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 삶을 파괴하는 말들에 지지 않기
아라이 유키 지음, 배형은 옮김 / ㅁ(미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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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이 우리를 아낄 수 있도록

아라이 유키, 배형은 옮김, 『말에 구원받는 것』(ㅁ, 2023)

사회를 흔드는 빈약한 언어에 맞서는
존엄한 말의 힘에 관하여


아라이 유키의 『말에 구원받는 것』이 ㅁ(미음)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2021년에 말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 『말에 구원받는 것』이 일본에서 출간된 뒤 한국에서 올해 출간되었다. 아라이 유키는 문학 연구가이며 소수자의 자기표현법과 장애인의 사회 활동을 연구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타인을 깎아내리는 말이나 자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말들에 익숙해졌다. SNS 댓글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되었다. 사회는 점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파괴된 것처럼 보이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넘쳐흐르는 자극적인 말과 태도에 있어 더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타인을 대한다. 이러한 삶의 형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서로의 존엄을 해친다고 해서 자신의 존엄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행되는 폭력의 말들은 그러지 않는 이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끼쳐 사회를 병들게 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언어 사용에 있어서 의문이었고 해결할 수 없어 사람을 포기했던 적 있었다. 나라도 조금 더 폭력적이지 않은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폭력적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순 없어도 내가 타인을 파괴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쉬웠다. 나의 말이 타인을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점에서 아라이 유키의 『말에 구원받는 것』은 나의 기나긴 의문에 어떤 답변을 들려주었다.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파괴된 언어와 사회를 돌이킬 수 있는 언어의 힘을 보여준다. 이것은 말을 믿는 자의 태도일 것이다. 빈약한 언어가 축적될 때 끔찍해지는 사회를 들여다보고 지금 여기에 ‘없는’ 언어를 불러온다. 그 언어는 회복과 구원의 말이 세상에 여전히 존재함을, 존엄 가득한 언어가 사회와 존재를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과 힘이 있음을 증명한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갈라 나누고 몰아세우고

입 다물게 하는 사회는 누구에게나 ‘살기 힘든’ 사회임에 틀림없다.

그런 사회가 ‘살기 편하다’면 그런 ‘살기 편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야말로

도리어 비참한 일이다.

「마이너스 감정을 처리하는 비용」 중에서

나는 어떤 현상이 벌어진 것에 대한 잘못을 나에게 버릇처럼 묻곤 한다. 그것이 나의 잘못이든 아니든 ‘나는 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는가’라는 생각 앞에서 나는 작아지고 어떠한 말을 할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된다.

세상에는 엄격한 잣대가 있고 그 잣대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일수록 가벼워진다. 가볍게 다루는 사람일수록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간혹 인터넷 댓글을 보면 어떤 잘못을 개인에게 집중적으로 전가하고 욕한다. 물론 개인의 잘못일 가능성이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회 문제’를 ‘개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을까? 책에서는 ‘육아’, ‘돌봄’ 등과 같은 문제를 여성의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현상에 관하여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예처럼 근본적으로 무엇이 정말 ‘문제’인지 정확하게 봐야 한다. 무분별하게 타인을 향해 잣대를 들이미는 폭력적인 태도 또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되물어야 한다. “자신이 어쩔 수 없이 힘든 일을 겪게 되었을 때 ‘내가 나를 죽이지 않기 위해 필요한 말’은 어느 쪽”일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그런 뒤에 말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강권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우선 누군가에게 ‘쓸모없다는 낙인’을 찍는 데 망설임이 없어진다.

다음에는 낙인 찍힌 사람들을 박해하고 배제하고 입 다물게 한다.

입을 다물린 뒤 이번에는 거꾸로 말하게 한다.

‘이렇게 말하면 동료로 받아줄 수도 있다’는 태도를 취하며 ‘강제’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말하게 만든다.

‘‘강제로 말하게 한 사람’의 책임은 이런 식으로 사라지고

‘자발적으로 말한 사람’만이 상처받는다.

