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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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묘사의 여왕인 샤를로테 링크의 장편소설인 [수사]를 완독했습니다. 옮긴이의 말까지 합치면 600페이지의 길고 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한번도 떼지 못하고 한번에 다 읽어내려갔습니다. 전작들을 읽어본터라 이번에도 기대감을 갖고 읽었는데 역시... 감탄을 할 수 박에 없는 심리묘사에 푹 빠졌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한국판이랑 독일어판이 약간 다른데요.
한국판으로는
[ 수사 :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서 범인을 발견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ㆍ보전하는 수사 기관의 활동.]
독일어판으로는
[ die Suche : 모색 :일이나 사건 따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실마리를 더듬어 찾음 ]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역시 모색이란 뜻이 내용과는 좀 더 어울리는 제목인듯 합니다. 사실 수사라는 제목도 처음에는 수사가 범죄에 대한 단어가 아니라 특별한 뜻이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제목이 내용에 직관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진 않았어요~~ 책을 읽고 나서야 제목인 수사가 그 수사였군..했습니다. ㅎㅎ
이번 소설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이번 소설의 소재때문이었습니다. 14세 소녀들을 납치하고 학대하는 범죄자와 그리고 헌신적인 가족이 아닌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학대를 일삼는 가족들에 대한 잔인한 이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일어난 어린 소녀를 무관심과 신체적 폭력을 가했던 창녕 9세 여자아이 학대사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이었기때문에 가족의 울타리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잔인한 범죄자들의 손에 떨어져버린 소녀들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잔혹함으로 치면 소설보다는 현실이 더 심한 것 같긴 하지만.... 수사는 사건보다는 가해자인 소녀들과 가족들의 이야기와 심리에 더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가정학대 스토리 부분이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케이트 린빌은 전작인 [속임수]에서도 케일럽반장과 함께 수사를 진행하는데요. 속임수에서는 미진하게 진행되던 두 사람이 이번 수사에서는 조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며 이 후에 진행될 두 사람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두사람의 이야기가 시리즈로 쭈욱 진행될 것 같아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
2012년부터 꾸준하게 출간되어온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들은 대부분 장편소설로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지만 눈깜작할 사이에 다 읽어버리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직 대표작이 국내에 다 소개된 건 아니라서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독일 작가이긴하지만 섬세한 심리묘사와 입체적인 인물의 표현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아주 먼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고 이야기에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듯합니다.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다가 배신당한 소녀들, 비뚤어진 애정을 가진 부모들, 자신의 비극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킨 범죄자...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여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범죄자의 잔혹한 행태는 용서 받지 못할 일이지만 저도 부모라서 그런지... 부모들의 무관심과 비뚤어진 애정 또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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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짐 오타비아니 지음, 릴랜드 마이릭 그림, 최지원 옮김, 오정근 감수 / 더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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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You Hear Me?]
갈릴레오 갈릴레이 사망 300년되는 날 태어나서 알베르토 아인슈타인이 태어난 139년째 되는 날이자 수학함수 파이의 날인 3월 14일 사망한 이 시대의 최고의 지성 중의 한 사람인 스티븐 호킹박사.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신기하게도 핼리 혜성의 왕복 주기인 76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처럼 과학이나 우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이름을 알공 있는 호킹박사는 루게릭병 환자로 말년에는 목소리 조차 낼 수 없었지만 누구보다도 왕성하게 연구와 강연활동을 이어나갔습니다. 특히나 인상깊었던 건 미드 빅뱅이론 5에 특별출연했던 것인데요.. 단 한번의 출연도 충격이었는데 이 후에도 간간히 목소리 등으로 출연하시던걸 보면 왠간하니 유쾌하신 분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ㅎㅎ 강연마다 내말이 들리니? 라고 기계음으로 조크를 던지는 걸 보면... 상당히 유쾌하신 분이 맞는 것 같긴 합니다 ㅎㅎㅎㅎ
루게릭병은 온 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병으로 현대 의학으로도 장기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호킹박사는 21세에 병이 발병했고 76세로 사망하는 그날까지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고 연구와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완치가 불가한 불치병 중의 하나인 루게릭병으로 지금도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요. 호킹박사가 이렇게 길게 생존한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합니다. 과알못인 저인지라... 호킹박사의 일대기는 영화나 책으로 알고 있었지만 과학적 업적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요. 책을 보고 나니 호킹박사의 위대함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제 안에 호킹박사의 이미지는 불치병을 극복해나가면서 연구하는 학자의 이미지였거든요.. 가끔 티비에 출연하시는 유쾌한 박사님이었는데... 블랙홀과 시간의 역사,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먼 과학자들의 연구감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교양으로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과학은 이성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낭만과 열정의 제자이기도 하다.]
