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 꿈을 빚다 푸른도서관 45
신현수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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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지 않은 책표지에서 은은한 분청의 멋이 느껴지는 듯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도공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다 기억하기도 힘든 그 많은 과정을 통해 세상 빛을 보는 한 점의 자기를 위해 도공들은 몇 날을 가마 옆을 지키며 밤을 새우기도 한단다. 그들의 땀방울과 수고로 뜨거운 가마 안에서 구워지는 한 점의 자기는 그저 그런 그릇에 지나는 것이 아니요, 희노애락을 반죽해 빚고, 그려 넣고, 새겨 넣어 마침내 완성되어지는 우리의 인생사를 이야기 하는것도 같다. 

 왜구의 침략에 존경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을 시작으로 강뫼의 시련은 시작된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아버지의 혼이 살아있는 대구소를 떠나 새로운 곳에 터를 잡지만 믿었던 이의 배신과 친구와의 이별, 이루어 지지 않는 사랑 등으로 모진 시간을 보내게 된다. 무엇보다 정갈한 마음으로 그릇 빚는 일에 몰두해야 하는 사기장이로서 얼마나 스스로를 다스리며 이겨 나가기가 버거웠을까 싶어 짠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비록 곁에 없고 보이지는 않지만 힘들 때마다 강뫼를 일으켜 세운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남긴 청자를 보며 각오를 다졌고 마음을 다잡곤 했다. 강뫼가 바라고 원했던 건 최고의 청자를 만드는 것이었지만, 흙이 다르기에 예전 아버지가 만들었던 그런 청자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아 형제와도 같았던 효문과도 헤어지게 되었다. 여러가지 문제들 앞에서도 청자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강뫼의 모습에서 예술가로서의 고뇌가 느껴진다. 얼마든지 더 대중적이고 성공의 길이 보장되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대를 이어 최고의 사기장이 되어 창자의 맥을 잇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깊은 울림을 준다.

 특권층에게만 허락되었던 청자는 고려시대의 멸망과 함께 사라져가고 그 무렵 등장한 것이 분청이다. 청자의 제대로 된 색을 내지 못해 고민하던 강뫼가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들어온 목화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분청사기가 그것이다. 물론 분청사기의 정확한 출발점의 역사적 기록이 없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미 된 부분인긴 하지만, 평민부터 사대부 임금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그릇이 누군가의 피땀어린 수고와 노력에 의해서 탄생되었다는 것을 그토록 알리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고도 남음이 있다. 책을 읽고나면 자연스럽게 분청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나 역시 찾아보았다. 절정을 이루던 시기를 보내고 임진왜란 이후 백자의 시대가 왔다는 자료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잠깐의 아쉬움으로 남기자. 책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읽는 이들의 가슴팍에 강뫼 자신이 꿈을 향해 전진했던 그 열정을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그리고 새겨넣기 시작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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