「나라를 위한 쓸모가 없었던 사람」 중에서

‘쓸모’를 다하는 삶은 기구하다. 자신의 ‘쓸모’를 사회의 규범에 맞추어 삶을 재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 사람의 몫을 다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배웠고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내가 사회에 합당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나의 상처를 늘리는 방식으로 살아왔다는 점에서 충격받지 않을 수 없었다. 믿음이 부정당한 것보다 폭력이 삶의 태도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을 자각조차 못 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쓸모’를 요구하고 타인을 공격하는 언어는 “높은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허상을 부풀리기 위해, 적을 만들어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누군가를 위압해 입을 다물기 위해” 쓰인다. 약자는 사회가 자신을 파괴하고 있음조차 알지 못한 채 고갈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약자인 본인도 누군가에게 어떤 ‘쓸모’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의 메커니즘 속에서 약자가 이러한 폭력을 마주하고 폭력 속에서 상처받는 약자를 마주하고 서로가 연대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약자가 약자를 생산하는 것만큼 비참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언어는 무력하다고, 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글을 놓은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사회의 합리주의적 사고에 몰두하고 있었고 스스로 손목에 상처를 내듯 살아갔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을 보여줘서, 그 사랑이 문을 열고 눈밭을 달려 나가는 개처럼 스스로 나아가고 주변을 믿는 힘을 보여줘서 나는 다시 언어의 힘을 믿게 되었다.

「격려를 포기하지 않기」에서 문학자인 저자가 어떤 환자가 쓴 시를 보며 생각하는 대목이 있다. 여기서 저자는 말의 힘에 관해 말한다. “적어둔 말로 남겨두면 언젠가 누군가가 친구를 생각하며 친구를 위해 기도해줄지도 모른다.”면서 말이다. 무용한 언어의 힘은 자각할 때 그 무엇보다 강력해진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일수록 언어의 힘을 믿어야 하고 그 힘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분량 상의 이유로 더 쓰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것으로 마친다. 정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읽고 고민하고 서로를 환대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바람과 바람이 만나 현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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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설계자 - 장르불문 존재감을 발휘하는 단단한 스토리 코어 설계법
리사 크론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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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흔드는 스토리

리사 크론, 홍한결 옮김, 『스토리 설계자』(부키, 2023)

스토리의 뼈대를 탄탄하게 만드는 비결

선택받는 책이 될 수 있는 것은 스토리에 달렸다!

리사 클론의 『스토리 설계자』가 부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세계적인 스토리 컨설턴트이자 전문 연사인 저자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 전문가로 활약했다. 문학 에이전시에서 출판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왕자의 게임』 브라이언 코그먼, 『캐리비안의 해적』 스튜어트 베티 등 유명 각본가와 극작가 등을 배출해낸 UCLA 익스텐션 작가 프로그램의 강사이기도 하다.

많은 독자가 선택한 책은 어떤 의미로든 ‘좋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가 좋다거나, 감성이 좋다거나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스토리일 것이다. 스토리는 플롯과 같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서사의 흐름이 있는가 하면 사건을 통해 화자가 어떤 행동을 하며 영향을 받고 화자의 내면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와 같은 내적 투쟁이 존재한다. 저자는 후자가 좋은 스토리이자 잘 팔리는 스토리라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내적 투쟁’이 있는 스토리를 어떻게 지을 수 있는지 제시한다. 스토리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스토리의 본질과 오해를 다루는가 하면, 속 이야기를 설계하기 위해 육하원칙을 비롯한 세계관을 다루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내적 투쟁을 일으킬 서사의 시련을 마련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도입부를 다루거나 논리성을 채우는 작업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며 어려운 스토리 설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먼저 감정을 바꾸는 것이니까.

당신은 그럴 힘이 있다. 이제 그 힘을 활용하길 바란다.

대학 시절 소설 수업 과제로 소설을 쓴 적 있다. 아마 마지막 소설이었을 텐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온 감정을 다 넣어서 썼었다. 그때는 플롯이나 주된 사건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끔 그 소설이 생각난다. 그 소설을 읽으면 대학 시절 어려웠던 나의 생활에 관한 감정이 먼저 떠오르고 그것을 쓰고 난 뒤로 난 소설을 쓰지 않게 되었지만, 어떤 마음 하나를 닦아낼 수 있었다고. 어떤 이야기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이 스토리의 힘이자, 내적 투쟁의 힘이 아닐까.

저자는 스토리의 힘을 잘 아는 사람 같다. 구조적인 흐름과 플롯의 배치를 통한 효과를 언급하기 전, 마음에 관해 말한다. 마음은 본질적인 것이며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일까. 마음을 믿는 사람의 글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바꾸거나 최소한 돌아보게라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저자는 그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독자의 마음에 어떻게 닻을 내리는지 방법론적인 구성으로 책을 만들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본질적인 힘은 자신에게 있음을 인지하게 해주는 것 같다. 믿음은 믿는 자의 것이다. 하나의 믿음으로부터 나아가는 스토리의 가지를 저자의 책을 통해 오랜만에 자각하게 되었다. 소설을 꼭 쓰지 않더라도 이 책은 글을 쓴다면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다방면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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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 비바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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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순간의 말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민승남 옮김, 『아구아 비바』(을유문화사, 2023)


읽을수록 경계가 흐려지는 물의 문학

리스펙토르의 세계가 ‘당신’을 향해 쏟아진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아구아 비바』가 을유문화사의 암실문고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1920년에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작가는 내전을 피해 브라질로 이주하여 난소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소설을 썼다. 작가의 작품을 주도적으로 번역하고 편집했던 벤저민 모저는 작가를 카프카 이후 가장 중요한 유대인 작가로 꼽기도 했다.

