간과하면 더 큰 사회악을 겪을 것을 암시한다. 책에는 국면3에서 재건이라는 이름하에 벌어진 수많은 악행이 수록되어 있다.

 

 

자연재해는 부유한 나라보다는 가난한 나라의 가능성에 더 큰 해를 끼치는데 이는 경제난, 정치적 위기, 무능한 지도자, 부패, 내전, 공중보건의 위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위기는 모두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고 통제하기는 더욱 어렵다. (p65)

 

같은 재난이 들이닥치더라도 더 큰 피해를 입는 건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아이티의 지진, 미얀마의 사이클론을 예로 들어 국가를 막론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재난 앞에 처했던 무관심과 정보 소외를 꼬집는다. 부유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는 과거의 재난 경험으로부터 습득한 천혜의 요지다.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자리한 그들은 재난 경보가 울리기 전에 이미 위험 지역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가난한 사람들은 재난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대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특히 지진의 경우 사람은 지진이 아니라 건물 때문에 죽는다(p91)는 격언이 허황된 말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들의 생활 터전이 되는 건물들은 지진을 견디기 충분한 내진 설계가 되어있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재난이 지나간 후에 벌어진다. 모든 걸 잃은 가난한 사람들은 다시 일어설 기반이 없다. 하지만 같은 사건이 어떤 사람에게는 재난이라도 다른 이에게는 그저 약간의 불편 이상이 아닐 수도 있다(p127).

 

재난 앞에서 권력자는 너무나 많은 유혹에 직면한다. 사회의 다른 요소들이 그렇듯, 재난은 사회적 정치적 재정적 이익에 맞추어 다루어진다. 정부의 형태와 발전 단계는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득을 취하는 도구와 행위자,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재난의 형태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사이클론이든 지진이든, 예상을 했든 못했든, 재난 이후의 상황이 주는 유혹은 마찬가지다. (p191)

 

재난 이후, 전 세계에서 해당국의 재건을 위한 성금을 보내온다. 과연 그 돈은 정말 그 지역의 재건을 위해 쓰일까? 실제 아이티에선 재건이란 명목 하에 집행된 사업이 현지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 배불리기에 일조했고, 중국에선 지진 복구보다 다른 지역의 국가 기반 시설 증축에 투여됐다. 미국의 뉴올리언스를 덮친 허리케인은 골칫덩어리 빈자들을 도시 밖으로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 재난의 극적인 상황 속에서 자연이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길지 않다(p271). 우리가 자연재해라 믿는 것들도 결국 인재다. 이 책을 읽으며 가난한 사람을 더 큰 절망에 빠지게 하는 건 인간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인간의 목숨이 평등하지 않다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을 읽으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 시대에 모두가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언제고 닥칠 수 있는 일이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