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가이드 -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입문서
세실리아 지음 / 동락(도서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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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양 지식을 얻기도 했지만, 이 책에 소개된 곡들을 차례차례 접해보면서 내 취향을 조금씩 찾고 굳혀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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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가이드 -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입문서
세실리아 지음 / 동락(도서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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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에 애증을 갖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나 어린 시절엔 누구나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대부분은 체르니 30까지는 배웠다. 나 역시 대세에 맞춰 그렇게 피아노에 입문해서는 어쩌다보니 예고 입시를 준비할 정도로 멈추지 않고 레슨을 지속하게 되었다. 배우는 내내 나는 피아노가 아주 싫었다. 엄밀히 말하면 '손'으로 연주하는 모든 악기가 다 싫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음악에서 손을 아주 놓아버렸다. 

그렇게 음악과 이별했지만, 요즘 들어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게 좋아지고 있다. 영화 OST에 쓰인 곡들도 좋게 들리고, 퓨전 음악도 좋게 들렸다. 취향도 나이 먹으면서 바뀌는 모양이라고 새삼 느끼게 됐는데. 막상 이제와서 클래식을 들어보자고 하니 뭐부터 들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기껏해야 유투브에서 스타워즈 오케스트라 영상을 검색해보거나 중국 얼후 연주 영상을 틀어서 듣는 정도. 

이런 상황에 놓인채 신간 「클래식 가이드」를 읽게 됐다. 읽는 과정에서 나의 잃어버린 음악 지식을 되찾고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을지 계획하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파트로 나뉜다. 파트 1에서 악보의 기원, 악보 보는 법, 연주 기호, 클래식의 기원, 간략한 역사, 에티켓 등을 정리한다. 연주와 관련된 지식들은 초중급 연주자가 참고하기에 좋은 자료였고, 연주회 에티켓이나 음악사 관련된 지식은 지대넓얕이 유행하는 요즘 시대에, 교양에 목마른 사람들이 읽기 좋은 자료였다. 


 

파트 2에선 클래식 음악의 형식, 골자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연주 형태를 분류하고 각각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연주에 쓰이는 악기들 또한 종류별로 요목조목 설명하고 있어 계보를 알기 쉽게 해놓았다. 악기만이 아니라 성악에 있어서도 남녀 음역 파트 별로 설명해주고 있어, 막연하게 알고 있는 지식들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파트 3에서는 모짜르트, 헨델, 바흐 등 역대 유명한 작곡가들의 탄생, 유년기 시절부터 전성기, 말년의 음악 활동을 돌아보고, 개인의 성격이나 인물 됨됨이, 인간관계, 관련 일화, 주요 곡 등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작곡가의 삶이나 각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스토리 텔링"의 측면에서도 재미있는 구성이 되었다. 또 시기별(바로크 시대, 고전주의 시대, 낭만주의 시대, 후기 낭만주의 시대, 현대)로 나누어 작곡가들에 대한 일화를 실었기 때문에 음악사적 계보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 작곡가 존 케이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아놀드 쇤베르크를 콕 찝어 현대 거장으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도움이 되었다. 대중 음악이 주를 이루는 요즈음, 클래식 분야에서는 어떤 사람이 현대 거장으로 생각되고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좋은 정보를 얻었다. 

 

 

 

 

아놀드 쇤베르크는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클래식 음악계에 12음 기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천재 작곡가라고 한다. 어느 분야나 더이상 발견되거나 창조될 것이 없어 지식 포화상태를 겪고 있다는 것과, 그런 포화상태를 깨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거장의 이름을 따낸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일화였다.


외국 작곡가들 뿐만 아니라 한국 작곡가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윤이상 작곡가에 대해서는 "현대 5대 거장"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바로 윤이상 작곡가의 피아노 곡을 유투브에서 들어봤는데, 불안하고 음침한 분위기에 더불어 기교가 상당해서 깜짝 놀랐다. 다른 작곡가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아는 친숙한 곡들이 소개가 되고 있어, "아! 나 이거 아는데~" 하면서 책을 읽게 되니 책장이 절로 넘어갔다.

 

 

 

파트 4에서는 기분이나 용도에 따라 듣기 좋은 곡들을 작곡가별로 리스트업 하고 있다. 와인 초보자를 위한 책들, 예를 들어  음식 메뉴별로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하여 초보자도 쉽게 마트나 와인샵에서 와인을 구입할 수 있게한다. 또 요새의 미술 감상책들 중 「명화 보기 좋은 날」이나 「출근길 명화 한점」 과 같은 책들은 기분별로 감상하기 좋은 그림을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어, 그림을 좀 더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 「클래식 가이드」 역시 마찬가지로 여러 곡을 장르나 작곡가가 아니라 '테마'별로 구분하여 선곡해주고 있다.


