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푸른도서관 5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까레이스키 하면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간혹 방송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볼때면 알 수 없는 슬픔같은 걸 느낄 수 있었고, 한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지만, 내 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살아가는 교포들만의 아픔이리라 무지함에서 비롯한 그저 막연한 느낌만 있을 뿐이었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을 통해 본 그들의 삶은 참으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책을 먼저 읽었던 아들녀석은 일본?이나 이?들이나 다를바 없다는 말로 책을 읽은 소감을 대신했다. 고려인이라 불리는 까레이스키는 일제 식민 지배 시대 러시아로 넘어가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후손들은 지금도 소련 붕괴 후 여러나라로 분리된 독립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탈린 시대 연해지방의 한인들, 유대인, 체첸인 같은 소수민족들과 함께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르면서 시작된 혹독한 까레이스키의 운명은 읽는 내내 한숨을 짓게 하고 먹먹함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어느날 갑자기 가축을 실어 나르는 열차에 강제로 실려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칼바람을 막을 그 무엇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아이를 낳다 죽는 임산부, 열악한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노약자들은 늘어가기만 했다. 잠시 연료를 채우기 위해 멈춰선 정거장에서 죽은 시신들을 쓰레기 처리하듯 버리고 가는 등 이들에게서 인권은 찾아볼 수 없었다. 40여일을 달려 짐짝처럼 버려진 황무지와도 같았던 중앙아시아, 희망을 잃지 않고 밭을 일구어 온갖 채소는 물론, 쌀을 재배하고 농장을 경영하는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억울하고 침통하고 눈물겨운 고려인들만의 강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승리가 아닐 수 없다.

  까레이스키 중에는 일찍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만 치열하게 살다가 쓸쓸하고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도 많다. 소련이 해체 되면서 정착지에서마저 쫓겨나 방랑자로 살아가야 하는 그들, 조국의 눈부신 발전과 영광을 그저 멀리서 지켜만 봐야 하는 그들의 아픔을 어찌 짐작조차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불평도 많은 삶이지만 내 나라에서 아무 제약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다시한 번 느끼며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이제 기회의 땅이라 불릴 만큼 발전한 대한민국에 세계 곳곳에서 모여드는 사람들보다 먼저 까레이스키의 후손들에게 민족애를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작가는 읽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들을 껴안기에 앞서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무지함을 먼저 반성하며 같은 민족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은 따뜻한 문영숙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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