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시간이 끝나야 한다면 그 끝은순간들의 연속으로 묘사될 수 있겠지. 그렇게 순간을 확장하다 보면 시간의 끝이 보이지 않게 될 거야. 그 사람은 자기 삶의 모든 순간을 묘사하기로결심하고, 그 모든 순간을 묘사할 때까지는 자신이죽는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묘사를 멈추는 그 순간에 그는 죽을 테니." 칼비노는 이렇게 쓴다.
이 마지막 문장과 함께 책은 끝난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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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수는 오진희가 원하는 것이라면 그게 뭐든 해주고 싶었다. 일상의 자잘한 일들, 아이스크림을 사다 달라거나 설거지를 해달라거나 커피를 타달라는 부탁 같은 것들. 달리 생각해보면 오늘의 혼인신고 역시 구영수가 해줄 수 있는 것이었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건 해주는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었다. 한마음, 한뜻, 은행을 털러가는 일은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연장선이자 영원한 결속이었다. 구영수는 위가 단단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느낌을 받으며 시동을 걸었다. 안전벨트를 매면서 오진희가웃고 있었고 구영수는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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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죽음을 맞으면 자신을 이루었던 물질의 일부를 우주로돌려보낸다. 이는 이전 세대 다른 별의 물질이기도 하다. 별은 죽은 별들의 별 먼지로 만들어진다. 그들은 우리의 현재에, 수천억 년간 우주에서 이어진 무수한 세대의 경험을 빛으로 비춘다. 이 빛의 계주 안에서 죽음은 그저 잠시 지나치는 정거장일 뿐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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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권이는 비를 맞으며 집에 갔다가 우산을 들고 나와 3교시무렵부터 나를 기다렸을까. 그러다 갑자기 불어난 아이들과,우산을 들고 서 있는 엄마들 사이에서 나를 찾지 못할까봐겁이 났을까. 생일파티에 가기를 포기하고 현권이와 집으로걸어가면서, 나는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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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지옥도야. 원래 명부전에는 지옥도가 있어."
엄마는 신경이 다른 데 쏠린 사람처럼 건성으로 대꾸하곤 다시 오르막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건 아는데, 고문당하는 사람들 표정이 말이야, 다들웃고 있잖아. 난 왜 그런지 예전부터 궁금했거든."
엄마가 흐흐, 하고 알 만하다는 듯 웃었다.
"반가운사람이라도 만났나보지."
지옥에서 만났을 때 반가울 사람이라......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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