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동화 보물창고 39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어린 시절 빨간 머리 앤 할 시간이 되면 꼼짝 않고 티비 앞에 앉아 보곤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아이들 보는 만화를 보고 있자면 '꼭 저렇게 만들어야 하나?' 싶게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생각해보니 신난다 재미난다~ 어린이 명작동화~~~ 뭐 어쩌고 하던 그 만화도 갑작스럽게 떠오르는구나~~ 순수한 아이들을 더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게 만들었던 명작동화들을 좋은 만화로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뜬금없는 바램이 든다^^

 누군가의 고마운(?) 실수로 인하여 고아원에서 초록 지붕 집 식구가 된 앤~ 깡마른 체구에 주근깨 투성이, 그것도 모자라 빨간 머리의 소유자~ 고아이고 외모도 눈에 띄는 누가 보아도 열등감 투성이일 것 같은 이 소녀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참으로 해맑고 밝은 아이이다. 첫 만남부터 왠지 서로 마음이 통했던 메튜 아저씨는 물론이고, 사무적인 말투에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마릴라 아주머니조차 앤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신비한 매력의 소유자 앤을 어느 순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의도했던 건 아니었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메튜 아저씨, 마릴라 아주머니 입장에서 앤을 바라보게 되고 쉽게 감정 이입이 되었다. 등장에서부터 쉬지 않고 앤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은 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메튜 아저씨야 그렇다치고 보통 까칠한 사람이 아닌 마릴라 아주머니의 인내심에 새삼 존경심마저 들고, 메튜, 마릴라 남매가 앤을 사랑하는 모습을 통해 자식을 양육하는 방법, 또 다른 사랑의 방식을 발견했다고 할까... 불우했던 환경을 초월한 긍정의 힘에서 비롯된 앤의 상상력!! 아~ 이쯤에서... 앤 못지않은 수다스러움을 자랑하는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부러우면서도 반성되는 대목이다. 마릴라 아주머니의 인내심을 배워야혀!!

 만화로 앤을보면서 울었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공부를 위해 앤을 떠나 보내야 하는 마릴라 아주머니의 속마음을 알아버렸을 때, 내 살을 뚫고 나온 자식이어야만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차갑기 이를데없는 마릴라 아주머니가 앤 때문에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이것이 부모의 사랑과 무엇이 다를까 싶어서... 어린 시절에는 그 시절대로 이제 나이 들어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그야말로 고전의 묘미를 제대로 느낀 순간이었다.

 무엇이나 바삐 움직이는 이 세상과는 많이 동떨어진 에이번리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 앤과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 무엇보다 메튜 마릴라 남매의 앤을 향한 투박하지만 진한 사랑이 너무나 아름다워 가슴이 뜨거워지는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누가 봐도 알만한 명작동화를 들고 지하철 한켠에 서서 꺼이 꺼이 흐느끼고 있는 이 아짐의 모습 어찌나 민망스럽던지^^;;  BUT!! 마치 조로록 세워놓은 인형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뚫어져라 스마트폰을 응시하기보다, 한 권의 책을 들고 숨죽여 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정 대상을 콕! 찍기 보다 이 계절에 누구나 읽어보기를 추천하고픈 사랑스러움 그 자체인 명작이 아닐 수 없다. 소박하지만 숨막히게 아름다운 에이번리를 사랑한 앤을 당장에라도 만나러 가고 싶은 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