 

 

 

 

고전 클래식을 느끼고 싶을 때, 멜로디가 명확한 곡을 듣고 싶을 때, 또는 사랑하고 싶은 날, 기분이 날아갈 것 처럼 신나는 때 등등. 우리의 기분을 좀 더 다채롭게 업 시켜줄 수 있는 곡들이 소개되어 있어 잘 정리해뒀다가 하나하나 플레이 리스트를 작성해두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러시아, 북유럽 등 각 지역의 독특한 음악색이 느껴지는 곡들을 정리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곡들은 해당 지역의 소설책을 읽을 때 같이 틀어놓고 감상하면 효과만점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활용도 100%다.


예전의 나는 음악을 잘 했지만, 즐기지는 못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옛날보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자세가 갖춰진 것 같다. 좋은 교양 지식을 얻기도 했지만, 이 책에 소개된 곡들을 차례차례 접해보면서 내 취향을 조금씩 찾고 굳혀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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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일본 넷우익의 모순
야스다 고이치 외 지음, 최석완 외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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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다, 야마모토, 나카가와 이 세 저자는 「일본 넷우익의 모순」에서 넷우익 활동가의 정체와 모순적 행태를 분석한다. 책 전반을 통해 비판적 견해가 표현되고 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우스갯소리처럼 "우리만큼 넷우익의 미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겠는가?"하고 말하며 넷우익 해결책을 제시한다.


야스다가 쓴 첫장은 8월 6일 핵 무장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는 넷우익 집회와, 그 무리의 멤버 중 하나였던 남자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남자는 (지금은 우익 활동을 하지 않는지) 예전엔 우익 활동이 '애국의 길인 줄 알았다'고 씁쓸히 고백한다. 그러곤 넷우익의 모순적인 모습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지금 일본의 넷우익들은 적대시 하는 대상을 모두 '조선인', '재일'로 부르고 있어 '재일'이란 말은 마치 상징어처럼 되어있다. 넷우익들은 재일 한국인들이 외국인임에도 특혜를 받아 일본 자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일본인에게 부당한 죄의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제대로 들어가보면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유언비어와 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 거짓정보는 악의적, 모욕적, 폭력적인 표현으로 재일 한국인들을 비난하고 있다. 근거가 말도 안되니, 그들의 주장도 목표성을 잃게 마련이다.  그들에게 어떤 사상과 방향성은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개별적인 정책이나 주장에 관해서는 통일적인 견해가 없다. 저자 야스다가 묻는다. "넷우익이 가려 하는 곳이 어디인가?" 정보의 '감정 능력'이 없는 일반인이 넷우익의 주장에 선동되기 쉽다는 표현과, 그들은 단지 분노감을 표출할 수만 있으면 그만인 듯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넷우익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야마모토 이치로는 데모에 가담하는 사람 중 나름대로 일본 사회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과 정당한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넷우익 단체의 모순된 망상이 이런 사람들에게 파고들어 분노심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우익 단체들은 일단 트위터, 니코니코 동화, 2채널(2ch) 등에서 활동하며 유언비어와 오해, 망상을 전파한다. 재미와 흥미거리를 찾아 이런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들도 넷우익의 게시물에 노출되고, 그들에게 빠지게 된다. 


넷우익 활동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용자 계정을 조사해보면 96% 가량이 거의 '영향력이 매우 빈약한 개별 사용자 계정'이라고 한다. 그들의 글이 리트윗 되는 수가 많은 듯 보이지만 실상 그 ID를 살펴보면 팔로워나 팔로잉 수가 한정적이다. 야모모토는 넷우익 활동자들이 실제로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친밀한 지인이 없으며, 학력과 지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실세계에서는 무력한 사람들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의 뒤에 숨어 무근거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우익이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가지고서 강렬한 일본관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반 한국 태도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그들은 피차별 의식과 과대망상,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혐한 감정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주위의 모든 대상을 적으로 간주한다. 한국, 일본정부, 일본언론, 일본 경찰, 엘리트 집단 등 모두가 그들의 비난 대상이다. 이런 행태는 일본 국력 유지에 전혀 공헌하지 못한다.



