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쌤의 사자성어 속담 일력 365 (스프링) - 초중고 필수 한자 완전정복!
이은경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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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슬기로운 초등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유쾌하고 통통 튀는 매력으로 수많은 초등 맘들의 든든한 멘토로 자리 잡으신 이은경 선생님께서 초등 교사 경력과 두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로서 20년 가까이 쌓아온 교육 정보와 경험으로,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특히 필요한 한자의 중요성을 인지하시고 초등, 중등, 고등에서 자주 쓰는 사자성어와 속담을 모조리 담은 <이은경쌤의 사자성어▪︎속담 일력 365>를 출간하셔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받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일 일상에서 한자를 만난다.

그 중에서도 네 글자의 한자로 이루어진 사자성어에는 그 말이 만들어진 유래와 교훈이 담겨있다. 매일 이 일력으로 사자성어의 뜻을 익히고 일상에서의 쓰임새를 알아가다 보면, 따로 외우지 않아도 그 한자어를 활용한 다른 단어도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처럼 한자 어휘력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문해력도 높아지는 효과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또한 사자성어처럼 우리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교훈을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한 문장으로 압축시켜 놓은 속담도 함께 익힐 수 있다. 속담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적절히 활용하는 것만으로 내 생각을 보다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어 참 유용하다.




사자성어의 뜻과 각 한자의 뜻도 알려주고, 사자성어를 활용한 예문을 제시해주니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 사용하면 적절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자성어 속 한자를 통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 어휘를 다양하게 알게 되고, 한자어를 활용한 어휘들도 담겨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휘 습득도 가능하도록 정리되어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속담의 뜻풀이와 더불어 알맞은 상황을 귀엽고 센스있는 일러스트가 그려져있어 부담없이 재미있게 익히기 좋고, 비슷한 표현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하기 좋아 일거양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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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쌤의 사자성어▪︎속담 일력 365>는 온가족 둘러앉은 식탁에서도 좋고, 잠자리 들기전 침대에서도 좋으니 매일매일 꾸준히 사자성어와 속담을 배워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자도 익히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우리말의 이해가 빨라지게 될 것이다.


더불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글로 표현할 때 사자성어와 속담을 빗대어 설명하면 훨씬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 나만의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이 일력을 매일, 매주, 매달 열심히 따라 한 우리 아이들의 일 년 후는 분명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 것을 믿고 성실히 쌓아가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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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는 내려놓음의 기술
고미야 노보루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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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를 덜어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당신 안의 위대함을 되찾는 내려놓음의 심리학


내게 오지도 않을 것 같던 마흔을 훌쩍 넘겨 이제 몇 년 후면 50대로 진입하는 나이가 되어간다.

공자가 말하길, 마흔이라 함은 불혹(不惑), 미혹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흔이면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하여 시비분변을 할 수 있고, 감정 또한 적절하게 절제할 수 있는 나이이므로 쉽게 미혹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마흔을 절반 이상 넘긴 나이에도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고, 널뛰듯 오르락 내리락하는 내 감정을 다 알아채기도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음을 느낀다.

이번만 읽게 된 <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 이라는 책을 통해, 바쁜 일상을 하루 하루 의미없이 버텨간다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 습관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카운슬러를 육성한 심리학 교수이자 공인심리치료사, 임상심리사로 사람들의 마음의 집을 고쳐온 고미야 노보루 박사는 내려놓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왔다. 내려놓음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내려놓음의 본질도, 방법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내려놓음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그동안 사람들을 심리 상담하며 축적한 내려놓음의 지식과 기술을 이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고 한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고독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일수록 자신에게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을 떼어낼 수 있고, 가장 소중한 것만을 간직할 수 있다.

내가 사라진 세상을 체험해보거나, 죽기전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적어 행동으로 옮겨보거나, 자신에게 쓰는 조문을 써보는 활동 등을 통해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보자.

감정을 느낄수록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명확해진다.