고전적으로 시와 소설은 서사의 구체성과 범위를 중심으로 구분되었다. 순간의 이야기는 시, 길고 폭이 넓은 이야기는 소설. 하지만 순간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소설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은 아니고, 길고 폭이 넓은 이야기를 갖는다고 한들 시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문학의 범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넓어지고 있으며 이젠 무언가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그럴 필요조차 없게 되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소설 『아구아 비바』는 어떤 점에서 시처럼 말을 쏟듯이 풀어내는가 하면 소설의 형식으로 내밀한 서사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구아 비바』의 화자는 자신의 말을 ‘피상적으로만 들으라’고 한다. 어떠한 해석을 통해 무언가를 도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관찰자의 입장으로 풀이나 돌을 보고 색이나 소리를 느끼듯 감지하길 권한다. 이러한 방식의 독서는 '시'의 감각이라 생각한다. 감각을 감지하고 관찰하여 확장하는 읽기의 방식은 어떤 서사의 결말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서사의 시작으로 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글은 대부분 기묘하고 규범을 벗어나는 글이기도 하다. 그중 『아구아 비바』는 가장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글이다. 앞서 말했듯 전개나 결론 없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욕구를 쏟아내고 확장하듯이 말하기 때문이다.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말하는,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는, 제목에 충실한 글이다.

이 말을 해야겠다 : 나는 이 '지금-순간'의 사차원을 포착하려 하지만,

찰나에 불과한 이 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새로운 지금-순간이 되었으며,

그것 또한 이미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말을 해야겠다'라는 욕구가 이 책의 전부이다. 서사이며 세계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지금-순간'을 말하기 위해 그것과 관련된 모든 말을 한다. '말'을 전하는 방식은 편지의 방식처럼 보인다. 글의 도입에서 작가는 "당신에게 글을 쓰고" 있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순간에 관해 말한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지금-순간'을 반딧불이에 비유하며 은유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하기도 한다.

'말'을 하겠다는 건 모든 작가의 욕구이기도 하며, 그것이 끝내 실패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도전하려는 당찬 포부이기도 하다. 작가는 '지금-순간'을 말하지만 그것을 말한다는 것은 전부를 말하겠다는 것과 같다. 전부란 삶이자, 죽음을 포함한 모든 것. 그렇기에 작가는 처음 눈을 뜬 새처럼 느끼는 모든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다른 이가 그의 언어를 들었을 때에는 어떤 중얼거림과도 같게 느끼게 된다. 정확히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적인 언어를 구사하기에 이 뜻이 저 뜻이 되고 저것이 이것이어도 좋을 말이 많다. 그래서 정말 감각적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작가가 각오하고 썼다는 게 아닐까.

처음 을유문화사에 서평을 신청했을 때 내가 이 서평을 다른 서평처럼 끝까지 완성도 있게 쓸 수 있을 순 없겠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읽겠다고 한 이유는 이 중얼거림이 내게 어떠한 감각을 쥐여줄 것 같아서였다. 다 읽고 난 뒤 나는 어떤 소용돌이 사이에 있는 기분을 느낀다. 벗어날 수 없으나 책의 '지금'에 내가 자리하고 있다는 감각. 이 감각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스스로 울타리를 벗어나며 어디로 나아간다는 자각 없이 폭력적으로 확장을 거듭하는 세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그것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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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워커의 책장 - 나와 내 일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책의 힘
김윤수 지음 / 파지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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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밥줄을 만들어내는 삶

김윤수, 프리워커의 책장(파지트, 2023)

 

나를 브랜딩하는 건 나의 몫이다!

프리워커를 향한 스물여덟 권의 발판들

 

프리랜서와 프리워커의 차이는 무엇인가. 저자는 회사에서 일을 받아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프리랜서라 칭하고, 자신이 스스로 브랜딩화한 것을 세일즈까지 하는 사람을 프리워커라고 칭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프리워커의 삶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모든 것으로 돈을 벌 수 있으며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 사람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다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을 대 프리워커의 시대라고 부를수도 있겠다.

