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CULTURA 2023.3 - Vol.105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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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문예지나 생활 잡지는 즐겨 읽었으나, 문화전문지를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펼쳤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생소했던 문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고 현재 화두가 되는 문화 소식을 알 수 있어서 의외였다.

3월 호의 테마는 '베를린'이다. 나에게 독일이란 물론 문학과 여러 문화의 중심이 되는 도시이자 맥주와 소시지가 맛있는 그런··· 느낌의 도시였다. 그러나 이번 호에서 다루는 베를린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매년 2월마다 베를린영화제가 열리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세계적인 무용 페스티벌 탄츠올림프와 수많은 박물관을 자랑하는 중심지임을 알게 되었다.

쿨투라 편집부는 올해 2월 베를린으로 가서 답사를 했다고 한다. 그들이 직접 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뜨겁고 활기참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 필하모닉, 탄츠올림프 등 문화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힘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는 게 놀랍고 기쁘기도 했다.

잡지의 시작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으로 시작한다. 평소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관심 있게 보기도 한 나로서는 아는 게 나와서 관심이 더 끌리기도 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전시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특히 공감되면서도 지금 '현재'에 맞는 목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여기서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의 바운더리 안에는 무엇을 포함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설치미술을 통해 극사실주의 표현으로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 불편함은 자신에게 향하는 불편함일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우리이길 반대하는지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내겐 그의 작품 중, 특히 《ALL》 이란 작품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빨간 카펫 위에 흰 대리석을 바닥에 누이듯 설치한 아홉 개의 조각이 있다. 이 조각은 시체를 천으로 덮어둔 것과 흡사하다. 여기서 우리는 아홉 '구'라고 말할 수 있으나 자신도 모르게 아홉 '개'라고 말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바깥으로 제외되는 무엇은 누구인가? 강수미 교수는 히틀러, 노숙자, 좀도둑, 범법자와 공동체를 이룰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정치적 올바름과 지성, 인권·동물권·식물권 등 높은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의식을 지닌다고 한들, 막상 본인에게 닥쳤을 때는 선뜻 그들을 '우리' 바깥으로 내몰고 밀어내고 싶어 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누구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시간이지 않을까.

쿨투라를 읽으며 놀랐던 점은 이 두 가지였다. 문학 신인상을 열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시를 쓰니까 모를 수밖에 없나. 아무튼, 운이 좋게도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과 심사평을 볼 수 있었다. 이준상 씨의 소설은 강렬하면서도 어딘가 차가웠다.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셔서 그런지 몰라도 외국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국내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아서 좋기도 하였다.

다음으로는 무용 리뷰다. 무용 리뷰는 살면서 처음 보기에 신기하고 멋졌다. 몸짓을 리뷰한다는 것은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영원한 잔상으로 남겨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잔상을 오래 더듬으며 어렴풋이 기억을 넘나드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그런 방식의 언어여서 리프레시 되는 느낌도 있었다.

생각보다 문화전문지는 재밌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튜브로 모든 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지금, 언어로 구현된 보다 정확한 리뷰를 읽으며 그곳을 상상하고 현장을 느낄 수 있음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쿨투라의 잡지를 계속해서 읽어보고 싶다. 쿨투라를 통해 알려진 문화를, 더 다양하고 재밌는 문화를 언젠가 주변 사람들과 일상 소식처럼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본 리뷰는 월간 문화전문지 『CULTURA』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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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연인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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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장소가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방이 없는 아이가 식탁에 천을 깔고 식탁 아래에 터를 잡아 방이라고 불렀을 때 아이는 방을 공간이 아닌 장소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처럼 감정에 기반한 공간을 장소라고 부를 수 있다면 연인들은 무수히 많은 장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장소는 영원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풍화되는 기억처럼 무너지거나 견고해지는 장소가 있을 것이다. 『장소의 연인들』의 저자인 이광호는 사랑을 기반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연인들을 주체로 두고 그들이 어떤 특수성을 장소에 부여하는지, 특수성의 지속은 얼마나 짧은 순간으로 남는지를 살펴본다. 