나카가와 준이치로는 넷우익 단체들이 일본 매스컴에 대해 "반일이다. 한국과 뒷거래를 하고 그들을 밀어주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내놓는 근거들이 터무니 없다고 해명한다. 매스컴이 반드시 깨끗하고 공명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넷우익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정부가 뒷받침 하거나 한국 기업이 PR을 함으로써 매스컴이 한국에 우호적인 방송들을 내보내고 한류 드라마, 걸그룹 영상을 트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넷우익의 매도는 '성공'했고, 매스컴에서는 이제 한류 컨텐츠를 내보내는 것을 꺼리게 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나카가와가 가장 강하게 넷우익을 비판하는 부분은 그들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모순된 해석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같은 행동을 해도 그들의 '동지'로 취급되는 아베 신조가 하면 모두 '혐한'을 돌려 표현한 정치적 공작이 되고, 다른 부류(예, 민주당)의 정치인이 하면 한국 우호 행위로 해석되어진다. 넷우익에게는 아베 신조가 모든 행위가 '혐한'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넷우익은 음모론을 좋아한다고 언급된다. 그들이 모든 안 좋은 정치, 사회적 사건을 재일에 의한 음모론으로 통일 시켜 버리는 것은 그것이 편하고, 안도감이 들기 때문일 거라 말한다. 야스다는 넷우익의 이런 행태를 '정신병' 혹은 '심리적인 문제'라고 바라본다. 그런데 그 대상이 한국인 원인은 버블 현상으로 일본 경제가 침몰하던 때와 인터넷이 보급되는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버블 경제 붕괴와 리먼 쇼크가 닥치자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권리 보호를 주장하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위태로운 상태에 놓인 일본 자국민들이 외국인들을 모든 일의 '원흉'으로 간주해버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단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저자는 담화를 통해 넷우익이 이 지경에 이른 원인과 앞으로의 과제를 토론한다. 여기서 넷우익이 이렇게 모순투성이 논리를 펴는 이유는 "지능이 낮아서"라는 격한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야마모토는 일단 넷우익들이 비생산적인 인터넷 선동 행위와 데모를 멈추고 실제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회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폐쇄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등을 만나고 소통할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야스다는 넷우익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국제 연대감이라고 하며 앞으로의 일이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다는 뉘앙스를 내비친다.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넷우익 단체는 유언비어, 망상, 오해 등을 퍼뜨려 일반 사람들을 선동한다.

○ 넷우익 할동은 일반적인 우익 단체의 활동과는 사상, 추구 가치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애국심'이나 '국수주의'가 아니라 '분노'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 넷우익 활동가들는 안 좋은 일은 모두 한국인, 북한인들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편의주의적 우를 저지르고 있다.


읽는 동안 막연히 알고 있었던 넷우익의 정체, 그들로 인한 재일 한국민은 물론 일본 사회의 피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오갈 데 없는 분노를 인터넷을 통해 마구 뱉어내는('배설'이라고 자주 표현된다) 사회 현상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책을 읽으며 넷우익 문제에 우리나라의 소통 단절 문제를 비추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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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걸다 창을 내다 아트秀다 1
정소연 지음 / 풀빛미디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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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에 좀 더 친근히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출근길 명화 한점」, 「명화 보기 좋은 날」등의 책을 읽어보니, 작품의 해석이 거창할 필요가 없고, 느낀 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이번엔 진짜 작가들의 이야기를 닮은 책 「그림을 걸다 창을 내다」란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 처럼 미술 작품을 통해서 작가와 소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책 본문의 들어가는 말을 보니, 작가들은 단순히 유흥거리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고민을 안고 작품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그런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편집자에게는 뜻 깊은 체험으로 다가갔겠죠. 그런 소통의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하고자 이 책이 탄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그런 활동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어디서 오는 건가 궁금했습니다. 대부분의 작가의 글을 보니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 자체가 매우 즐거운 활동이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마 직접 뭔가를 만들어보지 않는다면 느낄 수 없는 감각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그 작가도 일상생활에선 일반 사람하고 똑같았어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모으기 좋아하는 작가도 있었고,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즐기길 좋아하는 작가도 있었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모두 같은 일반 사람들이지만 세상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 신기해요. 


