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랄라랜드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54
김영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1월

  책표지만 보면 언뜻 초등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인가 싶지만 책 속 주인공은 고등학생이다. 기면증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졸린 증상을 말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얼마 전 기면증에 대한 방송을 봤던 터라 그 위험성을 조금 알고는 있었다. 자기가 기면증이라는 걸 알지 못한채 운전을 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뻔한 사람도 있었고, 그 외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사례자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세상에는 참 다양한 병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고, 희귀한 질환과는 상관없이 살아가고 있는 삶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더랬다.
 
주인공 용하는 기면증을 앓고 있는 관계로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한다. 흔히 말하는 학교폭력이라 말해도 될 것 같다. 신체적인 가혹행위가 심해서라기 보다 앓고 있는 병을 이용해 비겁하게 친구를 괴롭히는 수준이 거의 초등학생 수준이라 이게 과연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란 말인가 싶기도 했다. 분별력 없는 아이들의 이런 행동들에 화가 나기도 하면서 한 편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부모님에게 조차 속시원히 병을 털어놓지 못하는 용하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이모할머니가 엄마 앞으로 물려주신 사연 많은 게스트하우스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자신의 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용하의 모습이 이야기의 소재와는 상반되게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던 친구 은새와 게스트하우스의 붙박이 손님 망할 고 할아버지(용하는 괴짜 할아버지 손님을 이렇게 부른다.) 게스트하우스를 빼앗기 위해 뒤늦게 이모할머니의 아들이라고 나타난 삼촌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이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준다.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이 게스트하우스에 모여 이제 비로소 제대로 된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면, 자신이 잠 속으로 빠져들 때 신비한 곳을 경험한다는 엉뚱한 발언에서 시작된 랄라랜드~ 하지만 은새와 밴드결성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랄라랜드를 발견하고 자신의 병을 치유해가는 모습을, 오히려 숨기고 싶었던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희열을 읽는 이도 함께 맛보게 하는 힘이 있다. 쉽고 가볍게 읽히지만 유쾌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