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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평점 :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간 「인간은 동물이다」를 읽었다. 아니 읽었지만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기에 읽었다고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래전 「나는 뇌가 아니다」를 읽은 분들의 후기를 보고 그 때부터 저자의 책을 읽어보자 했지만, 문학에 밀려, 일상에 밀려 읽지 못하고 발간되는 작품들만 여러 권 모아두기만 한 채.. 이번에는 꼭 읽어보리라는 마음으로 서평도서 신청을 했는데 책을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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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저자의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만났더라면-가정과 상상에 불과하지만-아마도 좀 더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 더 다가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서평은 솔직하게 이해한 데까지만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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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떠올랐던 것은 가끔씩 리뷰를 쓰면서 언급한 것이 있는 대학 다닐 때의 첫 수업시간 ‘나는 무식하다’ 삼창이 생각난다. 한 학기 동안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혹은 아는 척하느라 정작 모르는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 두 번째는 「모든 것은 빛난다」 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던 ‘자기 확신의 함정’, 그리고 그 책 속에 언급되었던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가 말한 경험에 부여하는 것과 경험에 주어지는 것이 아닌 성스러움과 관련된 이야기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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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그간 어떤 철학적 논제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이야기해 왔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첫 책으로 만난 이 책에서 익숙해져야 할 것은 논제의 한쪽 면을 깊게 들여다 본 이후 다시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이다. 쏟아지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철학적 배경이 너무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나마 최근 박구용 교수의 철학 강의에서 일부 들은 게 있어 조금은 따라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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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면서 이야기장이 초반에는 확 달라진 것 같아 당황했지만, 삶과 생존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라면 언제나 대환영이기에 천천히 읽어 나갔다. 하지만 문학작품 속에서 만난 삶의 의미, 전문 과학책에서 바라본 생존을 이야기는 책과는 좀 다르다. 그것은 인식의 세계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들이며, 그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다루기 때문에 읽는 순간 바로바로 이해가 되는 책이라기 보다는 강의로 알고 싶은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저자의 다른 책을 아직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금처럼 자연과학이 가지고 온 과학주의와 생물학주의가 주장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의 생명, 유기체로서의 자연계에 속한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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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페이지에 옮겨놓은 릴케의 문장은 ‘영리한 동물들은 벌써 알아채지, 해석된 세계 안에서 우리가 그리 편안히 지내는 건 아님을’ 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만 이 책을 나는 타자(우리를 둘러싼)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도덕윤리와 책임-함께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행복과 행복의 조건-을 지닌 인간이 지녀야 할 태도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보았다. 기술발전과 기후위기라는 재난의 시대에 자연과학과 기술과 정치의 조합만으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알면서도 잊고 사는 우리가 아는 바보다 모르는 바가 더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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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터이라 더 글을 쓰기가 쉽지는 않다. 그것이 책의 재미나 흥미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인간은 동물이다는 인간은 동물이 아니다라는 것으로 읽기 위해서 왜 그런지에 대해 풀어가는 방식은 2, 3부에서 현미경으로 우유를 바라보는 이야기까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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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얼 카너먼이 말한대로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타자에 대해, 정신에 대해, 세계가 실재하는 방식에 대해 조금 더 나아갔다 해서 내 삶에서 실제로 얼마다 더 다르게 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이것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조금은 더 알게 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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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첫 책이 쉽지 많은 않아서 리뷰도 쓸 수 있을까 너무 고민하며 썼지만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기름칠 해 준)딱 맞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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