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 헌수 말을 빌리자면 "그런 일은 ‘그냥‘일어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내 차례가 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그 앞에서 매번 깜짝 놀란 표정을지을까? 마치 살면서 이별이라고는 전혀 겪어본 적 없는사람들처럼.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러 가는데 그 여정마저 꼬이게만들었다는 건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두어어야 할 때가왔고 그 사실을 무의식적이나마 스스로도 감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 은희경, "웨더링"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 앞으로 간다. 그리고 나무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서서 그 나무를 바라본다. 핵심은 바람을 보는 것이지만, 그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나뭇잎과 가지의 흔들림으로 알아차릴 수 밖에 없다. 가만히 서 있는 나무들도 바라보다보면언젠가는, 그리고 어딘가는 반드시 흔들리게 돼 있다. 자막의 설명에 따라 나도 화면의 나무를 바라봤다.
나는 로버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못했다. 실력도 안될뿐더러 지금 내 마음을 어색하게 번역했을 때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누락과 손실이, 하찮은 세부 하나하나가 내 감정의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부분으로 느껴질 것같아서였다. 기쁨이라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슬픔은 달랐다.고통만큼은 내 슬픔의 언어, 감정의 뿌리, 모국어로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모국어로 말한들 과연 그게 온전히 전해질까?(김애란,-안녕이라 그랬어)
-네가 외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뭐야?나는 고민하다 비교적 솔직하게 답했다.-언젠가 이곳을 떠나고 싶어서?이렇다 할 기술도 자격증도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품은 희망이었다. 나는 정작 가장 중요한 이유인 ‘외국어 공부를 하다보면 아직 내게 어떤 가능성과 기회가 남은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