몇년 전 개봉했던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이게 우리의 미래상이기도 하지만 과학과 우주에 대한 연구가 없었더라면 결국 인류는 멸망했을텐데요. 이번에 호킹박사의 책을 읽으면서 우주와 과학이 우리에게 멀고 먼 이야기는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학문적인 연구인데다가 인지도가 높지 않은 학문이라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인데요. 인재가 나오지 않는 것에 아쉬워하지 말고 다양한 지원과 전폭적인 지지로 과학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수학 과학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야겠어요. ㅎㅎ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았다면, 우주는 대단한 곳이 아닐 것]
스티븐 호킹박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인 그의 첫번째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제인이 있습니다. 호킹박사가 루게릭병을 판정받은 후에도 결혼을 한 그녀이지만.. 결국 호킹박사와 이혼을 하는데요. 이혼 후에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나간 걸 보면 사랑해서 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란 영화에서 젊은 시절 둘의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두가지를 꼽자면 과학과 제인이라고 한 스티븐 호킹의 이야기... 영화로도 만나고 이 책으로도 꼭 만나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외에도 2004년에 BBC에서 만든 박사에 대한 드라마가 있다던데 아직 보지를 못해서... 꼭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당신이 장애가 있더라도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라. 장애 탓에 못 하는 것들이 있어도 너무 유감스럽게 생각 마라. 신체적 장애가 있더라도 정신적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
사실 아직도 호킹박사의 이론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작은 의문과 관심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과학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블랙홀에 대한 의문들에 대해 더 박차를 가한 것 같아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습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더 위대한 건 아마 불치병을 가지고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를 강연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었다는 점 같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하고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병따위가 호킹박사에게는 장애가 되지 않다는 점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인생이라도 당신이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존재한다.]
인생이 힘들다..란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인데.. 스티븐 호킹박사의 말처럼 분명 나에게도 성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눈앞의 일부터 해치워가며 한번 힘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위대한 박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늦게나마 스티븐 호킹 박사에게 감사와 애도의 인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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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딱이야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I LOVE 그림책
민 레 지음, 댄 샌탯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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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픽사 영화를 볼때 본편인 애니메이션이 하기 직전에 나오는 단편영화들을 기억하시는지요? 본편영화도 기대되지만 앞서 하는 단편영화들도 기대하고 보는 편인데요. 이번 책을 읽으면서 2015년 단편인 [산제이의 슈퍼팀]이란 단편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딱이야]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소통을 다루고 있는데요. 산제이의 슈퍼팀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소통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세대나 아이와 어른이 소통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인듯한데요. 특히 아이들과 교류가 많지 않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나 바쁜 아버지들에게는 더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와의 소통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요즘 우리네 가정에서도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는 딱이야]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도 어릴적에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가서 방학마다 뒹굴뒹굴 했어도 할머니와의 추억은 있지만 무뚝뚝했던 할아버지와의 추억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마 어린 저도 괜히 무뚝뚝한 할아버지가 무서워 피해다녔기에 더 소통이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때 좀 더 할아버지와 살갑게 이야기해볼걸 하는 후회가 남아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고 하나요? 사실 아이와 어르신들의 소통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벽을 허물면 되는데 평소 얼굴을 자주 마주하지 않던 아이와 어른이 맘편하게 소통하기는 쉽지 않지요. [우리는 딱이야]에서도 아이와 할아버지는 언어도 안통하고 보고싶은 것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달라 서로 불편해합니다. 하지만 심심해진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서 바로 아이와 할아버지는 마음을 터놓고 소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말은 안통하지만 그림으로 하나가 되어 아이와 할아버지가 소통하는 장면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그림 속에서 마주한 아이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엄마가 돌아옴으로서 막을 내렸지만 아이의 크레파스와 할아버지의 붓을 교환한 걸로 봐서는 앞으로도 둘 사이의 이야기는 계속 될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진 아이의 색이 긴 세월동안 자유와 상상을 잃고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할아버지의 그림에 어떤 활기를 넣어줄지 기대가 됩니다.
