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일본 넷우익의 모순
야스다 고이치 외 지음, 최석완 외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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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다, 야마모토, 나카가와 이 세 저자는 「일본 넷우익의 모순」에서 넷우익 활동가의 정체와 모순적 행태를 분석한다. 책 전반을 통해 비판적 견해가 표현되고 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우스갯소리처럼 "우리만큼 넷우익의 미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겠는가?"하고 말하며 넷우익 해결책을 제시한다.


야스다가 쓴 첫장은 8월 6일 핵 무장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는 넷우익 집회와, 그 무리의 멤버 중 하나였던 남자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남자는 (지금은 우익 활동을 하지 않는지) 예전엔 우익 활동이 '애국의 길인 줄 알았다'고 씁쓸히 고백한다. 그러곤 넷우익의 모순적인 모습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지금 일본의 넷우익들은 적대시 하는 대상을 모두 '조선인', '재일'로 부르고 있어 '재일'이란 말은 마치 상징어처럼 되어있다. 넷우익들은 재일 한국인들이 외국인임에도 특혜를 받아 일본 자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일본인에게 부당한 죄의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제대로 들어가보면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유언비어와 확인되지 않은 거짓 정보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 거짓정보는 악의적, 모욕적, 폭력적인 표현으로 재일 한국인들을 비난하고 있다. 근거가 말도 안되니, 그들의 주장도 목표성을 잃게 마련이다.  그들에게 어떤 사상과 방향성은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개별적인 정책이나 주장에 관해서는 통일적인 견해가 없다. 저자 야스다가 묻는다. "넷우익이 가려 하는 곳이 어디인가?" 정보의 '감정 능력'이 없는 일반인이 넷우익의 주장에 선동되기 쉽다는 표현과, 그들은 단지 분노감을 표출할 수만 있으면 그만인 듯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넷우익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야마모토 이치로는 데모에 가담하는 사람 중 나름대로 일본 사회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과 정당한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넷우익 단체의 모순된 망상이 이런 사람들에게 파고들어 분노심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우익 단체들은 일단 트위터, 니코니코 동화, 2채널(2ch) 등에서 활동하며 유언비어와 오해, 망상을 전파한다. 재미와 흥미거리를 찾아 이런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들도 넷우익의 게시물에 노출되고, 그들에게 빠지게 된다. 


넷우익 활동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용자 계정을 조사해보면 96% 가량이 거의 '영향력이 매우 빈약한 개별 사용자 계정'이라고 한다. 그들의 글이 리트윗 되는 수가 많은 듯 보이지만 실상 그 ID를 살펴보면 팔로워나 팔로잉 수가 한정적이다. 야모모토는 넷우익 활동자들이 실제로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친밀한 지인이 없으며, 학력과 지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실세계에서는 무력한 사람들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의 뒤에 숨어 무근거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우익이 국수주의나 민족주의의 핵심적 가치를 가지고서 강렬한 일본관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반 한국 태도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그들은 피차별 의식과 과대망상,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혐한 감정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주위의 모든 대상을 적으로 간주한다. 한국, 일본정부, 일본언론, 일본 경찰, 엘리트 집단 등 모두가 그들의 비난 대상이다. 이런 행태는 일본 국력 유지에 전혀 공헌하지 못한다.



나카가와 준이치로는 넷우익 단체들이 일본 매스컴에 대해 "반일이다. 한국과 뒷거래를 하고 그들을 밀어주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내놓는 근거들이 터무니 없다고 해명한다. 매스컴이 반드시 깨끗하고 공명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넷우익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정부가 뒷받침 하거나 한국 기업이 PR을 함으로써 매스컴이 한국에 우호적인 방송들을 내보내고 한류 드라마, 걸그룹 영상을 트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넷우익의 매도는 '성공'했고, 매스컴에서는 이제 한류 컨텐츠를 내보내는 것을 꺼리게 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나카가와가 가장 강하게 넷우익을 비판하는 부분은 그들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모순된 해석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같은 행동을 해도 그들의 '동지'로 취급되는 아베 신조가 하면 모두 '혐한'을 돌려 표현한 정치적 공작이 되고, 다른 부류(예, 민주당)의 정치인이 하면 한국 우호 행위로 해석되어진다. 넷우익에게는 아베 신조가 모든 행위가 '혐한'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넷우익은 음모론을 좋아한다고 언급된다. 그들이 모든 안 좋은 정치, 사회적 사건을 재일에 의한 음모론으로 통일 시켜 버리는 것은 그것이 편하고, 안도감이 들기 때문일 거라 말한다. 야스다는 넷우익의 이런 행태를 '정신병' 혹은 '심리적인 문제'라고 바라본다. 그런데 그 대상이 한국인 원인은 버블 현상으로 일본 경제가 침몰하던 때와 인터넷이 보급되는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버블 경제 붕괴와 리먼 쇼크가 닥치자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권리 보호를 주장하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위태로운 상태에 놓인 일본 자국민들이 외국인들을 모든 일의 '원흉'으로 간주해버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단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저자는 담화를 통해 넷우익이 이 지경에 이른 원인과 앞으로의 과제를 토론한다. 여기서 넷우익이 이렇게 모순투성이 논리를 펴는 이유는 "지능이 낮아서"라는 격한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야마모토는 일단 넷우익들이 비생산적인 인터넷 선동 행위와 데모를 멈추고 실제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회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폐쇄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등을 만나고 소통할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야스다는 넷우익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국제 연대감이라고 하며 앞으로의 일이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다는 뉘앙스를 내비친다.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넷우익 단체는 유언비어, 망상, 오해 등을 퍼뜨려 일반 사람들을 선동한다.

○ 넷우익 할동은 일반적인 우익 단체의 활동과는 사상, 추구 가치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애국심'이나 '국수주의'가 아니라 '분노'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 넷우익 활동가들는 안 좋은 일은 모두 한국인, 북한인들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편의주의적 우를 저지르고 있다.


읽는 동안 막연히 알고 있었던 넷우익의 정체, 그들로 인한 재일 한국민은 물론 일본 사회의 피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오갈 데 없는 분노를 인터넷을 통해 마구 뱉어내는('배설'이라고 자주 표현된다) 사회 현상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책을 읽으며 넷우익 문제에 우리나라의 소통 단절 문제를 비추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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