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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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불노장생, 영생, 불노불사같은 늙지 않고 죽지않음은 사람들의 소망 중의 하나였습니다. 진시황제가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를 찾아헤맸지만 결국 죽었다는 이야기는 불로장생이 얼마나 허망한 소망인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영화, 만화 등에 주요 소재로서도 다뤄지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단순히 불로불사를 위해 사람을 먹는다던가 하는 괴담형식의 스토리가 많았다면 과학이 발전한 현재는 과학적 접근으로 조만간 진짜 불로불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워낙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많다 보니 감독과 작가의 역량에 따라 이야기의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수이사이드 클럽] 또한 불로불사라는 소재를 소설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특히 선천적으로 우수한 유전자에 의해 라이퍼와 비라이퍼로 나뉘며 이를 통해 인생의 질은 물론 수명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영화 가타카를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자살 충동등을 줄이기 위해 음악들을 절제시킨다는 점에서는 이퀄리브리엄도 살짝 생각나네요 ^^ 영생을 주제로하면서 철저하게 디스토피아적인 이 소설은 영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 못한 슬럼화되버린 비라이퍼들의 삶을 슬쩍 슬쩍 보여주면서 두 집단을 비교해서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일과 사랑을 모두 성취해 라이퍼로서 탄탄한 삶을 살고 있지만 점점 영생에 집착하고 라이퍼로서의 삶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연 라이퍼로서의 삶이 행복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됩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레아와 안야이지만 둘의 관계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레아와 그녀의 약혼자인 토드였습니다. 전형적인 라이퍼인 토드와 비라이퍼인 오빠가 있는 레아는 소설의 초반에는 완벽한 커플로 그려지지만 레아가 정부의 감시대상이 되면서 둘 사이에 점점 균열이 일어나게 됩니다. 헌데 이 둘의 관계가 점점 벌어지면서 나타나는 레아가 토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정말 흥미로왔던게 라이퍼로서 스스로의 삶을 아름답고 완벽하다고 여겼던 레아가 토드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고 점점 혐오를 느끼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명 연장과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당연했을 레아인데 점점 약혼자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는 모습이 레아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아의 스토리가 라이퍼가 그들의 삶에 어떻게 위화감을 느끼고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면 안야는 라이퍼지만 선택받지 못한 라이퍼들이 비라이퍼보다 더 비참하게 살아가야하고 결국 라이퍼들도 완벽하지 못한 암울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안야의 엄마는 불로불사에 집착한 나머지 유명한 오페라가수였지만 자신의 삶은 물론 달인 안야의 인생까지 망쳐버립니다. 게다가 죽을 수도 없는 몸으로 변해버려 엄마를 죽음으로 보내지도 못하고 계속 엄마를 부양하게끔 만들어버립니다. 평생... 이 끔찍한 현실을 살아야하는 안야에게 [수이사이드 클럽]은 하나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축복받은 유전자들이 벌이는 영생에 저항하는 도발적인 모임이라는 주제는 불로불사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웃는 장치로만 느껴지고  레아와 안야의 이야기 틈새로 보이는 인구감소, 라이퍼와 비라이퍼들의 차별, 빅브라더화 된 사회 등등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들이 더 와 닿았습니다. 큰 주제로 다루지는 않지만 자연의 순리에 반하는 영생을 쫏다가 결국 그것에만 눈이 멀어서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버리는 집단의 모습이 극단적이지만 정말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 소름이 끼쳤습니다. "죽음을 강탈당하면 삶도 강탈당하게 됩니다. 우리는 선택권을 뺴앗겼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말이 참 와닿았네요 ^^ 소설로서도 재미가 충분한 작품이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되어서 영화화나 드라마화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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