이제는 핵가족이란 말도 옛날 말이 되어버렸는데요. 1인 가구도 많아지고 자녀가 있어도 집안의 어른들과 함께 살지 않고 떨어져 사는게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조부모는 내 부모의 부모일뿐 가족이라는 느낌이 안들고 점점 가족의 울타리가 좁아져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가족이어도 서로 얼굴도 모르는 일이 생길 것만도 같습니다. 가족이란건 나를 둘러싼 최초의 울타리이자 가장 강력한 나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인데 점점 수가 줄어들어 고립된다면 정말 슬플 듯 한데요.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가족간의 소통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 부모님들도 만찬가지 일듯 합니다. 힘차게 일을 하고 노력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사회적 약자가 되어버린 우리 부모님들에게 자녀로서 손자로서 그 울타리가 되어드려야 할듯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절되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이어져 나가야할 텐데요. 아마도 그 역활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바로 아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딱딱해진 어른인 저보다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아이에게 살짝 기대서 오늘은 부모님께 영상통화라도 해봐야겠습니다 ^^ 떄로는 어색한 말보다 얼굴을 마주보는 것 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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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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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부터 불노장생, 영생, 불노불사같은 늙지 않고 죽지않음은 사람들의 소망 중의 하나였습니다. 진시황제가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를 찾아헤맸지만 결국 죽었다는 이야기는 불로장생이 얼마나 허망한 소망인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영화, 만화 등에 주요 소재로서도 다뤄지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단순히 불로불사를 위해 사람을 먹는다던가 하는 괴담형식의 스토리가 많았다면 과학이 발전한 현재는 과학적 접근으로 조만간 진짜 불로불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워낙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많다 보니 감독과 작가의 역량에 따라 이야기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수이사이드 클럽] 또한 불로불사라는 소재를 소설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특히 선천적으로 우수한 유전자에 의해 라이퍼와 비라이퍼로 나뉘며 이를 통해 인생의 질은 물론 수명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영화 가타카를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자살 충동등을 줄이기 위해 음악들을 절제시킨다는 점에서는 이퀄리브리엄도 살짝 생각나네요 ^^ 영생을 주제로하면서 철저하게 디스토피아적인 이 소설은 영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 못한 슬럼화되버린 비라이퍼들의 삶을 슬쩍 슬쩍 보여주면서 두 집단을 비교해서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일과 사랑을 모두 성취해 라이퍼로서 탄탄한 삶을 살고 있지만 점점 영생에 집착하고 라이퍼로서의 삶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연 라이퍼로서의 삶이 행복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됩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레아와 안야이지만 둘의 관계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레아와 그녀의 약혼자인 토드였습니다. 전형적인 라이퍼인 토드와 비라이퍼인 오빠가 있는 레아는 소설의 초반에는 완벽한 커플로 그려지지만 레아가 정부의 감시대상이 되면서 둘 사이에 점점 균열이 일어나게 됩니다. 헌데 이 둘의 관계가 점점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레아가 토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정말 흥미로왔던게 라이퍼로서 스스로의 삶을 아름답고 완벽하다고 여겼던 레아가 토드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고 점점 혐오를 느끼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명 연장과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당연했을 레아인데 점점 약혼자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는 모습이 레아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아의 스토리가 라이퍼가 그들의 삶에 어떻게 위화감을 느끼고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면 안야는 라이퍼지만 선택받지 못한 라이퍼들이 비라이퍼보다 더 비참하게 살아가야하고 결국 라이퍼들도 완벽하지 못한 암울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안야의 엄마는 불로불사에 집착한 나머지 유명한 오페라가수였지만 자신의 삶은 물론 달인 안야의 인생까지 망쳐버립니다. 