『장소의 연인들』은 연인들의 장소는 지도에 그려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연인들의 시간이 장소를 어떻게 발명하고 변화하는지 탐색해나간다. 저자는 연인과 장소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개념적 연구와 소설 텍스트를 빌려 연인들의 장소를 분석하고 (본인 서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각 내용마다 연인을 배치하여 장소에서 연인들이 어떻게 그들의 장소를 만들어나가고 혹은 그들이 없을 때는 장소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가는지에 주목한다. 철학적 개념과 픽션적 존재를 교차하여 만들어내는 서사 자체가 어떤 장소로 읽히기도 한다는 점이 이 책의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장소에 관한 사유는 정말 중요하다. 한 장소는 사람을 멀리 보내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오게끔 하는 쉼터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장소에 관한 책을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본 서평은 문학과지성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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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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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서로에게 아주 진심이어서

괴물이 된 사랑.

궁지에 몰린 사랑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창비에서 출간될 예정인 『러브 몬스터』는 너무 사랑해서 괴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다정한 모습의 사랑이 아닌, 강렬한 정념에 이끌려 서로를 갉아먹는 사랑의 형태를 추적하며 천천히 풀어낸다. 나라에서 권장하는 이성애, 바람 등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불완전하고 비뚤어진 사랑은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존재하고 이들은 온몸을 내던지며 사랑에 몰두한다. 작가는 소설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어떻게 발현되고 삶에서 다뤄지는지를 그려낸다. 사랑하기에 서로를 누구보다 더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믿지만 누구보다 믿을 수 없으며 어떤 마음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랑. 진심인 쪽이 괴물로 변해야만 하는 사랑 앞에서 사람은 어떤 얼굴을 할 수 있을까?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랑은 어느새 독자들의 곁에서 하나의 질문으로 남아 주변을 정신없이 어지럽힐 것이다.


무엇도 준비된 것이 없어 할 수 없는 사랑

비뚤어진 사랑이 가득한 비뚤어진 세상


‘엄지민’은 사라진 엄마 ‘염보라’를 찾기 위해 결혼을 장려하는 지자체가 설립한 수영장인 ‘미혼반’에 들어가 수영장에 다니는 회원과 강사를 주시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계속해서 남자를 만나던 ‘염보라’가 암에 걸려 딸인 ‘엄지민’은 빚을 갚기 위해 엄마를 찾게 되고, 수영장에 다니던 ‘허인회’는 자신을 구해준 ‘조우경’을 사랑하게 되고, ‘허인회’의 남편 ‘오진홍’은 동창인 ‘염보라’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발현되는 사랑을 무시할 수 없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에 대응하는지, 그 사랑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이야기가 작가의 질문으로도 읽힌다. ‘엄지민’은 ‘염보라’를, ‘허인회’는 ‘오진홍’과 ‘조우경’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은 얼마나 사람을 구차하게 만드는지, 사랑하는 동안 해왔던 이해와 포용이 진정한 의미의 이해와 포용이 아니었음을 직시하면서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의 전혀 모르는 부분을 새로 알아가게 된다.