책에서 소개된 작가 중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그래서인가봅니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부분, 혹은 눈에 잘 띠지 않는 부분을 들여다보고 자기만의 표현방법으로 미술품을 창작해냅니다. 표현방법은 작가의 생활 양식, 가치관, 재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구요. 작품에는 작가의 메세지가 담겨있어요. 작가의 의도를 찾는 것, 또 어떤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했는지 살펴보는 것. 이런 식으로 미술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와 교류하는 거구나 하고 자연히 느끼게 됐습니다. 한 작가는 작품을 보고 받아들이는 건 보는 사람의 '몫'이지만 창작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주는 관람객을 보면 너무 기뻐진다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졸전을 열던 미술학과 친구를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자기 작품을 아주 들떠서 손발 열심히 써가며 설명해주던 게 생각났어요. 그 땐 그 친구가 신나게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그 모습이 신기해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약력, 취향, 가치관 등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전시회를 자주 다녀 보지 않았어도 글들을 보면서 삽화를 보고 작가의 의도를 이해해보려고 하니 재미있었어요. 읽다보니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작가도 알게 되고, 또 어떤 작가의 전시회에 가보고 싶단 기분이 생기기도 하더군요. 작가들은 자신의 전시회에 오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전전긍긍하면서 보기도 하고, 또 흥미롭게 지켜보기도 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 점에선 개인적으로 성유진 작가의 멘탈이 놀라웠습니다. 작가의 전시회에 온 사람들 중에는 "귀엽다" 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징그럽다" 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람객도 있다고 하는군요. 관람객들 사이에 작가 아닌 척 숨어서 그런 말을 듣고도 "사람들마다 같은 걸 보고도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라고 감상을 말하는 멘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대로, 서예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 「바라카몬」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서예작품에 대해 혹평한 나이 든 노인 심사위원에게 주먹질을 했던 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성유진 작가 작품. '「코기토, 에르고 숨」)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도 있겠지만. 긴장한 듯 어깨를 움츠린 소녀. 적대적인 표정이 읽힌다. 곧 마수가 덥칠 것 같은 분위기인데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성유진 작가의 작품. ) 우울해 하는 듯 보이지만 냉소적인 시선을 던지는 듯도 하여 보는 이를 부끄럽게 한다.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는 작가로는 금혜원 작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쟁과 폭력을 주제로 한 연극을 보고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사명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사회의 아픈 면을 인지하고 들춰내야 할 역할이 언급되어 있었고, 금혜원 작가의 작품에서도 그런 노력과 시도들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Blue Territory-The Pond> 라는 사진 작품이 그랬습니다. 서울의 도심 재개발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작가는 파란 장막을 공공의 기억, 개인적 역사의 단절을 불러일으키는 경계로 해석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읽은 문학작품 「남쪽 절」이 생각났습니다. 「남쪽 절」에서 사회의 비극적인 부분을 외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주인공에 투영해냈고, 그 비극적 장소로서 용산 재개발 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공간도 작품 안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이 된다는 걸 금혜원 작가의 작품에서도 느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금혜원 작가의 작품. <Blue Territory-The Pond>)

 

 몇몇 작가의 메세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미술을 관람하고 즐기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계가 좀 더 활성화되어 많은 미술작가들에게 활기를 줬으면 좋겠다는 것. 또 한 순간 대박을 터뜨리면 되는 게 미술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겨나고 있어 아쉽다는 것 등. 현재 우리나라 미술계에 있는 젊은 작가들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전시회는 미술학과 학생들이나 진심으로 흥미가 있어서 가는 거란 인식이 있었는데. 어려워서 좀처럼 가까이 하지 않았던 전시회를 좀 더 가깝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네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혹은 미술의 가치에 대해 좀 더 심오하게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작가들과 소통해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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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 괴로운 과거를 잊고 나를 지키는 법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정혜주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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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스팅은 최근 2015년 12월 18일에 출간된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의 리뷰 포스트입니다. 책의 전반을 꿰뚫는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게 포스팅 목적입니다. 



이번 책에 대해서는 특히 제 개인적인 감상이나 평가를 배제합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책인 거 같습니다. 심리학 책은 뭐라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상황을 저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자기 계발서야말로 "읽는 사람이 유익하게 읽었다면 따봉!"이 아닐까 싶네요.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사람의 감정선을 이루는 근저에는 과거의 상처가 큰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게 기본 가정입니다. 동일한 가정을 제시하고 있는 책에 「감정인간」이라고 하는 책이 있어요. 사람이 작은 일에도 크게 상처받고 유난스럽게 구는 데에는 전부터 쌓이고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이 곪아 때가 되어 툭 터져 버렸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과거의 어떤 안 좋은 경험, 그것을 가슴속에 묻어뒀는데 누군가 그걸 툭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해서 감정이 폭발하고 만다는 겁니다. 「감정인간」도 그렇지만 이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에서도 그런 가슴 속에 숨겨 두었던, 혹은 숨겨져 있어 인지 하지 못하고 지내는 그런 기억들을 찾아내어 마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안 그러면 계속해서 녀석이 시한 폭탄처럼 기능할 거란 말이겠지요.