나 역시 많은 돈을 벌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이 둘 사이의 교점을 찾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거란 생각도 한다. 하지만 저 둘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달콤한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차별화와 능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나와 같은 예비 프리워커들에게 책을 통해 먼저 조언하려 한다. 스물여덟 권의 책을 통해 예비 프리워커에게 노하우를 전하고 프리워커의 브랜드 관리와 전략 관리, 자기 관리 방법을 전수하며 프리워커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책 또한 동시에 추천한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현직에 나가본 사람의 글을 읽으며 프리워커의 세계는 어떤지 먼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마음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 일어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은 일, 우리가 아무리 걱정해도 해결 되지 않을 일, 감정이 정리되지 않고 마음과 머리만 분주해지는 일, 대부분 하나는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 일 때문에 우리 마음이 지옥이 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살면 좋겠습니다.”

걱정이 많아 걱정인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중에서

 

저자는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데일 카네기, 임상훈 옮김, 현대지성, 2021)을 읽고 걱정이 많아 걱정인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을 썼다. 프리워커로서 어떻게 커리어를 쌓고 발판을 만들고 하는 것도 분명 크게 필요한 것이지만, 1인 사업가로서 자기 자신의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4장인 자기 관리 부분의 비중을 책에서 많이 잡았는데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본인을 관리하고 스스로 다잡아야 하기 때문인 건 아닐까.

미래는 정말 모르겠지만, 이런 책들을 읽으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틀린 건 아닐 거라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에 도움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미래의 기초를 프리워커의 책장으로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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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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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새로운 단행본 시리즈 『SF 보다ㅡVol. 1 얼음』의 가제본을 운이 좋게도 읽어보게 되었다.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두었기에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주 작고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옷 안으로 들어간 것만 같았다. 처음엔 살을 긁듯 독자를 사로잡지만, 읽을수록 얼음을 가까이 두게 된 나의 온도를 생각하게 된다. 투명한 얼음 같은 작품을 들여다보며 나는 녹일 수 있고 깨트릴 수 있고 손을 차갑게 해서 최대한 느리게 녹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은 그저 얼음처럼 투명하게 품을 연다. 다양한 각도에서 얼음의 형태와 질감 등을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얼어붙은 이야기」 / 곽재식

"인생이 길지 않잖아요. 수십억 년 된 행성과 별들이 지내오는 시간에 비하면 백 년쯤은 잠깐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그나마 넓디넓은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수십억 명이나 되는 사람 사이에 부대끼며 보내는 삶이거든요. 그런데도 그게 굉장히 귀중하다는 생각은 또 있어요. 아까 우리가 이야기했던 대로, 이런 삶 하나를 위해 은하계 몇 개를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얼어붙은 이야기」 / 곽재식

화자는 자신을 소설의 등장인물이라 소개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상황은 트럭에 치이기 전 시공간이 멈추고 외계인 "생사귀"가 등장해 화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화자가 어떤 상황인지 "생사귀"에게 전달하며 소설 초반에 제시한 떡밥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독자를 향해 농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소설은 화자가 삶의 대부분을 알고 있다는 말을 의식적으로 하며 독자의 상상을 제한한다. 제목처럼 이야기를 얼어붙게 하는 작가는 제한된 이야기가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관해 말하려고 이러한 방식으로 소설을 쓴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읽다 보면 작가가 만든 길을 의심할 새도 없이 이끌려 가게 된다.

「채빙」 / 구병모

그리고 사한도 현명도 아닌 이것을 망설임 없이 폐기하기를. 혹여 당신들의 후속 연구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만으로 나를 이 진절머리 나는 세상에 붙들어놓지 말기를. 공허한 단어와 무용한 진실들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주기를.

「채빙」 / 구병모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얼음이 녹으며 인류는 사라지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고, 남은 인류는 물에 잠긴 현대 문명을 뒤로하고 다시 기술이 없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채빙을 하러 온 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존재로, 배경지식은 있고 생각은 가능하지만,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 채 수호신처럼 사한 또는 현명으로 불리며 추앙받는다.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가 자신을 규정하려 하고 그것을 오랜 시간 견뎌온 존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질적인 아름다움이 아닐지 생각했다. 이질적인 아름다움이란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라져도 마음 한편에서는 자리하고 있는, 냉동실 속 작은 눈사람 같은 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두 소설은 가장 먼저 나오는 두 소설이기에 먼저 소개해 보았다. 나머지 소설들도 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해서 많은 독자들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선보이는 투명한 얼음을 자신의 방식으로 쥐고 느끼고 관찰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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