이들이 이렇게 불완전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유로는 불완전한 사람이라서가 아닌 불완전한 세상이 완전하고 이상적인 형태의 삶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집과 차 그리고 돈도 없이 마주하는 세상은 어둡고 기이하다. 의지할 곳 없는 곳에서 준비된 사람을 찾기란 어렵고 준비된 사람은 준비된 사람을 만나기에 만남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능한 사랑을 찾다가 우연히 또는 자신도 모르게 숨겨왔던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사람은 괴물이 된다.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스스로 재가 될 때까지 자신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사랑이 끝에 다다랐을 때 마주하는 세상과 자신이 한 사랑은 비슷하게 비뚤어져 있을 것이다. 작가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사랑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망가지는지를 되짚으면서 사랑의 자리를, 현실이 보려 하지 않는 뒤틀린 사랑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사랑이 그런 것일 리 없다는 견고한 착각을 작가는 『러브 몬스터』를 통해 깨부순다. 완전하고 이상적인 사랑을 내세우며 서로를 갉아먹게 하는 것에 지쳐 괴물이 될 것 같은 독자들은 『러브 몬스터』에서 ‘오진홍’의 “넌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냐?”라는 말에 마음이 내려앉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 눈에 그 사람밖에 안 보이는데 어째서 이게 사랑이 아니야!”라고 반론하는 “허인회”처럼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존재해온 사랑을 부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사랑은 안절부절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와 함께 사랑의 면모를 관찰하는 과정은 아프면서도 어딘가 시원하기에, 현실의 꽉 막힌 이상향을 뚫을 사이다처럼 적용될 것이다.


*『러브 몬스터』 가제본 리뷰 이벤트로 작가를 맞춰야 한다. 작가를 내세우지도 않고 소설 가제본을 내는 것을 처음 봤기에 조금 놀랐다. 그러나 이것 또한 좋은 마케팅의 방법이 아닌가. 사람들의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것이 마케팅의 한 방법이라면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창비에서 책을 주로 내는 손원평 작가가 아닐까 싶다. 문체나 스타일, 서사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 남달랐기에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손원평 작가는 이미 7월에 『튜브』를 냈는데 또 반년 만에 이와 같은 집필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아무튼 손원평 작가 같다. 아니면 아닌 것이다.

*본 서평은 창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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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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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기가 삶의 전부가 될 때

천선란, 『랑과 나의 사막』(현대문학, 2022)

애도哀悼, 슬퍼서 슬퍼하는 것. 기꺼이 슬퍼하는 행위가 목적이 된다. 감정이 행위의 목적이 될 때 감정이 없다면 애도는 시도될 수 없는 것일까? 로봇인 고고는 랑의 죽음으로부터 여행을 떠나고 랑이 보여준 인간의 감정을 따라 해보면서 시스템의 오류를 겪는다. 오류는 망가진 세계를 그나마 천천히 망가지게끔 할 수 있는 단서로 변화한다. 고고의 애도는 우리에게 행동하는 슬픔의 가능성이 도모하는 인간성의 회복을 묵묵하게 보여준다.

랑의 죽음으로 자신만의 삶이 시작된 로봇, 고고. 랑의 명령만을 듣고 살았던 고고는 홀로 사막을 떠난다. 사막에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비밀스러운 문이 있기 때문이다. 구전으로만 전해진 문은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고는 의심하지 않는다. 험난하고 외로운 여정일지라도 왜 태어났는지를 계속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랑이 알려주지 않은 삶의 이유를 랑처럼, 인간처럼 행동해 보면서 인간 그 자체가 되는 시간. 랑을 애도하는 여정이 곧 자아를 찾아 나서는 인간의 삶과 동일시되는 아름답고 애절한 마음을 고고의 여정을 통해 보여준다. 

단 하나였던 삶의 목적을 잃은 후에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과정과 모습들이 무너진 마음을 재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고고가 랑의 죽음 이후에도 삶의 목적을 랑으로 두고 사막을 건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사막을 계속 걷게 할 수 있는 힘을 얻듯이 말이다.

이번 기회로 천선란의 소설을 처음 읽어봤는데, 과거 최진영, 오한기를 처음 읽고 받은 부드러운 충격을 오랜만에 받아보는 것 같다. 이전의 소설과 앞으로 나올 소설을 계속 사게 될 독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뽑은 2022년 최고의 중장편 소설,,!

본 서평은 현대문학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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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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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누구나 영웅이면서 동시에 최악인,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활용하면서 전개된다. 하지만 호랑이 사냥 등 전혀 예정에 없던, 기록하지 않은 부분들이 독자를 매혹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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