어떤 사람은 안 좋은 일을 겪고도 "난 지금 상처 받았다."라고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그 일을 가슴 속에 품어두게 됩니다. 이런 삶의 방식을 이 책에서는 '타인위주의 삶'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과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혹은 그 사람이 너무 권위적이어서 스스로가 위축되기 때문에. 등등 자신의 의지나 욕구와는 상관없이 타인을 생각하다가 부정적 감정을 속 안에 숨겨두는 것이 계속해서 화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외부에 흔들리기만 하다 보니 스스로 '자기감정을 파악하는 능력'조차 상실하고 말았다고 하죠. 그러니 많은 심리 치료 도서들에서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이 책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솔직해져라." "상처받았음을 표현해라." "감정을 표출해라." 이런 주장을 하는 책으로는 배르델 바르데츠키의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가 대표적이지 않나 싶네요.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에서는 이렇게 솔직히 표현하는 삶의 방식을 '자기 위주의 삶'이라고 표명합니다.


한 사람이 현실에서 자꾸 상처받는 이유가 과거의 특정한 상처에 있으며, 그런 기억이 심어진 건 '타인 위주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까지 정리되었으니, 남은 건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입니다만. 제가 판단하기로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처법은 두 가지 방향입니다. 극단적으로 알기 쉽게 정리하면 이럴 거 같아요. 

1. 사실은 너만 상처 받은 건 아닐지 모른다. 그러니 너 자신을 돌아봐라.
2. 안 좋은 일이 반복될 때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다신 희생하지 않겠어" 라는 다짐을 실천해라. 


본문입니다. 누구나 "100% 피해자도, 100% 가해자도 없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책의 저자 이시하라 가즈코도 그런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지금 누군가와 트러블을 일으키고 있을 때, 사람이 겪는 상처의 크기는 실은 개인의 과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배경 이런 것들의 영향을 받겠죠. 요컨대 상대방이 나를 30이라는 파워로 때렸어도, 나는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인해 30을 100의 파워로 더 크게 느끼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 100 곧이 곧대로 상대방을 탓할 수는 없다는 논리겠죠. 이런 주장이 가능해지면 요새 유행처럼 언급되는 심리학자 아들러의 명언이 또 등장합니다. "인생이 힘든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 실은 한번 릴랙스 하고 상대방에게 오히려 자신이 미안한 짓을 했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자기 상처는 생각보다 작아진다고 합니다. 


또 감정을 숨기지 않고 상대방에게 상처받았다는 감정과 미안하다는 감정을 같이 말로서 전달할 수도 있겠죠. 책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인 대화법'이라고 하고 있네요. 이런 접근법이 실제로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처 받았다고 솔직히 말했다가는 상대방에게 신경쇠약자, 정신이상자로 비칠 수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의 심리학 도서들은 어쨌든 자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호소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이 여타 비슷한 장르의 책들과 다른 점은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하고 있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까지의 책들 중에는 '상대방'은 모두 '악인', '감정폭력 행사자' 등으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상대하면서 아무리 개인이 상처 받지 않는 감정 연습을 한다 한들, 그들의 언행이 실제로 거세어지기만 한다면 마음 다듬는 연습에도 한계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나 이 책은 결국 "당신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 있습니다. 살살합시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상처 받은 주인공에게 "그러니까 엄살피우지 말아라." 라고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여타 책들에서 악인으로 그려졌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아, 생각해보니 내가 유별났구나. 나도 잘못한 게 있네." 하고 생각한다면 상황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트러블은 손바닥이 마주쳐서 생겨나는 것인데, 한 사람만이 착한 척하고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해달라고 굽히고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은 이 책이 주장하는 '자기 위주의 태도'에도 부합되지 않아요. 결국은 모두가 서로서로 배려해나가자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현실적 난제겠지요. 


요새들어 아들러가 정말 많이도 언급되는 것 같습니다. 일본 출판계에 부는 유행인가봐요.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에도 인용되어 있습니다(하지만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주제와 이 책의 주장은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또 기시미 이치로의 베스트셀러 「버텨내는 용기」도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근데 아들러가 프로이트와 비슷한 시기의 사람이란 이유로 "너무 고전적이다. 현대에 적용하기 어렵다." 라고 하는 의견도 있는 거 같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해서 나온 다양한 자기계발서들은 저자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비슷하면서도 아주 조금씩 다른데... 그렇다면 하나하나 주장을 배워 익힌다기보다는, 저자 성향이나 논리의 타당성, 또는 책의 재미 자체를 비교해보면서 읽는 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아들러의 인기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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