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가이드 -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입문서
세실리아 지음 / 동락(도서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음악에 애증을 갖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나 어린 시절엔 누구나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대부분은 체르니 30까지는 배웠다. 나 역시 대세에 맞춰 그렇게 피아노에 입문해서는 어쩌다보니 예고 입시를 준비할 정도로 멈추지 않고 레슨을 지속하게 되었다. 배우는 내내 나는 피아노가 아주 싫었다. 엄밀히 말하면 '손'으로 연주하는 모든 악기가 다 싫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음악에서 손을 아주 놓아버렸다. 

그렇게 음악과 이별했지만, 요즘 들어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게 좋아지고 있다. 영화 OST에 쓰인 곡들도 좋게 들리고, 퓨전 음악도 좋게 들렸다. 취향도 나이 먹으면서 바뀌는 모양이라고 새삼 느끼게 됐는데. 막상 이제와서 클래식을 들어보자고 하니 뭐부터 들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기껏해야 유투브에서 스타워즈 오케스트라 영상을 검색해보거나 중국 얼후 연주 영상을 틀어서 듣는 정도. 

이런 상황에 놓인채 신간 「클래식 가이드」를 읽게 됐다. 읽는 과정에서 나의 잃어버린 음악 지식을 되찾고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을지 계획하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파트로 나뉜다. 파트 1에서 악보의 기원, 악보 보는 법, 연주 기호, 클래식의 기원, 간략한 역사, 에티켓 등을 정리한다. 연주와 관련된 지식들은 초중급 연주자가 참고하기에 좋은 자료였고, 연주회 에티켓이나 음악사 관련된 지식은 지대넓얕이 유행하는 요즘 시대에, 교양에 목마른 사람들이 읽기 좋은 자료였다. 


 

파트 2에선 클래식 음악의 형식, 골자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연주 형태를 분류하고 각각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연주에 쓰이는 악기들 또한 종류별로 요목조목 설명하고 있어 계보를 알기 쉽게 해놓았다. 악기만이 아니라 성악에 있어서도 남녀 음역 파트 별로 설명해주고 있어, 막연하게 알고 있는 지식들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파트 3에서는 모짜르트, 헨델, 바흐 등 역대 유명한 작곡가들의 탄생, 유년기 시절부터 전성기, 말년의 음악 활동을 돌아보고, 개인의 성격이나 인물 됨됨이, 인간관계, 관련 일화, 주요 곡 등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작곡가의 삶이나 각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스토리 텔링"의 측면에서도 재미있는 구성이 되었다. 또 시기별(바로크 시대, 고전주의 시대, 낭만주의 시대, 후기 낭만주의 시대, 현대)로 나누어 작곡가들에 대한 일화를 실었기 때문에 음악사적 계보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 작곡가 존 케이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아놀드 쇤베르크를 콕 찝어 현대 거장으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도움이 되었다. 대중 음악이 주를 이루는 요즈음, 클래식 분야에서는 어떤 사람이 현대 거장으로 생각되고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좋은 정보를 얻었다. 

 

 

 

 

아놀드 쇤베르크는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클래식 음악계에 12음 기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천재 작곡가라고 한다. 어느 분야나 더이상 발견되거나 창조될 것이 없어 지식 포화상태를 겪고 있다는 것과, 그런 포화상태를 깨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거장의 이름을 따낸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일화였다.


외국 작곡가들 뿐만 아니라 한국 작곡가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윤이상 작곡가에 대해서는 "현대 5대 거장"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읽고 바로 윤이상 작곡가의 피아노 곡을 유투브에서 들어봤는데, 불안하고 음침한 분위기에 더불어 기교가 상당해서 깜짝 놀랐다. 다른 작곡가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아는 친숙한 곡들이 소개가 되고 있어, "아! 나 이거 아는데~" 하면서 책을 읽게 되니 책장이 절로 넘어갔다.

 

 

 

파트 4에서는 기분이나 용도에 따라 듣기 좋은 곡들을 작곡가별로 리스트업 하고 있다. 와인 초보자를 위한 책들, 예를 들어  음식 메뉴별로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하여 초보자도 쉽게 마트나 와인샵에서 와인을 구입할 수 있게한다. 또 요새의 미술 감상책들 중 「명화 보기 좋은 날」이나 「출근길 명화 한점」 과 같은 책들은 기분별로 감상하기 좋은 그림을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어, 그림을 좀 더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 「클래식 가이드」 역시 마찬가지로 여러 곡을 장르나 작곡가가 아니라 '테마'별로 구분하여 선곡해주고 있다.


 

 

 

 

고전 클래식을 느끼고 싶을 때, 멜로디가 명확한 곡을 듣고 싶을 때, 또는 사랑하고 싶은 날, 기분이 날아갈 것 처럼 신나는 때 등등. 우리의 기분을 좀 더 다채롭게 업 시켜줄 수 있는 곡들이 소개되어 있어 잘 정리해뒀다가 하나하나 플레이 리스트를 작성해두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러시아, 북유럽 등 각 지역의 독특한 음악색이 느껴지는 곡들을 정리한 부분이 있는데 이런 곡들은 해당 지역의 소설책을 읽을 때 같이 틀어놓고 감상하면 효과만점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활용도 100%다.


예전의 나는 음악을 잘 했지만, 즐기지는 못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옛날보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자세가 갖춰진 것 같다. 좋은 교양 지식을 얻기도 했지만, 이 책에 소개된 곡들을 차례차례 접해보면서 내 취향을 조금씩 찾고 굳혀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