사회에서 원하는 인격체로 살기는 일단 멈추고, 지금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감각을 가만히 느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타인에게 상처나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안전한 장소에서 울기, 혼자 노래부르기, 카운셀러 찾아가기, 명상하기, 내 감정을 솔직하게 일기나 글로 써보기 등 방법들로 본인에 맞는 활동으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바라보는 활동은 경험과 배움으로 연결되고, 자기 자신의 성장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 '두근거림'의 정체를 밝혀야한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내려놓는다는 건 좌절이 아닌 내면의 소리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의 소리를 간파하면서, 사고방식이나 행동의 궤도를 수정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히 하고, 자신에게 높은 가치관에 힘을 쏟고, 자신에게 낮은 가치관은 과감히 내려놓는 일이 중요하다.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히 한다

우리는 사람의 평가를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자신의 가치관을 소홀히 하고 타인의 가치관에 따르려다 죄책감과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가치관=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알고 그것을 스스로 인지하며 소중히 여기는 일이 필요하다. 디마티니 박사의 '티마티니 밸류 팩터'로 체크해 보면 좀더 명확한 자신의 가치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시적 행복이나 쾌락을 추구하기보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목적, 살아가는 목적을 이루며 의미 있는 충실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원하기 때문에 가치관은 매우 중요하다.

풍요로운 인생을 위해 무엇을 내려놓아야할까

현재, 과거에 대해서도 감사하며 살아갈수록 자신에게 '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을 내려놓고, '정말 중요한 것'을 생활의 중심에 두며 그것에 매진할 수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공헌을 겸허히 성실히 실천할 때,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기회도 찾아온다.




<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는 법부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법,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을 버리고 내면을 안정된 상태로 만드는 법,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찾아내 얻는 법까지, 내려놓음에 대한 핵심 지식과 실용적인 심리 활동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꼭 마흔이라는 나이와는 상관없이, 인생을 좀 더 바람직하고 스스로 자기 변화를 꽤하고픈 이들에게 든든한 안내서가 될 책인 것 같다.

부록처럼 담긴 '밸류 팩터 시트'를 통해 주기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체크하고, 앞으로 어떤 가치관에 중점을 두어 나아가야 할지 확인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려놓음의 진정한 의미와 우리의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알게되어 기쁘고, 삶의 무게를 덜어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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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전하는 도시락 가게 코하나
오치아이 유카 지음, 유보라 그림, 김지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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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표지부터 다정하고 따스함이 묻어난다.
살포시 도시락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행복이 퐁퐁 피어오를 것 같은 맛난 음식 냄새에 취해 벌써 군침이 도는 듯 하다.

책은 국내에 처음 출간을 알린 일본 작가 오치아이 유카의 동화로, <마이너스 히어로>로 제57회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유성과 번개> <스포츠 이야기-배드민턴 긍정적인 복식!> <하늘의 부엌> 등이 있다.



이곳에선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을 가진 손님들과 도시락 가게 코하나의 특별한 도시락이 얽히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갖가지 다양한 음식을 소재로 맛도 효력도 범상치 않은 도시락을 둘러싼 15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인질 도시락, 대왕 도시락, 거짓말쟁이 도시락, 종말 도시락, 교환 도시락, 최애 도시락, 심장 저격 도시락, 축복 도시락, 복수 도시락, 생일 도시락, 벚꽃놀이 도시락, 츤데레 도시락, 아이돌 도시락, 봄눈 도시락 등 도시락 이름만 들어도 친근하고 위트 넘치며 따뜻하고 행복이 전해진다.

도시락 가게 코하나에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어떤 손님은 도시락으로 시합에서 이기고 싶어 하고, 어떤 손님은 사랑을 이루고 싶어 한다. 또 어떤 손님은 누군가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코하나의 점장은 그런 손님들의 마음에 응답하기 위해 정성껏 도시락을 만든다.

혀끝에서 살살 부드럽게 뭉개지는 꽃 모양 계란말이부터 괴로운 마음을 녹이는 푸릇푸릇한 채소 무침까지.. 갖가지 반찬이 담긴 코하나의 도시락은 사람들의 마음속 진심과 고민에 얽히며, 엉뚱하고 두근거리는 사건과 감동을 일으킨다.

짧은 에피소드마다 등장인물의 관계가 촘촘하게 연결된 옴니버스 형식으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또한 문장 호흡이 짧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쉽고 빠르게 읽혀서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라 초등 저학년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절호의 기회를 만드는 맛, 지구 마지막 날의 맛, 차일수록 맛있어지는 맛, 걱정을 잊게 하는 맛, 용기를 주는 맛 등 신선한 맛으로 가득한 코하나의 도시락은 청소년과 어른들이 읽어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행복의 메세지를 전해주어 힐링되는 편안한 기분도 느끼게 해준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삽화를 그린 유보라 작가의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기분좋고 아름다운 삽화가 더해져 책을 읽는내내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을 선물해준다.

