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 괴로운 과거를 잊고 나를 지키는 법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정혜주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의 포스팅은 최근 2015년 12월 18일에 출간된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의 리뷰 포스트입니다. 책의 전반을 꿰뚫는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게 포스팅 목적입니다. 



이번 책에 대해서는 특히 제 개인적인 감상이나 평가를 배제합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책인 거 같습니다. 심리학 책은 뭐라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상황을 저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자기 계발서야말로 "읽는 사람이 유익하게 읽었다면 따봉!"이 아닐까 싶네요.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사람의 감정선을 이루는 근저에는 과거의 상처가 큰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게 기본 가정입니다. 동일한 가정을 제시하고 있는 책에 「감정인간」이라고 하는 책이 있어요. 사람이 작은 일에도 크게 상처받고 유난스럽게 구는 데에는 전부터 쌓이고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이 곪아 때가 되어 툭 터져 버렸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과거의 어떤 안 좋은 경험, 그것을 가슴속에 묻어뒀는데 누군가 그걸 툭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해서 감정이 폭발하고 만다는 겁니다. 「감정인간」도 그렇지만 이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에서도 그런 가슴 속에 숨겨 두었던, 혹은 숨겨져 있어 인지 하지 못하고 지내는 그런 기억들을 찾아내어 마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안 그러면 계속해서 녀석이 시한 폭탄처럼 기능할 거란 말이겠지요.


어떤 사람은 안 좋은 일을 겪고도 "난 지금 상처 받았다."라고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그 일을 가슴 속에 품어두게 됩니다. 이런 삶의 방식을 이 책에서는 '타인위주의 삶'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과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혹은 그 사람이 너무 권위적이어서 스스로가 위축되기 때문에. 등등 자신의 의지나 욕구와는 상관없이 타인을 생각하다가 부정적 감정을 속 안에 숨겨두는 것이 계속해서 화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외부에 흔들리기만 하다 보니 스스로 '자기감정을 파악하는 능력'조차 상실하고 말았다고 하죠. 그러니 많은 심리 치료 도서들에서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이 책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솔직해져라." "상처받았음을 표현해라." "감정을 표출해라." 이런 주장을 하는 책으로는 배르델 바르데츠키의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가 대표적이지 않나 싶네요.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에서는 이렇게 솔직히 표현하는 삶의 방식을 '자기 위주의 삶'이라고 표명합니다.


한 사람이 현실에서 자꾸 상처받는 이유가 과거의 특정한 상처에 있으며, 그런 기억이 심어진 건 '타인 위주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까지 정리되었으니, 남은 건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입니다만. 제가 판단하기로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처법은 두 가지 방향입니다. 극단적으로 알기 쉽게 정리하면 이럴 거 같아요. 

1. 사실은 너만 상처 받은 건 아닐지 모른다. 그러니 너 자신을 돌아봐라.
2. 안 좋은 일이 반복될 때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다신 희생하지 않겠어" 라는 다짐을 실천해라. 


본문입니다. 누구나 "100% 피해자도, 100% 가해자도 없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 책의 저자 이시하라 가즈코도 그런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지금 누군가와 트러블을 일으키고 있을 때, 사람이 겪는 상처의 크기는 실은 개인의 과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배경 이런 것들의 영향을 받겠죠. 요컨대 상대방이 나를 30이라는 파워로 때렸어도, 나는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인해 30을 100의 파워로 더 크게 느끼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 100 곧이 곧대로 상대방을 탓할 수는 없다는 논리겠죠. 이런 주장이 가능해지면 요새 유행처럼 언급되는 심리학자 아들러의 명언이 또 등장합니다. "인생이 힘든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 실은 한번 릴랙스 하고 상대방에게 오히려 자신이 미안한 짓을 했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자기 상처는 생각보다 작아진다고 합니다. 


또 감정을 숨기지 않고 상대방에게 상처받았다는 감정과 미안하다는 감정을 같이 말로서 전달할 수도 있겠죠. 책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인 대화법'이라고 하고 있네요. 이런 접근법이 실제로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처 받았다고 솔직히 말했다가는 상대방에게 신경쇠약자, 정신이상자로 비칠 수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의 심리학 도서들은 어쨌든 자기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호소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이 여타 비슷한 장르의 책들과 다른 점은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하고 있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까지의 책들 중에는 '상대방'은 모두 '악인', '감정폭력 행사자' 등으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상대하면서 아무리 개인이 상처 받지 않는 감정 연습을 한다 한들, 그들의 언행이 실제로 거세어지기만 한다면 마음 다듬는 연습에도 한계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나 이 책은 결국 "당신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 있습니다. 살살합시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상처 받은 주인공에게 "그러니까 엄살피우지 말아라." 라고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여타 책들에서 악인으로 그려졌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아, 생각해보니 내가 유별났구나. 나도 잘못한 게 있네." 하고 생각한다면 상황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트러블은 손바닥이 마주쳐서 생겨나는 것인데, 한 사람만이 착한 척하고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해달라고 굽히고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은 이 책이 주장하는 '자기 위주의 태도'에도 부합되지 않아요. 결국은 모두가 서로서로 배려해나가자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현실적 난제겠지요. 


요새들어 아들러가 정말 많이도 언급되는 것 같습니다. 일본 출판계에 부는 유행인가봐요.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에도 인용되어 있습니다(하지만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주제와 이 책의 주장은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또 기시미 이치로의 베스트셀러 「버텨내는 용기」도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근데 아들러가 프로이트와 비슷한 시기의 사람이란 이유로 "너무 고전적이다. 현대에 적용하기 어렵다." 라고 하는 의견도 있는 거 같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해서 나온 다양한 자기계발서들은 저자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비슷하면서도 아주 조금씩 다른데... 그렇다면 하나하나 주장을 배워 익힌다기보다는, 저자 성향이나 논리의 타당성, 또는 책의 재미 자체를 비교해보면서 읽는 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아들러의 인기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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