게다가 죽을 수도 없는 몸으로 변해버려 엄마를 죽음으로 보내지도 못하고 계속 엄마를 부양하게끔 만들어버립니다. 평생... 이 끔찍한 현실을 살아야하는 안야에게 [수이사이드 클럽]은 하나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축복받은 유전자들이 벌이는 영생에 저항하는 도발적인 모임이라는 주제는 불로불사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웃는 장치로만 느껴지고  레아와 안야의 이야기 틈새로 보이는 인구감소, 라이퍼와 비라이퍼들의 차별, 빅브라더화 된 사회 등등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들이 더 와 닿았습니다. 큰 주제로 다루지는 않지만 자연의 순리에 반하는 영생을 쫏다가 결국 그것에만 눈이 멀어서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버리는 집단의 모습이 극단적이지만 정말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 소름이 끼쳤습니다. "죽음을 강탈당하면 삶도 강탈당하게 됩니다. 우리는 선택권을 뺴앗겼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말이 참 와닿았네요 ^^ 소설로서도 재미가 충분한 작품이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되어서 영화화나 드라마화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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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
정병모.전희정 지음, 조에스더 그림 / 스푼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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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꽃 중에서도 모란을 좋아합니다. 크고 탐스럽고 겹겹인 꽃을 보다보면 괜시리 부자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모란은 꽃 중의 왕인 화중왕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부와 위엄을 가지고 있어서 부귀화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민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꽃 중의 하나인데요. 꽃중의 왕으로 부귀영화를 선물한다는 뜻에서 선물용으로 많이 그려졌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뜻을 알고 좋아한건 아니지만 뜻을 알고나니 더 좋아지긴 했습니다. 학창시절에 민화를 배운 적이 있는데 제일 처음 배운 그림이 모란도였습니다. 요즘엔 민화를 그리는 곳이 많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학교 외에서는 민화를 그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서 이 후에 한번도 접할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기회가 되면 민화를 다시 한번 배워보고 싶어지네요 ^^

민화란 사전적 의미로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 라고 합니다. 헌데 풍속화와 차이를 말하라고 하면 바로 차이점을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풍속화는 '그 시대의 세정과 풍습을 그린 그림'으로 주제에 따라 풍속화인지 민화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많이 보던 그림들인데도 정확한 차이는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

민화는 익살스런 그림들도 많아서 아이가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어내려가네요. 민화를 평소 잘 접하지 못하고 박물관에 갈때 보고 지나가기만 해서 흥미를 있어할까?했는데 익숙한 동물들이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고 좋아했습니다. 그 중 가장 기린도를 좋아했는데요. 동물원에서 만나던 기린만 생각했을텐데 여기나오는 기린은 중국의 상상속 동물이어서 그 갭이 재미있었나봅니다. 다행히 해치는 알고 있어서 해치랑 기린이랑 친구라고 하니 잘 이해하더라구요 ㅎㅎ

모란도 말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자도~! 글자그림! 그림놀이에 활용하기도 좋고 재미난 그림을 만들기 참 좋은 터라 아이 어릴때 같이 재미로 그려 봤던 건데요. 옛날 생각이 나서 뒤적뒤적 해봤는데 이사오면서 분실했는지 그림이 안보이더라구요. 나중에 서로 [문자도] 그려서 맞춰보기로 했어요 ^^ 민화를 배우라고만 하면 어려울건데 이렇게놀이로 바꿔서알려주다보면 오래 오래 기억해주어서 자주 자주 해보려구요.

민화는 보면 볼 수록 정겨운 느낌이 드는 그림인 듯 합니다. 조선 후기에서 일제 강점기 사이에 가장 많이 그려졌다는 민화는 힘든 우리 선조들이 힘든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괴로운 시기여도 익살과 재치를 잃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민화. 그 어떤 명화들보다 더 빛나는 그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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