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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숙 「채만식」 - 치숙, 논 이야기, 레디메이드 인생 ㅣ 사피엔스 한국문학 중.단편소설 3
채만식 지음, 정홍섭 엮음 / 사피엔스21 / 2012년 2월
평점 :
사피엔스 한국문학 3권- 치숙 논 이야기, 레디메이드 인생 이 함께 실려있다.
채만식은 한국의 풍자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난 그의 작품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사피엔스 한국문학 선집 중 그의 작품을 먼저 골라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치숙-
보통학교를 졸업한 평범한 청년이지만 완벽한 일본인이 되어 성공하기를 희망하는 이기적인 청년과, 동경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감옥살이를 하여 전과자가 되었고, 병까지 얻어 아무 일도 못하는 무능력자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아저씨가 등장한다. 어릴 적 고아가 된 자신을 거둬 준 아주머니와 아저씨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지식인이랍시고 아주머니를 고생만 시키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아저씨의 모습을 바라보며 화가 나고 급기야 그의 생활과 사상을 비난하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읽어가다보면 아저씨가 거의 일방적으로 당하는 형국이다. 아저씨의 지금 형편을 보자면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청년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당시 일제 당국에서 권하는 모든 것은 좋은 것이라 여겨 받아들이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근본인 조선을 업신여기는 도가 지나침을 보여준다.일본인에게 잘보여 성공을 꿈꾸는 청년은 기회주의, 황금만능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저씨를 비난하면 할수록 청년의 가치관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생각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작가의 의중이었고 이야기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가 살았던 시기가 어느 때보다도 우리나라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때여서일까... 혈실과 과거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깊이있게 드려다보며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비판으로만 그치지 않고 밝은 미래를 꿈꾸는 작가의 희망이 담겨있고, 읽는 이들로 하여금 올바른 가치관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 진하게 녹아있다. 채만식의 작품은 아이에게 조금 어렵게 다가가기도 한 작품인데, 읽고 또 읽다보면 옳은 가치관과 역사관을 갖길 바랐던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좀 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통해, 몸이 자라가듯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자라가는 아이들을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