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첫사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5
엘렌 위트링거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열여덟...그 때 난 어떤 모습이었지? 아~~~ 까마득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책 제목처럼 달콤쌉싸름한 사랑까진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주인공 지오(실제 이름은 '존'이며 자신이 발행하는 1인 잡지의 필명이 '지오반니' 그래서 '지오'라 불리길 원한다.)는 열여덟 살에 첫사랑을 만났다. 여자에 관심조차 두지 않던 지오의 마음을 훔친 그녀는 1인 잡지 <탈출속도>의 작가 '마리솔'. 그러나 그녀는 레즈비언이다.

 

 

 맙소사, 엄마는 또다시 어둠 속에 앉아 있다. 아빠를 대신해 줄 앨 아저씨를 만났으니 이제 그런 일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지난 5년을 낡은 소파에 파묻혀 어둠 속에서 보냈다. 엄마는 '휴식'이라고 말했지만 내 눈에는 생매장처럼 보였다. 그러던 지난 겨울, 다시 서광이 비춰 안심이 되었다. 함박 웃는 대머리 아저씨가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기는 했지만. -본문 19p-

 무책임하게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아빠를 증오하는 한 편, 그런 남편의 아들인 자신을 만지려고도, 또 아들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엄마를 미워하며 지오는 자신을 감정 결핍자, 염세주의자, 외톨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지오는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안으로만 숨기며 사는 것에 익숙하다. 이름조차 본명인 '존'이 아닌 '지오'로 바꿀만큼!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마리솔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흔하다는데, 난 거기 가 본 적도 없다. 내 친부모님은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이었다. 양어머니는 양키 사회사업가로서 이런 종류의 문제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태생에 따라 내 이름을 지어 주었다. 양아버지는 쿠바에서 태어났지만 열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쿠바 태생의 대학 교수인 우리 아빠보다 더 미국인다은 사람이 있을까....... 매사추세츠의 양키 캠브리지에 살며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레즈비언.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사랑을 찾고 있는 천재 처녀 작가 마리솔 구즈만. -본문 17p-

 이것이 1인 잡지이다. 말그대로 한 사람이 만드는 자기만의 잡지, 무엇이든 쓰고 싶은 걸 써내려 가는... 제목조차 없이 첫 번째 쪽부터 바로 시작된 솔직한 이야기... 잡지 <탈출속도>에 이렇게 지오는 반하게 된 것이다. 컴퓨터 두뇌를 가진 듯 주제를 넘나드는 글재주에 감탄하고 또 그녀의 솔직함이 맘에들어 그녀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만남이 반복되면서 지오는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틀 속에 갇혀 지내는 지오, 친부모에게 첫 번째 버림을 받고, 레즈비언 연인으로부터 또 한 번 버림받은 아픈 경험으로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리솔. 이 두사람이 1인 잡지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알아가면서 내면이 치유되고, 그 과정을 통해 진실된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리 정서와는 많이 동떨어진 듯 해 몰입이 힘든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 아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1인 잡지에 실린 글들에 공감이 가면서 그 다음 글을 기대하기도 했다.

 

 

 얽히고 설켜 위기에 빠지기도 했던 지오와 마리솔이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글을 통해 진심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영영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엄마와의 벽이 무너진 것도 지오 자신의 마음을 담아 건넨 편지 때문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엄마 역시 자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레즈비언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며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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