<행복을 전하는 도시락 가게 코하나>를 통해, 몸도 마음도 기운이 나는 특별한 도시락을 맛보며, 뱃속부터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우는 행복한 순간을 느껴보시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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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어디에나 트리플 20
임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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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선한 조합과 엉뚱한 상상력에 매료되어 읽다보면 슬픔으로 뒤덮인 마음 한 구석이 어느새 따뜻한 노랑빛이 스며든다.

<초록은 어디에나>는 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무번 째 책이자, 201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한 임선우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전작 <유령의 마음으로>도 호평이 가득하던데, 이 두편의 소설집으로 매니아층 독자들을 끌어모을 매력이 충분하신 것 같았다.?


/////


세 편의 이야기는 결코 일상적일 수 없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만남'에 대한 우리의 관습화된 현실을 뛰어넘어, 잠겨있는 우리의 생각을 딸깍하고 열어주고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피어난 따스함이 우리를 마주하게 한다.


1. 초록 고래가 있는 방
낙타는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물 냄새도 맡을 수 있는 동물이잖아요. 먼 곳에 있는 물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 막막해 보이는 사막을 계속해서 걸어나갈 수 있는 거고요. 그런데 몇 킬로미터 내에도 물이 없을 때, 물의 그림자조차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을 때 낙타가 무엇을 하는지 아세요? (……) 똑같이 걷는 겁니다. 한 걸음씩. p43

도연은 누수로 인해 윗집을 찾아가지만 사람이 아닌 낙타가 문을 연다. 숨기고 싶은 정체지만 어쩔 수 없이 난처한 낙타의 모습으로 나타난 유미는 남편과 사별후 우울감에 자살을 시도하려다 낙타로 변했다고 한다. 한편 도연은 극본과 연출까지 했던 '초록고래' 란 영화의 참패로 술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 둘은 누수 공사를 위해 서로의 집을 바꿔 지내며 각자의 비밀스런 사정을 알게 되면서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2. 사려 깊은 밤, 푸른 돌
평소보다 강하게 목구멍이 조여왔고, 몇 번의 구역질 끝에 나는 손바닥 위로 돌 한 덩이를 토해냈다. 갓 태어난 슬픔은 언제나 그렇듯 차갑고도 새파랬다. p52

슬프면 눈물대신 푸른 돌을 토해내는 선영은 시들어가는 홍콩야자나무를 밖에 내놓았다가 도둑 맞는다. 확인해보니 이웃집 여자 희조였다. 전직 수영선수였던 희조에겐 도벽이 있었다. 선영은 복수하기 위해 그간 모아둔 슬픔의 푸른 돌을 넣은 선인장을 선물한다. 하지만 선영의 푸른 돌을 받은 이후 희조는 희안하게 훔치고픈 마음은 사라짐을 느낀다. 서로의 슬픔을 공유하게 된 두 사람을 통해 가시화된 물질로 서로의 감정이 교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3. 오키나와에 눈이 내렸어
정말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나는 영하 언니와 나를 발견했다.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둘은 멈춰 서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던 중 그들이 이틀 전의 나와 영하 언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내 머리를 묶어줄 때 영하 언니는 저렇게 웃고 있었구나. 그 얼굴을 이제야 보다가, 나는 지금이야말로 오키나와에서 눈이 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우리들의 짧은 기적. p133-134

주영과 영하는 어느 건물의 1층 편의점과 4층 헬스장의 직원으로 만나, 매일 밤 짧은 10분 동안은 서로에게 안부를 물어준 사이이다. 어느날 영하는 오사카로 금괴를 배달하러 가자고 주영에게 제안하여 둘은 오사카로 간다. 그곳은 주영에게는 축구선수 유망주였던 시절의 향수와 죽은 친구와의 기억이 있던 곳이었고, 연극배우였던 영하에게도 '나'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연기를 할 수 없었던 지난 시절의 자신과 만나게 된다. 비록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채, 상처와 단념을 품고 돌아올 뻔하지만, 영하 언니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지금이 기적이라 생각하며 편안해진다.


