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걸다 창을 내다 아트秀다 1
정소연 지음 / 풀빛미디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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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에 좀 더 친근히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출근길 명화 한점」, 「명화 보기 좋은 날」등의 책을 읽어보니, 작품의 해석이 거창할 필요가 없고, 느낀 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이번엔 진짜 작가들의 이야기를 닮은 책 「그림을 걸다 창을 내다」란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 처럼 미술 작품을 통해서 작가와 소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책 본문의 들어가는 말을 보니, 작가들은 단순히 유흥거리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고민을 안고 작품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그런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편집자에게는 뜻 깊은 체험으로 다가갔겠죠. 그런 소통의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하고자 이 책이 탄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그런 활동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어디서 오는 건가 궁금했습니다. 대부분의 작가의 글을 보니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 자체가 매우 즐거운 활동이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마 직접 뭔가를 만들어보지 않는다면 느낄 수 없는 감각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그 작가도 일상생활에선 일반 사람하고 똑같았어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모으기 좋아하는 작가도 있었고,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즐기길 좋아하는 작가도 있었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모두 같은 일반 사람들이지만 세상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 신기해요. 


책에서 소개된 작가 중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그래서인가봅니다.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부분, 혹은 눈에 잘 띠지 않는 부분을 들여다보고 자기만의 표현방법으로 미술품을 창작해냅니다. 표현방법은 작가의 생활 양식, 가치관, 재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구요. 작품에는 작가의 메세지가 담겨있어요. 작가의 의도를 찾는 것, 또 어떤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했는지 살펴보는 것. 이런 식으로 미술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와 교류하는 거구나 하고 자연히 느끼게 됐습니다. 한 작가는 작품을 보고 받아들이는 건 보는 사람의 '몫'이지만 창작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주는 관람객을 보면 너무 기뻐진다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졸전을 열던 미술학과 친구를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자기 작품을 아주 들떠서 손발 열심히 써가며 설명해주던 게 생각났어요. 그 땐 그 친구가 신나게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그 모습이 신기해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약력, 취향, 가치관 등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전시회를 자주 다녀 보지 않았어도 글들을 보면서 삽화를 보고 작가의 의도를 이해해보려고 하니 재미있었어요. 읽다보니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작가도 알게 되고, 또 어떤 작가의 전시회에 가보고 싶단 기분이 생기기도 하더군요. 작가들은 자신의 전시회에 오는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전전긍긍하면서 보기도 하고, 또 흥미롭게 지켜보기도 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 점에선 개인적으로 성유진 작가의 멘탈이 놀라웠습니다. 작가의 전시회에 온 사람들 중에는 "귀엽다" 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징그럽다" 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람객도 있다고 하는군요. 관람객들 사이에 작가 아닌 척 숨어서 그런 말을 듣고도 "사람들마다 같은 걸 보고도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라고 감상을 말하는 멘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대로, 서예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 「바라카몬」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서예작품에 대해 혹평한 나이 든 노인 심사위원에게 주먹질을 했던 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성유진 작가 작품. '「코기토, 에르고 숨」)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도 있겠지만. 긴장한 듯 어깨를 움츠린 소녀. 적대적인 표정이 읽힌다. 곧 마수가 덥칠 것 같은 분위기인데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성유진 작가의 작품. ) 우울해 하는 듯 보이지만 냉소적인 시선을 던지는 듯도 하여 보는 이를 부끄럽게 한다.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는 작가로는 금혜원 작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쟁과 폭력을 주제로 한 연극을 보고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사명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사회의 아픈 면을 인지하고 들춰내야 할 역할이 언급되어 있었고, 금혜원 작가의 작품에서도 그런 노력과 시도들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Blue Territory-The Pond> 라는 사진 작품이 그랬습니다. 서울의 도심 재개발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작가는 파란 장막을 공공의 기억, 개인적 역사의 단절을 불러일으키는 경계로 해석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읽은 문학작품 「남쪽 절」이 생각났습니다. 「남쪽 절」에서 사회의 비극적인 부분을 외면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주인공에 투영해냈고, 그 비극적 장소로서 용산 재개발 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공간도 작품 안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이 된다는 걸 금혜원 작가의 작품에서도 느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금혜원 작가의 작품. <Blue Territory-The Pond>)

 

 몇몇 작가의 메세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미술을 관람하고 즐기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계가 좀 더 활성화되어 많은 미술작가들에게 활기를 줬으면 좋겠다는 것. 또 한 순간 대박을 터뜨리면 되는 게 미술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겨나고 있어 아쉽다는 것 등. 현재 우리나라 미술계에 있는 젊은 작가들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전시회는 미술학과 학생들이나 진심으로 흥미가 있어서 가는 거란 인식이 있었는데. 어려워서 좀처럼 가까이 하지 않았던 전시회를 좀 더 가깝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네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혹은 미술의 가치에 대해 좀 더 심오하게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작가들과 소통해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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