/////


초록은 따뜻한 슬픔의 색.
차고 단단한 파랑의 슬픔에
노란빛이 한 줄기 섞인 푸르름.
p137

슬픔이라는게 늘 차갑게만 느껴지는 인식을 세 편의 소설로 그곳에 살짝의 온기를 불어넣어 초록이라 표현해준 임선우 작가의 비현실적 상황도 자연스럽게 와닿는 따뜻하고 사랑스런 느낌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슬픔을 무심하게 다독임으로 낙타의 등이 말랑말랑 해지고, 슬픔을 전염시키던 푸른 돌도 녹아내리고, 오키나와에 눈이 내리는 기적같은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존재를 벗어나는 기적같은 만남,
저마다의 초록을 품은 따뜻한 슬픔의 모습들.
초록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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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나태주.나민애 엮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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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시 83편이 담긴

<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은 나태주 시인과 그의 딸인 나민애 서울대 교수가 함께 엮어낸 동시집이다.

어릴적에는 순수한 마음 그대로를 연필로 꼭꼭 눌러 쓰던 동시가, 어느날부터는 그 은유에 담긴 뜻이 어렵게만 다가와 한동안 시집은 내게 펼치기 힘든 장르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커가는 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마주한 어여쁜 동시를 어른의 눈으로 다시 만났을 때는, 세상 무엇이 이보다 솔직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래 이런게 행복이고 사랑이지, 라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것이 가슴에 와닿는게 다시 느껴기지 시작했던 것 같다.

책을 펼치니 <과수원길> <구슬비> <엄마야 누나야> <꽃밭에서> <반달> <퐁당퐁당> <섬집아기> 등등 나의 어린 시절 애창 동요였던 아름다운 노랫말들이 수두룩 담겨있어, 책을 읽는내내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흥얼흥얼 절로 따라 불러져 잊고있던 동심의 시간을 선물받은 따뜻한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오래오래 기억에 머문 몇 편의 시와 단상들을 짧게 기록해 본다.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튀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의 '콩, 너는 죽었다'

크하하하, 시를 읽으며 너무 귀여운 상황이 그려져서 아이와 함께 콩콩콩 튀어 달아나는 모습을 흉내내며 콩과 한판 대결이라도 하듯 즐겁게 웃은 기억이 난다.

김용택 시인은 어쩜 이리 실감나게 표현을 하셨는지 정말 콩을 쫓아 쥐구멍까지 달려가 구멍 속을 빼꼼 쳐다볼 것 같은 상상이 그려진 시였다. 눈과 귀를 자극하는 단어들이 동시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하는 코믹하고 유쾌한 순간이 떠올라 더 오래도록 기억될 시인 것 같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소오올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을 마주 보며 생끗

아카시아꽃 하이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박화목의 '과수원 길'

나의 최애 동요였다. 어린시절 줄곧 불러내던 노래중 단연 으뜸이었다. 5~6월 언제쯤인가 아빠와 산길 어딘가를 거닐며 딴 아카시아 잎으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잎을 하나씩 떼어내고, 먼저 다 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을 했던 순간들이 아직 기억 속에 오래 머물러 있다. 이제는 아빠가 아닌 내 아이와 캠핑을 가거나 등산을 할 때면 종종 하는 게임이 되어버렸네. 이 멋진 시를 읊을 때면 항상 먼저 떠오를 즐거운 추억을 아이와 공유할 수 있어 참 좋다.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함민복의 '사과를 먹으며'

와아. 작은 사과 하나에 온 우주, 온 세계가 다 들어 있었네. 우리가 무심코 먹는 사과 하나로 시인은 자연의 이치, 생성과 소멸의 우주 원리를 깨닫게 해준다. 사과를 존재하게 한 자연, 사과를 키우기 위한 인간의 노력과 역사 등으로 점점 확장되고, 이를 통해 모든 존재가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사과와 인간은 모두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며, 사과를 먹는 행위 속에 얼마나 많은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는지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아이가 쓰는 동시에는 그 시기에만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과 발랄함이 담겼다면, 오늘 이렇게 마주한 83편의 아름다운 동시를 쓰신 시인들에게는 세상이 정해준 나이가 아닌, 과거 어린이였던 그 마음 속에 해맑고 장난기 가득한 사랑스러움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인생의 쓰고 깊은 맛까지 가득 담겨있다.

'딱 동시처럼만 살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마음이 울적하거나 사는 일에 지쳤을 때 한편의 따스한 동시를 읽으며, 어린이의 맑은 영혼으로 돌아가 힐링하는 마음으로 다시 웃으며 행복감을 찾는 내일을 맞이하길 감히 바란다.

<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은 곁에 두고 자주 펼치며 아이와 작은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듯 수다 시간으로 활용해도 좋을 듯 하고, 한편 한편 필사하며 힐링 시간을 가져도 좋을 편안하고 다정한 책이니 꼭 한번 챙겨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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